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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한 '용산철거민참사' 한달을 맞은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남일당건물에 '여기 사람이 있다'는 글과 철거민들의 모습을 담은 대형 걸개그림이 걸리고 있다.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한 '용산철거민참사' 한달을 맞은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남일당건물에 '여기 사람이 있다'는 글과 철거민들의 모습을 담은 대형 걸개그림이 걸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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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일당건물 주변에 이명박 정부의 재개발 정책을 비판하는 그림이 침대 매트에 그려져 전시되어 있다.
 남일당건물 주변에 이명박 정부의 재개발 정책을 비판하는 그림이 침대 매트에 그려져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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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0일 밤 9시 40분]

'벌써' 한 달이다. 용산 남일당 건물 꼭대기, 그것보다 더 꼭대기 망루에서 불길이 일고 쓰러져, 다섯 명의 철거민들과 한 명의 경찰 특공대가 목숨을 잃은 대형 참사가 일어난 지 꼬박 30일이 지났다.

한 달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검찰이 적지 않은 인력을 투입해 조사에 착수했고, 국회에서도 연일 사건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일었다. '경기 서남부 연쇄 살인사건으로 용산 참사를 물 타기하라'는 내용의 청와대 이메일이 공개되어 파문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한 달 뒤 용산 철거민 유족들에게 남은 것은 "다섯 명의 주검과 여섯 명의 구속 사실"이었다. 검찰 발표는 숨져간 다섯 명의 철거민을 겨눴고,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는 "경찰의 과잉진압은 없었다"는 검찰 발표가 있고 나서야 떠밀리듯 자리에서 내려왔다.

오히려 그새 여섯 명의 철거민과 전철연 관계자들이 구속됐다. 참사로 아버지(고 이상림씨)를 잃은 아들(이충연 용산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마저 감옥으로 갔다. 촛불이 다시 밝혀졌지만 유족들의 마음을 따스이 '뎁힐' 만큼은 되지 않고 있다.

용산 참사 한 달을 맞은 2월 20일 오후 1시. 용산 남일당 건물은 그날의 아픔을 여전히 드러내고 있었다. 깨지고 남은 유리조각은 위태롭게 창틀 곳곳에 걸려 있었고 찢어진 펼침
막과 이미 주인을 잃은 간판들만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전경들은 3~4명씩 짝을 이뤄 건물 내부에서 경계를 서고 있었다. 황량한 현장은 황사를 머금은 차가운 날씨 탓에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일부 유족들은 분향소 안에서 몸을 떨고 있었고 일부 유족들은 거리로 나가 시민들의 서명을 받고 있었다. 1시 40분 무렵, 거동이 불편한 문정현 신부가 먼발치에서 느린 걸음으로
현장쪽으로 걸어왔고 이덕우 변호사도 현장에 도착해 유족들을 위로했다.

행사 관계자들은 오늘 새로 걸 걸개그림 부착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고 작업을 위해 대형 크레인이 움직였다. 인도를 따라 촘촘히 둘러친 전경버스 앞에서는 전경들이 무릎 보호대와 조끼 등을 착용하는 모습이 보였다.

'용산철거민참사'가 발생한 남일당건물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그림들.
 '용산철거민참사'가 발생한 남일당건물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그림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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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철거민참사'를 담은 대형 걸개그림이 남일당건물에 내걸렸다.
 '용산철거민참사'를 담은 대형 걸개그림이 남일당건물에 내걸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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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20분 무렵이 되자 '이명박 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대책위)와 유족들이 기자회견을 위해 현장 앞으로 이동했다. 이들이 들고 나온 펼침막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용산 살인진압 1달, 남은 것은 불신과 의혹뿐입니다."

고 양혜성씨 부인 김영덕씨는 조용하고 나지막이 말했다.

