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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은 성매매 특별법(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4주년 되는 날입니다. 특별법 시행 이후 경찰의 계속되는 집중단속으로 인해 실제로 전국 곳곳에 분포돼 있던 집창촌의 상당수가 붕괴되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경찰은 최근 장안동 일대 성매매업소를 단속한 것을 비롯해 휴게텔, 안마방 등 신종 성매매 업소도 집중 단속할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 집창촌 근처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및 학부모들은 성매매가 근절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고 성매매에 종사했던 여성들의 인권을 생각했을 때도 성매매 특별법 시행은 '긍정적'측면이 더 많다고 볼 수 있겠지요. 이런 것들만 생각하면, 최근 경찰의 집중 단속을 환영 받을만한 일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특별법 시행 4년이 지난 지금, 언론과 관련업계 등에선 회의적이라는 시각과 우려가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론 대표적 집창촌이 초토화되고, 재활에 성공한 성매매 종사자들이 언론에 등장하기도 했지만, 실상을 샅샅이 파헤쳐 보면, '성공적'이라고만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죠.

특별법 시행 후 변신 거듭하고 있는 성매매 업소들

성매매 특별법 시행이후, 성매매는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습니다. 그리곤 주택가나 인터넷 등지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경찰의 일방적이면서도 허술한 수사방식에 업주들은 코웃음을 치며 이리저리 빠져나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곤 하죠.

일각에선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성매매는 '인간'의 욕망과 연결돼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람둥이니 마초니 비판한다고 해서 해결되지는 않을 거라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두 발을 땅에 내딛고 있는 우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한편으로는 생계, 즉 돈 문제로 보는 이도 적지 않습니다. 얼마 전 업주 자살사건에서 볼 수 있듯, 당장 먹고 살 걱정이 태산인 그들 입장에서는 정부의 집중단속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후 대책이나 지원들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도 없게 된다면, 결국 이들은 음성적인 방법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미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요. 경찰의 전시행정식 단속은 결국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겁니다.

그건 성매매 여성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성매매를 그만두고 나서 재활에 들어갔다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되돌아가는 여성들이 적지 않습니다. 인권이 무시되는 불합리한 환경 속에서도 결국 돈이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생계비지원금으로 주는 돈은 40여만원 정도인데 이는 가족 부양과 빚, 그 외 경제생활을 해나가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이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센터를 꾸준히 방문해야 하는데 일을 하는 여성들에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탈 성매매 여성들은 그렇기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 번씩 성매매 업소로 되돌아가는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도 없고, 형식상 보여주기에 그치고 있는 현재 상황이라면 결국 악순환은 되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성매매 여성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

이번 성매매 근절 논란에는 정작 중요한 여성의 시각이 빠져있습니다. 물론 최근 활동하고 있는 여성단체가 말하는 성매매 근절 운동도 하나의 시각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대상은 바로 성매매 여성들입니다. 몇몇 여성학자들도 이 문제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성매매 특별법 자체가 오히려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수동적이며 정숙하게 만드는 면이 있고, 여성들을 피해자화시키는 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성매매 여성들의 경우에 경제적 목적을 위하여 성적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이들을 단순히 피해자로 규정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그들 스스로가 한 쪽 귀를 막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여성'이라는 목적을 위해, '경제문제'를 간과하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정부가 그들을 만족시킬 만큼 충분한 지원을 해주는 것도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최근에는 대학생들도 등록금이나 용돈 마련을 위해 성매매에 뛰어들고 있지요. 결국 그들 모두 '돈' 때문입니다. 그들은 누가 시켰다기 보다는 현실 여건상 스스로가 '성매매'를 선택한 셈입니다.   

성매매 여성들의 목소리를 특권 계층에서 대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여성단체나 페미니스트들이 일일이 그들의 경제권을 보장해줄 수 없다면, 그들의 목소리까지 빼앗아서는 안 됩니다. 무조건 반대하기 보다는 여성들의 근무지 환경 개선과 인권 문제를 고민하고, 성매매 업소에 존재하는 불합리하고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더 열중해야 할 것입니다. 쉽지 않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대책 없는 싹쓸이보다는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강하면 강할수록 쉽게 부러진다고 하지요. 성매매 특별법의 의도 자체가 나쁘지는 않겠지만, 현실적인 해결의 어려움이 있다면 여러모로 합리적인 대안을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보수적인 성윤리는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습니다. 달라진 현실에 맞게 지혜로운 대화와 타협 등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꼿꼿하게 의지만 곧추 세운다면 결국 성범죄나 무분별한 동네 성매매 업소 등을 막는 데 한계가 올 것입니다. 서로가 각자의 주장만을 강요한다면, 그건 공회전이 될 뿐이지요. 성매매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뿌리 뽑고,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과 생계 문제에 좀 더 귀 기울이는 것이 무조건적인 집중단속보다 더욱 더 필요한 시점입니다.


태그:#성매매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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