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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안전공단(아래 안전공단)이 29일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노동자들의 암 발병은 직무와 연관성이 없다는 내용의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들의 백혈병 사망이 노동계의 현안으로 떠오른 지 1년여 만에 나온 조사결과에 대해 유족 및 시민단체들이 실망감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어 새해에도 노동자들의 사인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안전공단 "반도체공장 암 발병, 직무연관성 없다"

 

안전공단은 이날 오후 인천시 부평구 공단 본부 강당에서 지난 10년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 한국반도체협회 소속 6개 회원사와 29개 협력업체에서 근무한 전-현직 노동자 22만9천여 명의 고용보험자료와 사업장 인사자료를 토대로 9개월간 실시한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안전공단은 그동안 작업장의 화학물질 노출환경과 백혈병의 연관성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는데, 2007년 역학조사를 의뢰받은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황유미씨 등 5명의 작업환경 측정 결과를 이번에 내놓았다.

 

안전공단은 "백혈병 유발가능 물질인 벤젠을 비롯해 셀로솔브, 에틸렌글리콜, 아르신 등을 측정하였고 노출기준을 초과하는 시료는 없었다"며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유족과 시민민단체인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역학조사를 할 당시 삼성이 작업장의 물량을 줄이고 화학물질을 치우는 등 대대적인 청소를 함으로써 조사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반박했다.

 

안전공단은 그 동안 논란을 빚었던 백혈병 발병 및 사망률에 대해서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남성 노동자의 백혈병 발병 및 사망률은 일반인구보다 낮은 수준이었고, 여성노동자들의 경우 일반에 비해 1.48배(사망률)와 1.31배(발병률) 높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것이 통계적으로는 의미가 없다는 게 공단의 설명이다.

 

안전공단은 여성노동자들의 비호지킨림프종 발병률이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높다는 점은 인정했다.

 

공단 직업병연구센터 박정선 소장에 따르면, 반도체공장 여성노동자의 비호지킨림프종 발병률은 일반인구집단의 2.67배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비호지킨림프종은 몸에서 면역 기능을 맡고있는 림프계에 발생하는 암의 일종인데, 특히 조립공정에 투입된 생산직 여성의 발병률은 일반의 5.16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노동자 비호지킨림프종 발병률 '높다'

 

그러나 이같은 발표가 나온 직후 삼성전자 관계자는 "안전공단의 조사방법 대로 인사기록을 분석해보면, 삼성전자 반도체 조립라인 생산직 여사원의 발병률은 일반국민의 5.16배가 아니라 0.82배로 평균을 밑돌았다"고 반박했다.

 

박정선 소장은 "발생 및 사망률이 낮은 림프종 질환의 위험도를 평가하기에는 10여 년의 추적기간은 다소 짧았고, 조사 자료에 과거 직무 및 공정이 세부적으로 기록되어 있지 않다는 점, 반도체 공장에 들어오기 전의 직업과 흡연 여부 등 비직업적인 위험요인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없었다"며 이번 조사가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음을 토로했다.

 

박두용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도 "백혈병은 10만 명당 환자 2~3명 나오는 질병"이라며 "제대로 된 분석이 나오려면 선진국에서도 최소한 20~30년의 추적기간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유족 및 '반올림' 회원 30여 명은 기자회견장을 찾아와 "오늘 기자회견은 올해 4차례의 공단-유족 간담회에서 되풀이된 내용"이라며 "안전공단이 삼성전자 반도체에 면죄부를 주기위해 공허한 통계 수치를 늘어놓으며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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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삼성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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