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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작년 겨울, 제가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던 병원에 선생님들께서 우루루 몰려옵니다. 이유를 여쭤보니, 11월에 버스사고가 있었다 합니다. 병문안을 오시던 도중, 매장 안에 있던 저를 발견하십니다. 오시는 선생님들마다 저를 발견하시고는 "여고생 병문안 왔는데 남고생이 있더라"고 웃으십니다.

 

노스탤지어(nostalgia). 고향을 몹시 그리워하는 마음, 또는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뜻이죠. 그리움은 새벽의 공복감처럼 쉽게 채워지지 않는 허기와도 같은 것. 가끔 '순간 이동'이나 '시간의 역행'을 잠시 꿈꾸다가 그 생각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곤 하지만 이 땐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
 
여고쪽에서 쓰는 강당과 구름다이를 사이로 두고 있는 중앙고교와 중앙여고 교정은 지금의 20~40대 졸업생들이 간직하고 있는 젊은 시절에 대한 우수와 감수성, 그리고 그들의 기억을 음미해보고 싶은 세대 모두를 충족시켜 주는 곳일 것입니다.

제가 선생님을 마주하는 것은 저에게는 커다란 흥분과 동시에 깨달음의 순간입니다. 고등학교라는 작은 도시에 거주하는 '작은 거인'의 경험과 통찰력으로 인하여 자각하게 됩니다. 선생님 뿐만 아니라 제가 아는 사람을 병원에서 보는 것과, 학교나 커피숍, 혹은 다른 어느 곳에서 보는 것은 천지차이라고 하죠. 문득, 저의 학교생활을 생각하게 됩니다. 예전 한 오락프로에서 한 표현이 있습니다. "칠판과 노트는 죽어라 보는데, 성적은 밑바닥이더라." 어쩜 그 분이 저와 같은지 모르겠습니다.

 

 

다큐멘터리 프로에서 산악인과의 인터뷰 내용 중, "산을 왜 타십니까?"라고 하자 "산이 있기에 탑니다"라는 이야기를 예전에 누군가 했던 것 같습니다. 목숨을 바칠 만큼의 강한 의지와 목표. 연약한 의지와 삶의 잔잔한 바람에도 힘들어 했던 자신을 뒤돌아봅니다. 그리고 멍하니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서 지금의 목표를 발견합니다. 그것은 그들의 높은 산처럼 숭고하진 않지만 제가 평생을 두어야할 하나뿐인 존재이기에 지금의 잔잔한 바람은 저를 일깨워주고 변화시킵니다. 그리고 앞으로 불어 닥칠 광풍에도 쉽게 포기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할 말이 많은데

수첩을 샅샅이 뒤져도

전화를 걸 때가

마땅치 않다

 

수없이 받아온

명함뭉치를

아무리 뒤져도

전화를 걸 때가 없다

 

아는 사람이

많은 줄 알았는데

친한 사람이

많은 줄 알았는데

 

마음을 터놓고

마음 놓고

전화를 걸 때가 없다

 

할말은 이렇게 많은데

아! 커피나

타 마셔야 겠다

 

  

- 용혜원 님 시집 中 -


태그:#모교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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