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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늘 행복하다. 가는 길, 오는 길에 시선 둘 곳이 지천인 때문이다. 담양은 예부터 가사문학과 죽제품의 명산지였다.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원림과 누정을 가꿔 터를 잡고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유서 깊은 곳이다. 하여 소쇄원, 송강정, 식영정 등 이와 관련된 유산들이 많다.

 

전국에 하나밖에 없는 대나무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는 곳도 담양이다. 추월산과 가마골, 금성산성 등 깨끗한 자연과 조화된 관광지도 산재해 있다. 주말과 휴일이면 도시민들의 최우선 휴양지로 각광받는 것도 이러한 연유다.

 

삼림욕과 죽림욕이 한꺼번에 가능한 숲도 있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관방제림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정평이 나 있다. 죽녹원과 대나무골테마공원, 담양대나무숲도 있다. 담양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며칠 전(7일), 모든 이들이 일을 하는 평일에 담양에 갈 기회가 생겼다. 언제나 마음의 위안을 받고 돌아오는 곳이기에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게다가 주말이나 휴일을 피해 가는 길이어서 한적한 멋까지 느낄 수 있어 더없이 좋다.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게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하늘로 쭉-쭉- 뻗은 모습이 언제나처럼 시원시원하다. 이 길은 담양군 담양읍에서 담양군 금성면까지 이어진다. 양쪽으로 늘어선 가로수 길이 마치 숲속 동굴 같다. 지난 봄부터 입었던 초록을 벗어던지고 겨울채비를 하고 있지만 눈을 씻기에 제격이다. 자전거를 빌려 오붓하게 즐기는 가족과 연인들의 모습도 시샘을 일으킨다.

 

관방제림은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담양천에 제방을 만들고 나무를 심은 숲의 이름이다. 천변을 끼고 있는 숲길은 언제 봐도 정겹다. 고목이 된 느티나무와 푸조나무, 팽나무가 즐비해 늦가을의 분위기를 한껏 선사한다.

 

나무 밑에선 낙엽들의 잔치마당이 펼쳐지고 있다. 산책로를 뒤덮은 낙엽을 밟으며 바스락- 하는 소리를 듣는 기분이 정말 호사스럽다. 여름에 참매미 자지러지게 우는 여유로움으로 위안을 주었던 숲이다. 겨울엔 적막감 도는 호젓함으로 유혹할 숲이다. 가슴 속으로 심호흡을 해본다. 마음속 안개까지 말끔히 걷히는 기분이다.

 

관방제림과 마주하고 있는 죽녹원은 대나무가 빽빽하게 군락을 이룬 대밭이다. 지친 삶에 늘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곳이다. 너른 땅에 꼿꼿이 선 대숲을 걷는 것만으로 죽림욕의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싸목싸목 걸으며 댓잎 스치는 소리에 귀를 열어본다. 서로 몸을 부대끼는 댓잎 소리가 이채롭다. 사악-사악-, 소-소-소-. 나지막하게 들려주는 대의 연주 음악이 감미롭다.

 

대숲에 설치된 인공 분수대는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낸다. 늦가을 한낮의 햇살도 맥을 추지 못한다.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운수대통 길 등 색다른 이름의 산책로도 정겹다. 팬더곰, 우마차, 팔각대나무정자 등 휴식공간도 군데군데 설치돼 있어 방문자를 위한 배려가 느껴진다. 푸른 대숲이 눈을 씻어주고, 댓잎의 연주음악이 귀를 씻어주는 것 같다.

 

죽녹원 뒤편에 조성하고 있는 죽향문화체험마을에도 발자국을 찍어본다. 송강정, 명옥헌, 식영정, 광풍각 등 담양의 누정을 한데 모은 것이 눈길을 끈다. 가사문학의 산실인 누정들을 축소해 놓은 것. 많은 발품을 팔지 않더라도 한번에 여러 누정을 둘러보고 그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어 좋다.

 

면앙정가, 성산별곡 등 시비공원도 만들어졌다. 아직 개관하지는 않아 인적이 드물어 늦가을의 호젓한 분위기를 한껏 더해준다. 해마다 몇 번씩 가는 담양이지만 늘 고마운 마음 들게 하는 곳이다. 호사스런 느낌까지 들어 담양에서의 반나절은 행복하기만 하다.

 


태그:#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관방제림, #죽녹원, #죽향문화체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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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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