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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운하 건설단' 현판식이 열린 지난 1월 12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 경인운하 공사현장에 두껍게 얼음이 얼어 있다.
 '경인운하 건설단' 현판식이 열린 지난 1월 12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 경인운하 공사현장에 두껍게 얼음이 얼어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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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사업비 2조2500억 원의 국책 사업.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3조 원대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되고 고용유발 효과도 무려 2만5천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10여 년 전부터 환경성·경제성 논란에 휩싸였고 지난 2007년 당시 건설교통부가 사실상 이를 포기한 바 있다. 주민 공청회는 주민들의 입장을 막은 채 진행됐고 조기 완공을 위해 비용이 더 들어가는 일괄입찰 방식으로 공사가 추진되고 있다. 

지난달 6일 '경인아라뱃길'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채 기공식을 치른 경인운하 사업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다. 이미 일부 구간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경인운하는 아직도 논란에 휩싸여 있다.

시민단체가 누락됐던 사업비용을 추가·조정하니 당초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분석했던 1.065였던 편익분석결과는 0.598로 떨어져 '100원을 투자하면 40원 손해 보는 사업'이 돼버렸다. 환경부가 "주요 거점인 인천터미널과 김포터미널 건설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출한 사실도 지난달 21일 뒤늦게 드러났다.

이대로라면 실패할 가능성이 큰 대규모 사업이다. 환경 파괴는 물론, 수자원공사가 사업주체인 만큼 국민이 실패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할 판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국민들은 이러한 사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이에 대해 노영란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운영위원장은 4일 "경인운하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활발하게 보도되어야만 하는 사안인데도 KBS 등 방송 3사의 관련 보도를 살펴보니 그 추진 속도에 비해 보도된 횟수가 너무 적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광우병 쇠고기 보도처럼 됐다면... 2조 원이 넘는 사업인데 너무 소외됐다"

지난 5월 6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경인 아라뱃길 사업 현장보고회'가 인천 서구 시천동 경인운하 중앙전망대 인근 하상부지에서 열리기 앞서 경인운하백지화수도권공대위·운하백지화국민행동·한강운하백지화서울행동 소속 환경단체 회원과 지역주민들이 행사장 인근 검암역 광장에서 '국민 몰래하는 경인운하 도둑 기공식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삽질정권'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지난 5월 6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경인 아라뱃길 사업 현장보고회'가 인천 서구 시천동 경인운하 중앙전망대 인근 하상부지에서 열리기 앞서 경인운하백지화수도권공대위·운하백지화국민행동·한강운하백지화서울행동 소속 환경단체 회원과 지역주민들이 행사장 인근 검암역 광장에서 '국민 몰래하는 경인운하 도둑 기공식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삽질정권'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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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마포구 성산동 시민공간 '나루' 원경선홀에서 열린 '경인운하 관련 방송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핵심은 너무나 명백했다.

보도자료에 의존한 기사, 본질이 아닌 '몸싸움' 등 현상만 비추는 기사, 기계적인 찬반 양론을 맞춰 문제점을 지적하지 못한 기사 등 흔히 지적받던 언론 보도의 문제점이 모두 다시 지적됐다.

노 위원장은 "국가가 주도하는 사업의 경우, 관련 부서가 전달하는 보도자료는 해당 사업을 잘 추진하기 위해 긍정성을 최대화한 장밋빛 전망이 주를 차지하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난 1월부터 5월 20일까지 방송 3사의 관련 보도를 분석한 결과 "경인운하 추진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지나치게 보도 말미에 짧게 다루고 있다"며 "이로 인해 구체적 이유를 접하기가 쉽지 않거나, 양시·양비론적 시각으로 접근해 뉴스를 보는 시청자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처럼 보여질 여지가 상당한 기사도 있었다"고 비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지혜 모니터부장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 대규모 국책 사업 등에 대해 공동 연구, 공청회 등 사업 진행을 위한 민주적인 절차가 무시되고 있다"며 "언론이 이런 점을 지적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강희 인천환경연합 사무처장은 "인천 지역의 오래된 현안인 만큼 지역 언론에선 보도가 많이 됐지만 정치쟁점화도 되지 않는 등 여론이 활성화될 수 없었다"며 아쉬움을 토론했다. 그는 또 "경인운하와 관련해선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와 같은 심층 보도는 없었다"며 "2조 원이 넘는 대규모 사업임에도 굉장히 소외된 편"이라고 지적했다.

박수택 SBS 기자, "언론 역시 시민들의 건전하고 지속적인 감시 받아야"

'경인운하 관련 방송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4일 오후 마포구 성산동 시민공간 '나루' 원경선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박수택 SBS 환경전문 기자(사진 왼쪽)가 "현안에 대한 파악 및 검증 등을 하기 위해선 방송 등 언론 종사자들의 끊임없는 의식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이제 뉴스에 나오지 않는다고 중요한 사안이 묻혀지는 시대가 아닌 만큼 언론 역시 시민들의 건전하고 지속적인 감시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경인운하 관련 방송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4일 오후 마포구 성산동 시민공간 '나루' 원경선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박수택 SBS 환경전문 기자(사진 왼쪽)가 "현안에 대한 파악 및 검증 등을 하기 위해선 방송 등 언론 종사자들의 끊임없는 의식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이제 뉴스에 나오지 않는다고 중요한 사안이 묻혀지는 시대가 아닌 만큼 언론 역시 시민들의 건전하고 지속적인 감시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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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박수택 SBS 환경전문기자는 "경인운하와 같이 사안이 장기화 되면, 특히 방송의 경우 '몸싸움' 등 현상에만 집중하기 쉽다"며 "반성하겠다"고 밝혔다.

박 기자는 반성을 넘어 자기 비판에도 서슴 없이 나섰다. 그는 "지난 97년 IMF 당시 기자들이 유통기한 24시간 짜리 정보만 생산하면서 경제 위기를 감지하지 못해 일반 서민들이 피해를 입게 했다"며 언론인으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했다.

그는 특히 "보도가 시의성과 뉴스 가치 정도에 따라 결정되는데 기자 개개인이 중요하다 생각해 '발제'를 하더라도 방송사 내부 의제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 이를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방송사도 속성상 기업이라 권력과 금력에서 100% 자유롭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박 기자는 "현안에 대한 파악 및 검증 등을 하기 위해선 방송 등 언론 종사자들의 끊임없는 의식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이제 뉴스에 나오지 않는다고 중요한 사안이 묻혀지는 시대가 아닌 만큼 언론 역시 시민들의 건전하고 지속적인 감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기자는 또 "경인운하와 같은 낭비성 국책사업의 전례를 기록, 백서를 만들어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며 "대통령 이하 정책을 제안한 인물과 거기에 따른 고위 관료, 학자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말과 행동을 기록해 이후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용신 환경정의 협동사무처장 역시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때는 경인운하를 '예산 낭비 사업'이라고 반대하다가 정권이 바뀌니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받는 등 논조를 바꿨다"며 "박 기자가 말한 것처럼 언론의 보도에 대한 기록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경인운하, #언론보도,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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