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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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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땐 곁에 항상 니가 있어주었기에
너의 소중함을 몰랐던 날 용서해
다시 너에게로 가고 싶어 널 사랑해
우리 처음 만난 그때처럼 내게로 돌아와

이 노래 기억하세요? ‘오락실’이라는밴드의 <후> 인데요. ‘일과 이분의 일’로 유명한 투투 출신 황혜영씨가 보컬로 참여해 주목을 받았었죠. 짧은 활동을 끝으로 해체되어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지만,아직도 <후>를 기억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노래…가사가 참 마음에 와닿습니다. 지금 곁에 있는 것의 소중함, 저 부터가 잊고 살 때가 많으니까요

해외에서는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고 했던가요. 현재 저는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데요. 몸이 떨어져있는 까닭인지, 한국이라면 당연했을 것들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연말연시라 그런지, 고향 생각이 많이 나기도 하구요. 무엇보다 가장 그리운 것! 역시 힌국 음식인 것 같아요. 몸이 한국의 맛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신토불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더라구요.  낚지볶음, 설렁탕, 떡볶이…등등. 먹고 싶은 음식을 하나씩 열거하면 웬만한 뷔페 식당 메뉴가 다 등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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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일본 음식 좋아하거든요. 스시, 돈부리(덮밥), 미소(된장) 라멘, 오니기리(주먹밥) 등. 맛있는 음식 참 많아요. 일본의 경우는 지역에 따라 각 지역의 명물이라 부르는 음식이 있습니다.

예를들어 후쿠오카 라면, 나가사키 카스테라, 오사카 타코야키처럼요. 일본의 또 다른 특징은 세계 각국의 음식을 비교적 손쉽게 맛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프랑스나 중국, 이탈리아 요리는 물론이구요. 인도, 스페인, 태국, 뉴질랜드 등 다양한 나라의 요리를 간판으로 내건 식당들이 많습니다. 특히 제가 살고 있는 교토(京都)는 외국인 거주자 비율이 높은 편이라, 현지 출신 요리사가 운영하는 식당들도 꽤 눈에 띄더라구요.

그러나 이런 일본도, 저 같은 외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 2% 부족할 때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한 밤 중에 허기진 배를 붙들고 텅빈 냉장고 앞에 서 있을 때, 혹은 외출 준비가 귀찮지만, 제대로 된 요리를 먹고 싶을때, 한국이었으면? 아마 망설임없이 ‘24시간 배달 가능!’ 식당을 찾았을 겁니다. 그러나 일본은 배달은커녕 24시간 영업을 하는 식당도 귀합니다. 기껏해야 술집이나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 푸드점 정도인 것 같아요.

물론 일본도 배달 문화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에서는 배달을 ‘데마에(出前)’ 라고 부르는데요. 아마도 집 앞(前)에까지 가지고 나간다(出)는 정도의 의미겠지요. 젊은 친구들은 데마에보다 ‘데리바리(Delivery의 일본식 발음)’ 라는 말을 쓰기도 하더라구요.

그러나 데마에는 주로 피자나 일부 중화요리점의 경우에 해당될 뿐 그리 대중화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일본의 배달 문화와 관련해서 가장 신선했던 것은, 스시나 도시락(벤또)를 시켜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특히 친구들을 초대하는 경우는, 간단한 요리만 준비해두고, 스시류를 주문하고는 하더라구요.

일본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또 한일 양국의 비교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사실 본론은 여기부터예요. “지금 내가 만일 한국이라면, 배달해서 먹고 싶은 음식은?” 그러면 즉각 떠오르는 것은 딱 두 가지예요. 자장면과 오뎅탕. ‘곁에 항상 있어주었던’ 자장면과 오뎅탕이었지만, ‘소중한 줄 몰랐던’ 어리석은 제 모습, 반성하는 마음으로 자장면과 오뎅탕을 추억해보고자 합니다.

제 기억 속의 자장면은 주로 이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릴 적에 저희 집이 이사가 잦았거든요. 이삿짐 정리가 끝나갈 때 즈음이면 항상 현관 밖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오고는 했습니다.

“자장면이요~”

그 순간, 약간의 육체 노동이 불러온 피로는 눈 녹듯 사라지고 맙니다. 돼지 기름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춘장에, 알싸한 양파의 향, 보드랍게 뭉쳐져있는 면을 잘 비벼, 소스를 적절히 분배하고 입가에 검은 춘장을 묻혀가며 힘껏 면을 빨아들일 때의 기분이란! 아마 아이들에게 천국이란 자장면을 배부르게 실컷 먹을 수 있는 곳을 말하는지도 모릅니다.

아쉽게도 일본에는 자장면이 없습니다. 중국인들이 경영하는 중화 요리점에도 자장면은 없는 걸 보면, 지금의 자장면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진 한국 요리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자장면이 그리울 때는 근처 한국 슈퍼에서 ‘짜파게*’ 등으로 대리 만족할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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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오뎅’은 일본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중 하나예요. 편의점에서는 겨울만 되면 오뎅 코너를 별도로 마련합니다. 포장해서 집으로 가져 갈 수도 있구요. 슈퍼에는 끓는 물에 넣기만 하면 오뎅탕이 되는 레토르트 요리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문제는 국물입니다. 일본 오뎅의 경우 기본적으로 무와 소고기를 넣어서 국물을 만듭니다. 멸치로 다시를 내서, 무, 파,고추씨 등으로 맛을 내는 한국의 국물과는 맛이 사뭇 달라요. 게다가 얼큰한 오뎅탕이라니, 일본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조합이죠. 특히 요즘처럼, 쌀쌀한 바람이 부는 저녁이면, 얼큰한 오뎅탕 국물이 그리워집니다.

앞으로 몇 년은 더 일본에 있어야 할텐데, 벌써 한국 음식이 그리워서 어떡하죠. 일본에 한국 요리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음식(실은 2% 부족한 맛이지만)을 두 배의 값을 치르고 먹으려니 얼마나 아깝게 느껴지는지.

게다가 이런저런 얘기 도란도란 나누면서, 함께 식사를 나눌 사람들도 한국에 있으니 말입니다. 언제나 생활하는 집에 앉아서, 누군가가 만든 요리를 배달해 먹을 수 있다는 것. 당연하지만 소중한 일이겠죠.

저는 한국에 돌아가면, 자장면부터 주문할 것 같아요. 초등학생 시절부터 단골인 중국집이 있거든요. “여기 간자장 하나 주세요!”라 주문하면,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현관 밖에서 우렁찬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올텐데 말입니다.


태그:#배달, #일본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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