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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귤나무에 귤이 탐스럽게 익었습니다. 재주도 노지감귤보다 빠르게 익은 귤, 가을열매는 일교차가 커야 익어가는가 봅니다.
▲ 귤 옥상 귤나무에 귤이 탐스럽게 익었습니다. 재주도 노지감귤보다 빠르게 익은 귤, 가을열매는 일교차가 커야 익어가는가 봅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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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더니만 어느새 가을이 깊어졌습니다. 아직도 제주도의 노지감귤은 푸른 빛인데 우리 집 옥상에 있는 귤은 노랗게 익었습니다. 감귤을 키우시느라 애쓰신 어머님의 허락을 받아 잘 익은 감귤을 하나 따먹어보니 사먹는 귤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새콤달콤함이 들어있습니다.

한 주가 다르게 가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열매가 익어간다 싶더니만 제 빛을 내고, 억새가 피어나는가 싶더니만 은빛물결을 이릅니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푸르던 산수유가 붉은 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합니다.
▲ 산수유 지난 주까지만 해도 푸르던 산수유가 붉은 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합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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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뒷켠에는 산수유나무가 있습니다. 이른 봄에는 노란 빛으로 봄의 전령을 자처하더니만 가을이 되니 붉은 빛으로 유혹을 합니다. 지난 주 금요일까지만 해도 푸른 빛이었는데 사나흘 사이 일교차가 커서인지 아침에 출근해 보니 붉은 빛이 완연합니다.

가을이 깊어지고 일교차가 심해지면 맨 몸으로 가을을 맞이하는 초목이나 들짐승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추위였을 것입니다. 그런 고난들이 그들에게 새겨질 때 그들은 가을빛을 내고, 내년을 기약하며 제 안에 있던 물감들을 죄다 내어놓아 가을빛을 발산하는 것입니다. 고난의 순간을 아름다운 순간으로 바꿔가는 자연을 봅니다.

따스한 가을햇살에 껌뻑껌뻑 졸고 있는 고양이
▲ 고양이의 낮잠 따스한 가을햇살에 껌뻑껌뻑 졸고 있는 고양이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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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가을햇살에 고양이가 껌뻑껌뻑 졸고있습니다. 고양이들은 살금살금 걷습니다. 쥐새끼들조차도 그들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살금살금 걸어다는 재주를 가진 고양이, 가을은 그들의 걸음걸이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양이 걸음처럼 살금살금 다가온 가을', 그렇습니다. 살금살금 쥐새끼에게 다가간 고양이가 '확!' 쥐새끼를 덥치듯이 어느 새 가을이 '확!' 다가왔습니다.

담장을 따라 자라던 마도 가을빛으로 물들었다.
▲ 마 담장을 따라 자라던 마도 가을빛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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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도 잊었습니다. 아마 10년은 되었을 터인데 산행중에 따온 마의 열매를 한 줌 화단에 뿌려주었습니다. 이듬해 부터 마가 계속 올라왔고, 도시의 담장 기어올라가며 초록의 이파리로 예쁘게 장식을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해를 거듭하면서 그들은 번져서 우리 집 화단에 정착을 했습니다.

마는 뿌리로도 번식을 하지만 뿌리를 닮은 열매들로도 번식을 합니다. 뿌리와 닮은 모양이라 작지만 두어개 따서 까먹어보니 영락없이 뿌리와 같은 맛이 납니다.

어디든지 뿌리를 내리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 피어나는 풀꽃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들을 보면서 '저것이 자연이 살아가는 방식이요,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진꽃과 핀꽃과 피어날 꽃들이 가을이 깊어감을 보여줍니다.
▲ 코스모스 진꽃과 핀꽃과 피어날 꽃들이 가을이 깊어감을 보여줍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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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어쩌면 그가 가을에 피어나는  까닭은 가을이 '질서'의 계절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혼돈(카오스)에 종지부를 찍은 코스모스, 가을은 풍성해서 가난한 사람들까지도 넉넉하게 살아갈 수 있기에 인간사에서 가장 평등한 계절이 아닐까 싶은 생각 때문에 그렇습니다.

방에 사는 사람들도 더위 때문에 걱정할 일이 없고, 추위 때문에 연료비 혹은 연탄가스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서민들도 전깃세 들이지 않고 쾌적하게 보낼 수 있는 계절, 그것이 가을이기에 질서의 계절, 평등의 계절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을을 가장 좋아합니다. 봄도 좋고 여름도 좋고 겨울도 좋지만 만일 어느 한 계절만 택하라면 나는 가을을 택할 것입니다. 모든 것이 넉넉한 가을, 겨울이라는 계절을 앞두고 삶도 깊어지는 가을, 그런 가을이 좋습니다.

가을이 깊어갑니다. 이것저것 둘러볼 것도 많고, 겨울이 오기 전에 준비할 것들도 많아 가을 탈 시간이 없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가을, 좀 더 많이 보고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카페<달팽이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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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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