"벌써 한 달이 됐네요. 그런데 아무런 결과가 없습니다. 다 철거민 탓이라고만 하네요. 어째서 저희 탓입니까. 우리는 장례가 우선이 아닙니다. 김석기 구속하고 구속자들 석방시키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죄해야 합니다."

시아버지 이상림씨를 참사로 잃고 남편 이충연씨마저 감옥에 빼앗긴 정영신씨는 터져나오는 울음을 겨우 막아가며 발언을 이었다.

"오늘이 참사 한 달이라는 말을 어제 전해듣고서야 알았습니다. 엊그제 일인 것 같은데 벌써 한 달이군요. 그러는 사이 내가 밥을 먹고 말을 하고 잠을 잤다는 사실조차 참 기가 막힙니다. 검찰 발표 내용은 두 가지였습니다. 경찰과 용역들은 죄가 없고 철거민들이 서로 죽이고 스스로 죽었다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언론 보도도 줄어들고 있고 병원 영안실 발걸음도 뜸해집니다.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잊혀 가는 유가족들 처지에서는 서운하고 불안합니다. 해결 기미도 안 보이고요. 저희를 도와주시는 분들이 언제까지 우리와 함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자리에 다시 오니 그날 새벽의 일이 눈에 선합니다. '저 안에 사람이 있다'는 외침, 검은 연기와 뜨거운 불길, 옥상에서 부르짖던 이웃들의 눈물이 생생합니다. 돌아가신 다섯 분의 명예가 회복되고 구속된 여섯 분이 석방될 때까지 끝까지 싸워보겠습니다.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함께해 주십시오."

문정현 신부는 "다 빼앗긴 사람들이 굴뚝, 철탑, 크레인처럼 높은 데로 올라가 외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며 그게 바로 하늘의 소리"라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어서 이곳으로 와 애도의 뜻을 표하고 막은 귀를 열어야 진정한 대통령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덕우 변호사는 "오늘 김수환 추기경 장례미사에서 한승수 총리가 읽은 이명박 대통령 추모사를 보니 '서로 사랑하라'고 돼 있었다"면서 "이런 뻔뻔한 대통령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문에서 "검찰의 편파 왜곡 수사로 고인의 명예가 심각히 훼손되었고 유가족의 가슴은 하루하루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유가족 앞에 사죄하고 이번 사건에 대해 전면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한 '용산철거민참사' 한달을 맞은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남일당건물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사죄와 전면 재조사를 촉구했다.
 '이명박 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한 '용산철거민참사' 한달을 맞은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남일당건물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사죄와 전면 재조사를 촉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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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에는 유족과 대책위, 시민 등 500여 명이 용산 참사 현장에 몸여 촛불을 밝혔다.

대책위는 그동안 천막으로 운영하던 분향소를 옛 남일당 점포 안으로 옮겼으며 분향소 앞에는 횃불이 내걸렸다. 촛불집회가 열리는 동안 문화예술인들은 분향소 옆 공간에서 숨진 다섯 명의 철거민들 얼굴을 대형 펼침막에 그리는 작업을 벌였으며 예술인 장성진씨는 살풀이를 통해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박래군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아직 우리들이 권력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면서 "구속을 각오하고 반드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이뤄내 죽은 인권, 죽은 민주주의를 살려내겠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밤 10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추모 연극과 추모 영상제 등 문화공연을 열 계획이다.

한편 대책위는 "경찰은 어떠한 합당한 근거도 없이 집회신고를 반려하고 '묻지 마 원천봉쇄'를 자행하고 있다"면서 "21일 오후 4시 청계광장에서 열릴 예정인 추모대회를 경찰이 봉쇄할 경우 연행을 무릅쓰고 곧바로 추모행진에 돌입할 것"라고 밝혔다.

