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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가 엄청나게 많다. 시내는 자전거가 넘쳐난다. 자전거는 네델란드인들에게 재산목록 1호라고 한다. 국민소득 3만8천불로 높은 편이지만 검소하게 산다. 세금으로 번 돈의 절반 가까이를 내기 때문에 가져가서 쓸 돈이 많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아낄 건 최대한 아끼기 위해 필수적인 게 자전거란다.

 

한때 도심 교통체증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도 그렇다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차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한다. 현재 여왕인 베아트릭(Beatrix)은 도시에 차가 막히니까 자동차를 못 가져나오게 하려고 주차공간을 모두 없애고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단다.

 

그래서 도심에는 주차공간이 없으며 가끔 있는 주차장도 1시간에 15유로를 받는다고 한다. 주차료를 비싸게 받아 자동차를 타지 않게 하는 정책이란다. 대신 자전거도로를 확대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전거가 도심교통의 40%를 분담한다고 한다.

 

자전거 유료주차장까지

 

자전거를 보면 철자물통이 하나씩 달려 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 중 일부는 자전거가 오래 되면 새 것으로 바꾸는 게 아니라 다른 자전거 바퀴를 떼어다가 단다고 한다. 시청통계에 의하면 하루 자전거 도난 대수가 2천5백대라고 하니 비싼 철자물통을 사서 채워놓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자전거 유료주차장까지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못 말리는 나라다.

 

 

차보다 더 무서운 자전거

 

네델란드 가면 조심해야 할 게 두 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소매치기. 그리고 또 하나는 자전거란다. 자전거의 나라답게 자전거 표시가 있는 전용도로가 있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에 우선하는 게 자전거란다.

 

설령 자전거도로에서 사람과 부딪쳐도 사람이 잘못한 게 된단다. 그래서 성질이 까칠한 사람들은 자전거를 피하지 않으면 짜증을 내기도 하고 받아버리기도 한단다. 이 먼 곳까지 와서 그런 일을 당하면…. 자전거와 마주치면 얼른 피한다. 무섭다.

 

자전거가 많다보니 자전거 전용 신호등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차를 위한 것이란다. 모든 게 자전거가 우선이다 보니 교통흐름이 엉망이 되어 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번잡한 도심에서는 도로를 횡단하는 자전거 신호등을 만들었단다.

 

 

간척지 만드는데 200년

 

네델란드까지 왔는데 풍차를 안 보고 갈 수 없다. 시외로 빠져나가니 우리나라와 별 차이가 없는 농촌풍경이다. 넓은 초지 중간 중간에 집들이 하나둘씩 있다. 하지만 허전한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는 산 아래 올망졸망한 집들이 모여 있어 포근한 느낌이라도 드는데….

 

네델란드는 낮은 땅덩어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신이 버린 땅이라고 한다. 13세기 이전에 92만㏊가 바다에 잠겼다고 한다. 해수면보다 낮은 땅이 대부분이어서 눈만 뜨면 간척을 했단다. 현재까지 50만㏊를 복원했고 나머지도 담수호로 만들어 놓았는데 환경론자들이 반대하고 있어 현재 복원이 보류중이란다. 한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새만금 때문에 많이 찾아왔단다. 외국에서 하면 뭐든지 합리화 시키려는 사람들이겠지만….

 

우리가 그림 속에 봐왔던 아름다운 풍차가 있는 풍경 속에는 땅을 향한 엄청난 집념이 들어있다. 풍차는 초지 간척을 위해 13세기에서 16세기 이전에 만들어졌다. 가장 많을 때는 8000대가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둑을 쌓아 물을 가두고 북해의 바다바람을 이용하여 풍차로 물을 퍼올린다. 그리고 땅을 햇볕에 말려 염기를 제거하면 갈대를 심어 불을 질러 땅과 혼합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렇게 40년을 반복하면 땅이 50㎝ 높아진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여 초지 만드는데 200년이 걸린다고 한다. 지독한 나라.

 

 

풍차 마을 잔세스칸스(Zaanse Schans)

 

풍차의 나라 네델란드에는 풍차가 몇 개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우리나라 민속촌처럼 보존된 풍차마을인 잔세스칸스가 있다. 잔세스칸스는 잔 강(江)을 끼고 있는 방앗간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강을 따라 운송된 후추를 빻고, 땅콩을 가는데 사용되었는데 산업혁명 이후 기계화에 밀려 대부분 없어졌다고 한다.

 

풍차마을에 들어서니 여러 가지 전통가게들이 있다. 나막신을 파는 가게에 들어서니 나막신 만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습지가 대부분인 이곳에서 추위와 더위를 견디기 위해 나막신을 만들어 신었단다.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포플러 나무로 깎는다. 손으로 깎을 때는 5시간 걸렸는데 지금은 기계로 깎으니 5분이면 OK!

 

해는 이미 넘어가고 없다. 집에는 하나 둘 불을 켜고 있다. 이곳은 북위 51°. 우리나라 38선을 생각하면 한참을 올라간다. 5시만 넘으면 해가 없단다. 한적한 풍경을 좀 더 밝은 기분에 볼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어둠에 밀려 풍차마을을 나선다.

 

이곳까지 와서 화장실 청소라니

 

저녁을 먹고 호텔에 들어서니 치약도 없고, 면도기도 없다. 공짜가 없는 나라라더니. 작은 비누가 전부. 그래도 수건은 준다. 세면대는 무척 높아 팔꿈치를 타고 물이 흘러내린다. 네델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사람들이 사는 나라다. 남자 평균 신장이 185m, 여자는 174m란다. 화장실에 들렀다가 변기가 너무 높아 어색하기만 했는데….

 

샤워기를 틀고 샤워를 하는데 욕실에 물이 빠지지 않는다. 바닥에 물이 찰랑거릴 정도로 찼다. 왜 이러지? 바닥을 아무리 둘러봐도 배수구가 없다. 결국 샤워를 중단하고 수건으로 물을 묻혀서 욕조로 짜내는 일을 한참 했다. 이곳까지 와서 화장실 청소라니. 유럽의 호텔에는 화장실에 배수구가 없는 곳이 많단다.

 

덧붙이는 글 | 11월 9일부터 16일까지 다녀왔습니다.


태그:#암스테르담, #풍차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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