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건강보감 2편에 나오는 <이 떨리는 비밀>을 보고 있다. <구강보건협회>에서 나온 교육용 시디다.
▲ 4월 7일 6학년 구강보건교육 수업 건강보감 2편에 나오는 <이 떨리는 비밀>을 보고 있다. <구강보건협회>에서 나온 교육용 시디다.
ⓒ 정민숙

관련사진보기


2009년도 용답초등학교 구강보건교육을 시작했다. 올 해는 1학년부터 4학년 전체반만 한다. 5,6학년은 수업시간의 부족으로 구강보건교육을 잡을 수 없어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똘망이가 있는 반만 하기로 했다. 똘망이 때문에 용답초등학교에 6년 동안을 교육하고 있는데, 그래도 유종의 미를 거두려면 똘망이 반이라도 6학년 중에서 하고 싶었다.

4월 7일 1학년 세 반과 똘망이네 반 4교시 수업을 했다. 이 교육이 한시도 쉬지 않고 말을 하는 교육이라 4교시를 연달아 수업 하면 정말 진이 다 빠져 버린다. 똘망이네 담임선생님의 배려로 6학년은 구강보건교육과 잇솔질 실습, 치실 실습까지 했다. 1학년은 구강보건교육과 잇솔질 실습을 했다.

<예쁜이의 약속>시디를 사용하여 1학년에게 구강보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1학년 수업 중 <예쁜이의 약속>시디를 사용하여 1학년에게 구강보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정민숙

관련사진보기


4월 8일 1학년 두 반과 2학년 한 반을 했다. 4월 9일 2학년 세 반을 했다. 4월 10일 오늘 3학년 세 반을 했다.

1학년은 참 예쁘다. 대답도 잘 하고 따라 하기도 잘 한다. 병아리들처럼 귀엽기도 하다. 어린이집 다니면서 나와 만난 학생은 2회째 교육이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처음 교육이다. 정말 열심히 듣고 따라한다. 1학년에 맞는 학습목표를 세워서 짧은 시간에 아이들이 쉽게 기억하면서 따라하도록 애를 쓴다.

2학년은 학습태도가 봐줄 만하다.

구강보건협회에서 진행하는 초등학교 구강보건수업을 몇 년 진행하다 보니, 서울시의 몇 군데 지역 저학년 초등학생들을 많이 만났다. 그 지역은 강남도 있고, 강북도 있고, 대안초등학교도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역과 상관없이 수업태도는 학년에 따라 마치 같은 옷을 입은 것처럼 비슷한 태도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한 태도는 분명 학교와 지역의 영향은 아닌 것 같다. 말투와 앉은 자세와 수업 중에 계속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참지 못하고 끊임없이 즉시즉시 내뱉고야 마는 상황. 아마도 텔레비전 오락프로그램의 영향이 아닐까싶다. 지역과 학교와 상관없이 비슷한 말투를 쓰고 비슷한 용어를 쓰는 아이들.

2학년은 그런 태도에서 아직 벗어나 있다. 똘똘한 아이는 일 년 전 교육 받은 내용과 책 속에서 알게 된 지식을 잊지 않고 정확하게 내가 묻는 질문에 대답을 해서 무척 흐뭇한 마음을 주기도 한다. 1학년 때 배웠던 내용을 다른 매체로 접근해서 반복교육을 하면 아주 재미있어한다. 학년마다 사용하는 매체는 다르지만 내용은 언제나 기본에서 더하기를 한다. 그러니까 일 년에 한 번씩 이 교육을 받는다 하더라도 언제나 반복교육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다.

구강보건교육사업단 황 윤숙 단장은 교육 매체에 대해 시대에 맞는 방법으로 끊임없이 연구를 하면서 만들어 내고 있다. 덕분에 학생들은 지루하지 않고 새로운 매체를 접하면서 구강보건교육 수업을 접하고 있다. 1학년 수업 때는 정말 참 많이 웃으면서 진행한다. 어느 땐 나도 모르게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빙그레 웃고 있다.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걱정스런 얼굴로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 하고, 바른 잇솔질의 보편적인 방법인 회전법을 정말 열심히 익히려고 따라하는 것을 보면 웃지 않을 수가 없다. 1학년과는 다른 모습이다.

