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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속에 취업의 관문을 돌파하려는 지금의 20대는 '인턴세대'다. 기업인턴, 행정인턴, 청년인턴, '알바'형 인턴부터 '취업 보장'형 인턴까지 다양하다. 그 어느 때보다 인턴세대의 고민이 깊다. 어둠의 터널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겨울 가뭄에 목이 타 들어갔던 일부 지역 주민들처럼 숨이 턱턱 막히는 '취업란'에 직면해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인턴세대의 명암' 기획을 연재한다. 이 기획시리즈에서는 다양한 인턴들의 고민과 전문가들의 조언, 인턴제도의 장·단점 등을 두루 살펴본다. <편집자말>

 

OOO에 인턴으로 붙었는데, 마음이 심란해요. 사회생활을 인턴으로 시작해도 괜찮을까요? 일단 들어가서 열심히 일하면 정식으로 채용될 수는 있나요? 인턴 경력은 스펙으로 얼마나 인정을 받을까요? 차라리 인턴할 시기에 공부 더하고 자격증 따면서 다른 데 이력서 넣는 게 낫지 않나요? 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인터넷 카페에 자주 올라오는 질문들이다. 취업정보업체 대학팀 컨설턴트들은 이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청년 구직자들에게 "인턴제를 활용하라, 그러나 목표는 분명히 정하고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이들은 대부분 인턴에 눈을 돌리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권했지만, 무작정 눈높이를 낮춰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단기간 돈을 벌면서 취업 준비를 할 것인지, 원하는 분야의 경력으로 인정받으려 하는 것인지에 따라서 인턴생활은 사회 경험이 될 수도 있고 시간 낭비가 될 수도 있다고 이들은 충고했다. 뚜렷한 목적 없이 '아무 데나 붙기만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직장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선생님, 백수보다는 인턴이 나을까요?"

 

신홍섭 '사람인' 대학팀장은 "정규직 전환도 가능하고 다른 회사를 가더라도 큰 도움이 된다"면서 인턴제 활용을 권했다. 회사 처지에서는 인턴들에게 투자한 시간과 비용이 아까운데다가 이왕이면 '생초짜' 신입사원보다는 인턴 경험자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정명구 커리어넷 캠퍼스 커리어팀장은 "인턴 기간에 맞는 프로젝트와 멘토를 만들고 그 계획에 맞춰서 채용하는 모범적인 기업들도 있다"고 전했다. 회사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서 좋고 인턴 지원자들도 확실한 경력을 쌓을 수 있어서 좋다.

 

그러나 "반복적 업무가 필요한 제조업에서는 인건비를 줄이고 정부 혜택도 받으려고 인턴을 뽑은 뒤 정규직 채용은 안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정 팀장은 "학생들에게 업체들을 판단할 잣대가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업체 정보를 공개하고 구직자에게 좋은 업체를 연결해줄 창구가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에서도 지원 예산을 단계적으로 집행하면서 인턴제를 모범적으로 이용하는 회사에 인센티브를 주고 악용하는 회사는 규제하는 식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귀열 스카우트 홍보과장은 "각자 가진 스펙 조건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토익점수가 800점대라면 인턴 경험을 해보는 게 낫고, 600~700점대라면 공부를 더해서 스펙을 높이는 게 낫다는 것이다.

 

조 과장은 "일단 학자금 대출이라도 갚으려고 인턴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목표 없이 시간을 때우려 해서는 안 된다"면서 "인턴이더라도 정식 직원처럼 성실하게 일하면서 인맥을 쌓고 아이디어도 많이 내야 살아남는다"고 당부했다.

 

반면 리크루트 대학사업팀의 김아름 컨설턴트는 "정규직 전환 가능성도 거의 없고 경력이 될지도 잘 모르겠다"고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채용을 의뢰하는 업체들도 정부의 잡셰어링 시책에 맞춰서 어쩔 수 없이 인턴을 뽑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김 컨설턴트는 "집에 있기가 눈치가 보여서 인턴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당장 절박한 게 아니라면 시간을 갖고 공부하면서 준비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그는 상담을 받는 학생들에게 오히려 "눈높이를 높이고 때를 기다려라"고 충고한다고 한다.

 

최악의 행정인턴, 취업 공백보다는 낫다

 

일반기업 인턴과 달리 행정인턴에 대해서는 "가장 안 좋은 형태"라는 데 별 이견이 없었다.

 

행정인턴은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아예 없다. 공무원시험이라는 법적 채용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자료정리·문서입력 등 사무보조만 한다. 인턴이 행정적 책임을 질 수도 없는 데다가 10개월 뒤에 그만둘 사람에게 중요한 업무를 맡길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업무경험을 쌓을 수도 없고 경력으로 인정받지도 못한다.

 

조귀열 과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단순업무 시키지 말라'고 했지만, 인턴들에게 시킬 만한 일이 없지 않느냐"면서 "기존의 공공근로사업을 약간 업그레이드한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식 행정업무를 못 시킨다면 일정 시간은 취업교육을 받게 하고 사회복지 일을 시키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아름 컨설턴트는 "기관에 따라 업무를 제대로 배우는 행정인턴도 있고 종일 문서 접수만 하는 행정인턴도 있어서 중구난방이다"면서 "국가에서 뽑은 사람인 만큼 책임지고 단순 사무보조가 아니라 일정한 기준에서 공문 작성 등의 업무를 배우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컨설턴트는 "경력이 나중에 어떻게 활용될지는 회의적이지만,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행정인턴이라도 하는 게 낫다"고 충고했다. 취업공백이 길면 나쁜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기업 측에 보여주는 것이 낫다는 것.

 

김규용 인크루트 대외사업본부장은 행정인턴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일면 인정하면서도 "지금 워낙 구직자가 많기 때문에 이렇게 해서라도 채용하는 게 낫지 않겠냐"면서 "그래도 원하던 분야의 행정인턴에 지원해서 일하는 게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태그:#인턴세대, #인턴, #청년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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