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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희는 걸음마를 떼기도 전부터 딸기밭에 다녔습니다. 딸기를 벗삼아 잠을 청하고, 그 향에 취해 옹알이를 하였습니다. 아무튼 그러다보니 딸기를 무지하게 좋아하지요. 걷기 시작한 이후에는 본인이 직접 딸기를 따먹곤 합니다. 아래 사진은 건희가 약 14개월때 찍은 사진입니다. 좀 남자애처럼 나왔죠?

 

 

 

아, 이 녀석. 이제 아빠를 가르치려나 봅니다. 구르마를 끌고 딸기 하우스로 들어가면서 저보고

 

"아빠~빨이 와~~"

 

라고 소리칩니다.

 

 

 

저와 한참을 돌아다니면서 드디어 딸기를 습득했습니다. 사실은 저도 딸기 먹기에 바빠서 몇 개 못 땄는데요. 건희 외할아버지께서 이렇게 챙겨주셨네요.

 

아래의 저 집중하는 모습. 와~만약 공부도 이렇게 집중하게 된다면 녀석은 하버드에 갈지도 모릅니다. 물론 별로 보낼 마음은 없습니다. 사실 돈도 없고 말이지요 ^.^

 

 

 

이 광활한 논을 보더니 하우스에만 있기 싫었나 봅니다. 저보고 자꾸 나가자 하더라구요. 밖에 나가더니 논두렁에 서서 한참 동안 주위를 둘러보더군요. 무슨 땅보러 온 사모님 같았습니다. 흐흐흐

 

그러더니 이제 걷기 시작합니다. 논을 가로지르더라구요. 제가 걱정이 되어 뒤를 쫓았더니 자기 혼자 간다고 따라 오지 말랍니다 흑, 이 녀석 벌써부터!

 

하지만 이내 울퉁불퉁한 길에 적응 못하고 넘어지고 말았지요. 아빠를 부르더라구요. 자기를 안아서 데리고 나가랍니다. 고연녀석~

 

 

저희 부부는 제가 대학원을 마친 후 시골로 내려갈 예정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만 그 중에는 건희를 위한 마음도 있습니다. 저희는 건희가 "흙냄새" 나는 사람으로 자라면 참 좋겠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흙은 참 정직하지요. 많은 생명을 품어주는 따뜻함이 있습니다. 또한 참 넓고 큰 마음이 있지요. 기왕이면 건희도 그랬으면 하는 것입니다.

 

훗날 성장하여 도심에서 살고 싶다한다면 녀석을 축복하며 "가라" 라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다만 힘들겠지만 회색빛 도심 속에서도 초록빛 풀냄새를, 황토빛 흙냄새를 풍기며 살라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정직하게, 생명을 일구면서, 가난하고, 어려운 이를 섬길 줄 아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물론 이것이 싫다해도 선택은 녀석의 몫이고, 녀석의 인생이기에 존중해주려 합니다. 하지만 이 어린 시절의 경험이 녀석의 따뜻한 감수성과 사람 냄새 풍기는데, 자양분이 될 수 있으리라 믿어 봅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똑똑하고, 재빠르며, 돈 잘 버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 말이지요. 한명쯤 아니 저희 부부를 포함해 몇 명쯤은 조금 느리고, 여유있게, 좀더 흙에 가까이, 낮은 곳에서 어려운 이를 섬기며 사는 것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건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필자의 블로그 [라이프]하늘바람몰이(http://kkuks81.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가정교육, #논, #딸기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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