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바람의 화원>의 한 장면.
 <바람의 화원>의 한 장면.
ⓒ SBS

관련사진보기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은 예술가를 소재로 다룬 드물고도 귀한 드라마다. MBC 드라마 <이산>에서 양념으로만 등장했던 도화서 화원들이 이제 주인공이 되었고 왕이 조연이 되었다. 최근 극에서 신윤복(문근영 분)의 형으로 등장하는 영복(이준 분)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는 또한 화가들의 삶의 단면을 잘 조명했다.

극에서 영복은 동생을 위해 그림에 쓰는 색소인 안료에 중독되어 죽게 된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단적으로 말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유럽의 유명한 화가인 루벤스나 르노와르도 중금속 중독으로 고통 받았다는 연구가 있다.

화가의 건강을 위협하는 중금속들

이들이 다른 화가들보다 특히 밝은 계통의 색깔을 선호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어두운 계열의 색소에는 상대적으로 몸에 덜 해로운 철이나 탄소 등이 들어있는 데 비해 밝은 색에는 수은, 카드뮴, 크롬, 납, 비소, 안티몬, 망간 등 몸에 해로운 중금속이 다량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납은 노란색과 흰색 계통의 색소에 많이 쓰였다. 외국 기록에 보면 화가들이 이미 그 독성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고 색소분진을 다루기를 꺼렸다고 한다. 납은 손목 떨어짐(Wrist drop)과 같은 말초신경 장애, 빈혈 등의 조혈기계 장애, 정자 수 감소와 같은 생식기계 영향 등 전신에 걸친 독성을 갖는다.

크롬이나 카드뮴 등도 못지않은 독성이 있는데 특히 극중 영복의 죽음과 관련해서 망간중독(manganism)을 의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망간은 푸른색, 갈색, 보라색을 내는 색소로 이용되는데, 중독시 특유의 신경병증을 일으킨다. 고농도 망간에 급성으로 중독되면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없는 들뜬 상태가 지속되고 불면증에 시달린다. 파킨스씨병과 같은 증상도 나타나는데 중심을 잡고 서있기 힘들고 근육이 경직되기도 한다.

영복은 극에서 높은 비계에서 작업을 하다가 윤복의 환영을 보다가 중심을 잃고 추락하여 사망했다. 망간 중독은 조선소 용접공에게서도 요즘에도 발견되고 있다.

중금속만 문제가 아니다

화가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중금속만이 아니다. 유화인 경우 색소를 석유계 화합물인 유기용제에 녹여서 쓰게 되는데 이것이 문제가 된다. 백혈병을 일으키는 벤젠, 원진레이온 직업병의 원인이 되었던 이황화탄소 등 이런 것들이 바로 유기용제류에 속한다. 물론 요즘에는 상대적으로 독성이 덜한 것들이 사용된다. 독성이 덜한 것이라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일반적으로 유기용제류는 피부자극 및 신경계영향이 있다.

화가들의 작업방식도 중독과 관련이 있다. 화가들은 서예가와는 달리 점잖게 붓으로만 터치하지 않는다. 직접 손에 물감을 묻혀 그리거나 심지어 입으로도 그린다. 화가들은 숙식을 화실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색소나 유기용제가 호흡기뿐만 아니라 입을 통해서도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이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화가들은 학교에서 이런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직업병으로 남모르게 고통 받는 현대의 화가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화가들에겐 건강문제뿐만 아니라 안전문제도 있다. 극중 영복이 안전난간이 설치된 비계에서 일하고 있었다면 혼절했다 하더라도 추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벽화를 그린다면 비계에 안전난간을 치고 안전모를 쓰고 하는 것이 옳고 또한 적법한 행위이다.

드라마 <바람의 화원>은 영복의 죽음 그리고 곧 이은 윤복의 어진 훼손 사건으로 새로운 극적 전환을 맞고 있다. 어진 훼손은 황당한 일일 수 있으나 영복의 죽음은 개연성이 있고 또 현재에도 교훈을 삼을 만한 것이다. 

[최근 주요 기사]
☞[인터뷰] 김윤수 관장 "온갖 압박과 압력...이건 국가망신이다"
☞ 강만수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 그의 버라이어티한 "오럴 헤저드"
☞ <바람의 화원>이 보여주는 한국화의 미
☞ 오바마시는 오바마를 초청할 수 있을까


태그:#바람의 화원, #신윤복, #영복, #화가, #직업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