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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고 길게 뻗은 다리는 남성들에게 젊음을 연상시킨다."

 

독일의 성의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 잉겔로레 에버펠트는 책 <유혹의 역사>에서 여자들이 하이힐을 남성들을 유혹할 도구로 이용한다고 기술합니다. 하이힐이 여성들을 더 '젊게' 보이게 한다면서요. 

 

하이힐을 신을 때 신체는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상체를 앞으로 향하게 하고 엉덩이는 뒤로, 약간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게 됩니다. 이런 자세는 하이힐을 신는 것만으로도 여성의 성적 상징물인 가슴과 엉덩이를 강조하는 1석 2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하이힐을 신으면 장딴지 깊은 곳에 위치하는 작은 근육들이 과도하게 일을 하게 되고, 그 결과 평소 크게 보이던 장딴지 근육이 다른 방식으로 수축해 가늘어진 것처럼 보이는 효과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또 발목 관절이 느슨해져 무릎이나 하퇴의 변형을 어느 정도 가려줌으로써 휜다리가 교정되어 보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거창하게 말하면 하이힐의 효과는 남성들에게 성적인 매력을 보이게 한다는 것입니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이론에서 보는 것과 같이, 다른 경쟁 여성들에 비해 생존에 대한 가능성을 높여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남성에게 선택 당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는 경기 불황기에는 여성의 스커트는 짧아지고, 힐의 높이는 높아진다는 세간의 속설과도 일치되는 현상입니다.

 

높아만 가는 굽, 건강에는 빨간불

 

하이힐은 경기 불황과는 상관없이 역사적으로 그 높이가 꾸준히 높아져 왔지만, 10cm 이상의 굽은 찾아보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굽의 높이가 10~15cm 이상 되는 매우 높은 굽의 하이힐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높은 굽의 패션은 킬힐(kill hill)이라고 불리는데, 이런 구두는 비록 뭇 남성들의 시선은 사로잡을지 몰라도 자신의 건강에는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신는 신발은 외부로부터 우리의 발을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킬 힐과 같은 높은 굽의 신발은 신발의 원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만들고, 오히려 몸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습니다.

 

황지혜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우선적으로 "족부와 발목관절에는 직접적인 문제들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발은 인체 기관 중 눈에서 가장 멀기 때문에 그만큼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지기 마련이지만, 20개의 근육, 26개의 뼈, 42개의 인대에 55개의 관절로 구성되는 매우 복잡한 신체 기관입니다. 이런 섬세한 신체 기관은 우리 몸의 체중을 발바닥 전체를 통해 분산시켜 균형을 유지합니다.

 

그러나 킬힐을 신는다면 체중의 부하가 발가락 근처로 과도하게 몰리게 되고, 점차적으로 발가락의 변형과 근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발꿈치가 지면에 닿는 순간 발에 회내전이 일어나야 충역이 흡수되어 감소되는데,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발목 관절에 무리를 주게 됩니다. 결국 무릎과 발목 관절에 무리한 힘을 주게 되고, 이를 통해 골 관절염과 퇴행성 관절염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한편 황지혜 교수는 "발목 관절을 잘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장시간 사용하게 될 경우 장딴지 근육과 아킬레스건이 짧아지게 되고 이는 모든 족부 질환들의 기본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아킬레스건이 짧아지게 되면 일상생활에서 평평한 플랫 슈즈나 운동화 등을 신고 뛰어가다가 아킬레스건이 끊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이때 수술 후 재활치료가 끝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이 적어도 3개월 정도 소요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5cm 이하의 힐, 여성의 성적 능력 향상

 

앞서도 말했지만, 킬힐은 허리를 뒤로 젖히고, 상체를 앞으로 향하게 합니다. 키가 커 보이는 효과와 함께 허리와 가슴의 S라인을 돋보이게 하는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죠. 그러나 섹시함을 강조하는 이런 자세는 허리에 있는 요추의 건강에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의학적으로는 허리가 펴지면서 허리 관절이 잠기게 되는데, 이때 평소 허리 관절이 좋지 않거나 척추에 문제가 있는 여성은 허리 통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 굽이 높아 허리를 과도하게 뒤로 젖힌 상태는 척추가 앞으로 휘는 요추전만증을 심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작년 12월 <유럽비뇨기학 저널>에는 흥미로운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이탈리아 비뇨기과 전문의 마리아 세투로 박사 연구팀의 논문이 그것인데, 적당히 높은 굽의 하이힐을 신으면 여성의 성적 능력이 향상된다는 주장입니다.

 

연구팀은 5cm의 하이힐을 신게 한 뒤 자궁과 방광을 지지하는 근육인 골반저근의 전기적 활성도를 측정했는데, 하이힐을 신기 전 보다 활성도가 신은 후 평균 15%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그것입니다. 골반저근은 여성들의 출산과 노화 과정을 통해 탄력성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 근육이 약화되면 요실금이 나타날 수 있고, 질 수축력도 떨어져 성생활 만족도가 감소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발에 가장 이상적인 굽 높이는 2~4cm이고, 충격에 대한 흡수력이 좋은 신발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결국 5cm 이하 높이의 하이힐을 적절하게 신는다면 발과 척추에도 무리가 가지 않고 멋을 낼 수 있습니다.

 

황지혜 교수는 "하이힐은 가급적 신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꼭 신어야 한다면 한 번에 6시간을 넘기지 않고, 일주일에 4~5회 정도가 좋다"고 조언합니다.


태그:#하이힐, #킬 힐, #발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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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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