2월 20일, 용산참사 한 달을 맞아 참사 현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유족들이 영정을 들고 서있다.
 2월 20일, 용산참사 한 달을 맞아 참사 현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유족들이 영정을 들고 서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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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들과 함께 하는 문화예술인'들이 20일 저녁, 참사 현장 근처 대형 펼침막에 고인들의 얼굴을 그리고 있다.
 '철거민들과 함께 하는 문화예술인'들이 20일 저녁, 참사 현장 근처 대형 펼침막에 고인들의 얼굴을 그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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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 장성진씨가 고인들의 넋을 기리는 살풀이를 하고 있다.
 예술인 장성진씨가 고인들의 넋을 기리는 살풀이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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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대통령 사죄하고 전면 재조사하라!"
용산 살인진압 1달, 대통령은 유족 앞에 사죄하고 전면 재조사 하라!

용산 살인진압 1달에 즈음한 범대위의 입장

용산 살인진압으로 참사가 발생한지 1달이 지났다. 강제철거와 살인진압으로 6명이 사망한 엄청난 참사가 발생했고 한 달이 지났으나 지금 현재 해결된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검찰은 왜곡 편파수사로 ‘살인진압 책임자 무죄, 살인진압 희생자 유죄’라는 희대의 사기극으로 사건을 날조하여 발표했다. 검찰의 편파 왜곡 수사로 고인의 명예가 심각히 훼손되었고, 유가족의 가슴은 하루하루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건만, 진상규명은커녕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날조된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아무런 사과도 대책도 없이 진실을 은폐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데 골몰해 왔다. 도심테러, 자해공갈단, 알카에다 등 철거민들을 폭도로 매도하는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망발이 이어졌으나 국민들의 빈축만 샀을 뿐이다. 반면, 청와대의 여론조작 행위가 폭로되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찰 기동대의 사후 대책회의, 화재원인에 대한 각종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검찰 수사결과의 기만성이 드러나고 있다. 이처럼 참사 1달이 남긴 것은 여당의원들의 망발, 청와대의 여론조작과 검찰에 대한 불신뿐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번 사건을 덮기 위해 급급해 왔다. 사건조작, 여론조작으로 철거민들에게 책임을 덮어씌운 것뿐 아니라, 철거민들을 탄압하는데도 앞장섰다. 용산 참사로 철거민 6명을 구속하고 21명을 기소하였으며, 나머지 농성자에 대한 수사도 멈추지 않고 있다. 유족을 납치, 감금 폭행한 경찰들은 버젓이 두고 전철연 회원들을 경찰폭력혐의로 조사하고 있으며, 전철연에 대한 마녀사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범대위 관계자 9명에 대한 소환장 발부, 추모대회의 원천봉쇄 등으로 추모행사를 가로막고 범대위에 대한 탄압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

공권력에 의한 비극적 참사가 있은지 1달, 우리는 검찰수사를 무효화하고 전면 재조사하는 것만이 국민대중의 분노를 잠재우는 유일한 길임을 강조한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사건을 조작하고 여론을 호도하여 은폐하는 작태가 계속된다면 경제위기와 부자 살리기식 법률 개악에 화가 난 국민대중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일임을 경고한다.

한편, 참극이 일어난 용산4구역에는 아직도 철거 용역이 활개를 치고 있고 재개발은 멈추지 않고 있다. 우리는 살인진압의 하수인인 용역을 용산4구역에서 완전히 몰아낼 것이며, 진상규명이 되기 전에 어떠한 형태의 재개발도 이루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다.

우리는 용산 살인진압과 참사 1달에 즈음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첫째, 검찰수사를 무효화하고 전면 재조사하라!

둘째, 대통령은 유족앞에 사죄하고 살인진압 책임자를 구속 처벌하라!

셋째, 구속된 철거민을 석방하고 전철연 탄압을 중단하라!

넷째, 용산4구역 재개발을 중단하고 용역을 완전 철수하라!

다섯째, 추모대회의 평화적 개최를 보장하라!

2009. 2.20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



태그:#용산참사, #이명박, #남일당, #용산철거민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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