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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매서운 추위가 엄습했다가 물러난 일요일(1/18) 한낮 청계천 하구를 찾았다. 갈색으로 변한 잎과 너덜거리는 하얀 억새꽃이 어렴풋이 지난 가을의 정취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과는 달리 청계천은 얼음이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성동구 사근동에서 청계천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내려서자 젊은 연인들 몇이 하얗게 얼어붙은 청계천 눈밭을 거닐며 겨울 정취에 젖어들고 있었다. 산책로를 걸어 하구로 내려가자 전에 보지 못하던 풍경들이 나타났다.

 

오른편 살곶이 공원 근처에 멋진 조각 작품들이 세워져 있었던 것이다. 조각품들이 세워져 있는 곳은 새롭게 공원이 조성된 곳으로 전에는 어린이 야구연습장이 있던 곳이었다. 조각공원에는 10개의 멋진 작품들이 세워져 있었다.

 

맨 먼저 눈길을 끈 작품은 '천사'라는 작품이었다. 한쪽 날개를 펴고, 개미 안테나를 세운 개구쟁이 자세에 혀를 날름 하는 어린 소녀의 표정은 정말 어리고 귀여운 천사의 모습이 틀림없어 보였다.

 

두 번째 작품은 '결실'이라는 작품이었다. 스테인리스를 소재로 만든 이 작품은 반달형의 차곡차곡 위로 쌓인 형태 위에 작은 구슬들이 얹혀 있는 모양으로 곡식의 결실을 형상화한 작품이었다.

 

세 번째 작품 '대화'는 소재가 아주 특이한 작품이었다. 커다란 사슴이 목을 왼쪽으로 약간 돌리고 서있었는데 사슴이 바라보고 있는 곳에 의자가 놓여 있었다. 사슴과 의자의 대화를 표현하고자 했을까? 아니면 사슴과 의자 위에 앉은 보이지 않는 사람과의 대화를 표현한 작품일까?

 

네 번째 작품은 푸른 꿈이라는 뜻을 가진 '블루드림'(Blue Dream). 사각형 상자 모양의 면면에 푸른 하늘과 구름이 그려져 있었다. 다섯 번째 작품은 '약속의 나무'로 잎이 무성한 나무 한 그루를 형상화한 작품이었다.

 

여섯 번째 작품은 '동심의 세계'라는 청동재료를 이용해 만든 작품으로 또 다른 이름 '남매상'으로도 불리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에는 누군가 지난 추위에 예쁜 옷을 입히고 귀여운 모자까지 씌워 놓아 관할 성동구청에서 옷을 입혀준 따뜻한 마음의 주인공을 찾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일곱번째 작품은 '섬 이야기'였다. 커다란 원형 가운데 삼각형의 하얀 물체가 있고 여기서 새싹이 돋아나는 것 같은, 역시 희망을 메시지로 담은 작품으로 보였다. 여덟 번째 작품은 가족을 형상화한 '화목'이었다.

 

그리고 아홉 번째 작품은 커다란 귀와 눈을 강조한 '토끼의 꿈'이었는데 마침 작품 곁에는 젊은 여성이 카메라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정말 작품이라도 구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토끼의 꿈을 대신한 소녀의 꿈이 된 풍경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열번째 작품은 '소멸과 생성의 문'이었다. 이 작품은 한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오는 세월의 흐름을 문을 통해 형상화한 작품이었다. 문설주로 세워진 커다란 기둥에는 지난해인 무자년의 글자와 쥐를 형상화한 그림, 그리고 올해 기축년의 글자와 소를 형상화한 그림 등 요 근래 몇 해의 그림들이 앞뒤에 그려져 있었다.

 

추위가 풀린 청계천 하구에서 만난 조각품들은 산책 나온 인근 주민들과 이곳을 찾은 많은 시민들에게 격조 높은 좋은 볼거리가 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살곶이 공원, #조각 작품, #남매상, #이승철, #청계천 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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