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리는 자기가 아는 것은 남에게 가르쳐 주지는 않고 단지 질책만 해. 경기가 어려울수록 더 돕고 살아야 하는데 칭찬에는 인색하고 나무라기만 하니 움츠러들지."

 

지난 주말, 산행 중 체육공원에서 잠시 쉬는데 한 남자가 큰 소리로 하던 말입니다.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옆 사람들은 수긍하는 듯했습니다.

 

"야, 너 잘한다. 이거 건너려면 팔 힘이 세야 하는데 와, 팔 힘이 세구나. 좀 더 잘하는 법을 가르쳐 줄까? 리듬을 타야 더 쉽게 건널 수 있어."

 

그러면서 제 아들 녀석에게 철봉 구름다리 건너는 법을 가르쳐 주더군요. 녀석은 아저씨 칭찬에 힘이 났는지 신난 표정이었습니다. 그는 한 마디를 더 보탰습니다.

 

"꾀가 있는 사람이 잘 살 것 같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단다. 왜 그런 줄 알아?"

"몰라요."

"이거 숙제니, 네가 알아봐라."

 

묘한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아들에게 내준 숙제는 제 인생의 숙제로 돌아왔지요. <이솝우화>에 '꾀부리던 당나귀' 이야기가 있더군요.

 

솜이 젖으면 무거워진다는 걸 알아야지!

 

꾀 많은 당나귀가 한 마리 있었다. 어느 날 당나귀는 주인을 따라 소금을 등에 잔뜩 싣고 장에 가다 강을 건너게 되었다. 지친 당나귀는 강을 건너다 물에 빠지고 말았다. 일어난 당나귀는 등이 가벼워진 걸 알았다. 물에 빠져 소금이 녹았기 때문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물속에 더 있을 걸 그랬다."

 

당나귀는 속으로 후회했다. 장에 도착한 후 주인은 소금을 팔아 솜을 사서 당나귀에게 실었다. 당나귀는 빨리 강에 도착하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이번에는 물속에 오래 있어 편히 갈 생각이었다. 마침내 강에 다다랐다. 당나귀는 기뻐하며 강을 건너다 중간쯤 왔을 때 일부러 넘어졌다. 그리고 주인이 채찍을 들어 때릴 때까지 오래 앉아 있었다.

 

당나귀는 천천히 일어섰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 가벼워졌겠지 생각한 짐이 더 무거워져 있었다. 당나귀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다. 주인은 짐이 무거워 잘 걷지 못하는 당나귀에게 채찍질 하며 말했다.

 

"어리석은 당나귀야. 솜이 물에 들어가면 불어 무거워진다는 걸 알아야지."

 

당나귀는 제 꾀에 넘어간 걸 알고 부끄러워했다.

 

어려운 시기에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꾀부리던 당나귀'는 꾀를 부리다 제 꾀에 자신이 넘어간 경우지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유명한 '탈레스'입니다. 그는 현인으로 불리는 유명한 수학자요 철학자입니다. 그는 당나귀의 얕은꾀에 대해 지혜를 발휘해 스스로 깨닫게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성공하기 위한 7가지 쌍기역(ㄲ) 키워드로 '꿈ㆍ끼ㆍ꾀ㆍ끈ㆍ깡ㆍ꼴ㆍ꾼'이 꼽힌다"고 합니다. '꿈'은 희망이자 목표요. '끼'는 타고난 재능. '꾀'는 기획과 지혜. '끈'은 인맥과 인간관계. '깡'은 어려움을 견디는 지구력과 추진력. '꼴'은 모양이나 생김새. '꾼'은 전문성입니다. 이는 유종의 미를 거두는 '끝'이 좋아야 한다지요.

 

산행 중 만난 그는 어려운 시기에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가르쳐 주지 않고, 질책만 하려 들지요. 또 칭찬에는 인색하고 나무라기만 하지요. 그러나 이 교훈만을 위해 숙제를 내준 것 같진 않습니다.

 

인생살이 리듬도 중요하지만 몸과 마음을 채워,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빼내는 '비움의 철학'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그렇지 않을까요?


태그:#삶, #인생, #비움, #숙제, #지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