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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년 설날이다. 설날은 상서로운 날이다. 단군 할아버지가 나라를 세우신 이래 오천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지켜온 명절이기도 하다. 나라를 빼앗긴 일제 때에도 당당하게 지켜온 명절이다. 자랑할 수 있으면 설날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하다. 하늘도 그런 마음을 아는지, 상서로운 눈을 내려 축복해 주었다.

 

눈이 내려 귀향하는 길이 조금 더 힘들어도 힘들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가족을 만난다는 즐거움을 생각하면 신나기만 하다. 고향에 가면 세월에 화석으로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살아 있다. 가슴에 각인되어 있는 아름다운 편린들이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름다운 명절 설날이다.

 

설날은 시작을 뜻한다. 새로운 날이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한 해가 새롭게 펼쳐진다는 의미이다. 세월은 시작되면 흘러간다. 멈추는 법은 없다. 가지 말라고 아무리 애원을 하여도 아무 소용이 없다. 할 일이 남아 있으니, 잠시만이라도 기다려 달라고 하소연하여도 무심한 세월은 그냥 멀어져 간다. 야속하게.

 

시작되면 가야만 한다. 가다보면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다. 환희를 맛볼 때의 기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좋다. 그런 손님만 찾아온다면 날마다 즐거운 날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인생이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보다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더 많다. 불평하여도 아무 소용이 없다.

 

인생이란 예측할 수가 없어서 당혹스러운 것이다. 찾아오는 손님이 좋은 소식만을 전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야속한 운명은 그렇지 않다. 바라지 않은 일만을 골라서 찾아오는 것이다. 찾아오는 슬픔은 맞이하지 않고 싶다. 마음을 고통의 늪으로 빠져들게 아픔은 정말로 거부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소용이 없다.

 

거부하면 할수록 더욱 더 잔인하게 찾아오는 것이다. 오지 말라고 빗장을 걸어 잠그고 또 잠가보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사방을 모두 다 막아버리고 발악을 해보아도 어디로 들어오는지, 배어드는 것이다. 슬픔은 빗물처럼 온 몸을 적시고 만다.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고통의 늪에서 헤매게 되는 것이다.

 

거부하는데 급급하다 보면 볼 수가 없게 된다. 슬픔 뒤에 숨어 있는 기쁨은 아예 생각조차 할 수가 없다. 인생은 마법과 같아서 나쁜 것처럼 보이지만 기쁨이 배어 있고 기쁜 것 같지만 슬픔도 함께 있는 것이다. 아픔이 두려워서 아픔을 피하기 위하여 발버둥을 치고 있노라면 아픔 뒤에 숨어 있는 기쁨을 볼 수가 없다.

 

당당해지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 아픔도 손님으로 정중하게 받아들이면 된다. 손님을 맞이하게 되면 아픔 뒤에 숨어 있는 기쁨을 볼 수 있다. 아픔은 아픔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아픔을 극복하고 나면 얻게 되는 기쁨의 크기는 아픔의 크기에 비례하는 것이다.

 

슬픔이 적으면 얻게 되는 기쁨도 적다. 그러나 아픔이 크고 깊으면 그에 상응하여 환희 또한 커지는 것이다. 봄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 겨울 뒤에는 봄이 기다리고 있다. 봄이 되면 활짝 피는 매화를 볼 수 있다. 크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기 위하여 겨울이 아팠던 것이다. 아픔도 손님을 맞이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일본에서 직접 촬영


태그:#아픔,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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