3학년은 수업태도가 참을 만하다. 3학년은 이미 2회 교육을 받았으며 3회 째 수업을 하는지라 알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아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면 순간순간 분위기가 옆 친구와 이야기 하는 상황이 돼 버린다. 이럴 때 목소리를 높여 야단을 치기도 한다. 그런 상황이 많이 발생하면 세 시간 수업 끝난 후에는 말하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2880> 내가 정한 3학년 학습목표 중 하나다. 유치가 20개 빠지고 영구치가 나오는데 성인들은 28개에서 32개를 가진다. 만일 사랑니가 잘 못 나와 빼거나, 아예 안 나오는 사람은 28개를 가진다. 6세부터 어금니 영구치가 나오기 시작해서 보통 초등5학년인 만11세에서 만12세에 모두 나온다.(사랑니는 20세 정도에 나오기 시작하며 아예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 28개의 영구치를 80세 이상까지 보존하자는 이야기다.

3학년은 이제 아는 내용이 나오니 수업에 적극적인 참여를 하려고 한다.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진다. 그래서 그 욕구를 적당히 누르면서 알고 있는 지식에 새로운 것을 첨가하고, 잊어버린 것을 다시 가르치는 수업을 하느라 좀은 소란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초등 3학년의 경험이 있는지라 조용히 수업 들은 1,2학년 보다 좀은 소란스러워도 3학년은 훨씬 더 이해를 잘 하며, 교육 받기 전과 후의 자신의 변화를 잘 알아챈다. 수업의 효과 역시 더 오래 남는다.

일 년에 1회 교육을 받아도 계속되는 반복교육은 아이들의 태도와 습관에 변화를 만든다. 6년을 용답초등학교에서 교육을 진행하며 느낀 것은 그러한 변화는 바로 교육자와 교육대상자 간에 생긴 신뢰 덕분이 아닐까 한다. 이미 아이들은 이 교육을 처음 시작했던 2004년 보다 2009년도에 훨씬 더 진지한 태도를 보인다. 그 것은 학급 담임선생님들의 태도에서도 느낄 수 있다. 물론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보건선생님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진행되는 수업이지만, 학부모들의 칫솔, 치약, 컵 준비물 지원과 담임선생님들의 적극적인 수업도움은 아이들의 태도에서 큰 차이를 볼 수 있다.

학교에서는 칫솔을 미리 준비해서 혹시 준비물을 챙겨 오지 못한 학생들도 이 수업을 100% 듣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아이들은 이 교육을 통해 구강건강을 위한 여러 가지 정보를 습득하며, 학교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실시하는 불소용액수구사업(적량의 불소용액을 입 속에 넣고 머금었다가 뱉어내는 행위)을 더 잘 이해한다.

또한 치과의 접근성이 훨씬 쉬워진다. 학교에선 전체 학년 중 특정한 학년을 지정해서 구강검진을 실시한다. 동네 가까운 치과의원에 가서 정기 검진을 하는 것이다. 비용을 내지 않고 하는 검진이라 아이들은 보다 더 쉽게 치과에 갈 수 있다. 이러한 검진을 실시한 다음에 나타나는 결과를 학교에서는 비교 분석 하기 위해 쌓아두고 있다.

내 년이면 똘망이는 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된다. 밤톨이가 5학년에 재학 중이겠지만, 만일 용답초등학교에서 다시 또 구강보건교육을 하게 되면 7년 째 하는 교육을 어떤 마음으로 다가갈까? 치통으로 고생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얼마나 아프고 괴롭고 눈물 나고 힘이 드는지.. 비용도 그렇고, 그 고통과 아픔은 이왕이면 경험하지 않는 것이 좋다. 치과는 건강한 사람도 평생 일 년에 두 번 정도는 들러야 하는 곳이다. 고통스럽기보다 가고 싶은 곳이라면 더 좋지 않겠는가? 나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학부모라는 입장보다, 건강한 치아로 행복한 인생을 만들기 위한, 도움을 주는 사람의 입장이 먼저일 것 같다.

다음 주 수요일까지 이 수업을 진행한다. 4학년은 어떨까? 1학년은 예쁘고, 2학년은 봐줄 만하고, 3학년은 참을 만하고, 4학년은? 어떤 수업태도를 보여줄지 다음 주를 기대한다.(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만나기를 바라면서.)


태그:#치과위생사, #구강보건교육, #건강보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치과위생사 . 구강건강교육 하는 치과위생사. 이웃들 이야기와 아이들 학교 교육, 책, 영화 좋아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