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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 시절 똥개를 개장수에게 넘겨주었던 소년입니다. 지금은 중년의 나이가 되었지요. 그날 나는 학교를 마치고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혹시라도 아직 케리가 팔리지 않았으면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었습니다. 아니, 할 수만 있으면 엄마에게 부탁해서 백구를 팔지 않게 하고 싶었습니다.

 

집에 거의 다 왔을 때 개장수와 트럭이 보였습니다.

'아직 안 갔구나!'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집에 들어섰지요,

 

"백구가 도망쳤단다. 백구를 찾지 못하면 돈을 다시 달라는 구나. 민수야, 네가 좀 찾아주어야겠다. 벌써 밀가루를 들여놓았는데 어쩌니……. "

"싫어, 싫단 말이야!"

"꼭 찾아달라는 게 아니야, 네가 한 번 그 산에만 가주면 못 찾아도 내가 손해 본 걸로 하마."

"정말이죠?"

 

나는 개장수의 트럭을 사고 개들이 도망쳤다는 산 밑에 섰습니다.

 

"자, 불러봐라, 백구야 하고 크게 말이야!"

 

나는 제발 케리가 나타나지 않길 바랐습니다. 그리고 산을 보니 아직 봄이 오기 전이라 휑하니 속까지 보입니다. 개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백구야……."

"아니, 크게, 크게 부르란 말이야!"

"백구야!"

 

그런데 산등성이에 백구가 보이는가 싶더니 쏜살같이 내게 달려왔습니다.

 

"안 돼! 도망가! 도망가란 말이야!"

 

그러나 이미 백구는 내 품에 안겼습니다.

 

"바보, 도망치라니까. 도망치라니까……."

 

개장수는 백구를 끌고 가며 내 손에 돈을 쥐어주었습니다. 백구도 그것을 보았을 것입니다 나는 멍하니 그 곳에 한참을 서있었습니다. 그 돈은 치욕이었습니다. 돈을 발기발기 찢어 버렸습니다.

 

"더러운 돈! 그래, 나 어른 되면 돈 많이 벌 거야!"

 

한동안 수제비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백구를 팔아서 만들어 먹는 수제비를 차마 먹을 수 없었습니다.

 

"민수야, 나중에 강아지 또 구해다 줄게."

"싫어! 또 팔 거잖아."

 

강아지를 너무 좋아했던 소년은 그 이후로 강아지를 절대로 키우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어른이 되었을 때 더는 강아지를 팔아 양식을 삼지 않아도 될 만큼이 되었을 때 강아지를 한 마리 얻어왔습니다. 그 역시도 똥개였습니다.

 

 

똥개의 이름은 역시 백구였습니다.

쌍꺼풀까지 있는 백구, 백구는 죽을 때까지 키우고 싶었습니다. 죽으면 작은 무덤이라도 하나 만들어줄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서울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백구와 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사하기 며칠 전에 백구를 잘 키워주겠다고 하는 이에게 백구를 맡겼습니다.

 

그러나 이사하기 전날, 백구를 잘 키워주겠다던 분이 검은 봉지에 뭔가를 가져왔습니다.

 

"하이고마, 얼마나 정성껏 키웠으면 근수가 꽤 되데요. 여기 넓적다리 하나 냉동해서 가져왔응께 서울 가서 푹과서 드시소."

 

소년과 중년의 간격은 참으로 컸습니다.

중년이 된 소년은 무덤덤하게 검은 봉지를 받았습니다. 눈물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 그는 삽을 가지고 텃밭에 섯습니다.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서……."

 

그는 검은 봉지에 들어있던 백구의 넓적다리를 텃밭 한구석에 묻어주고 작은 십자가를 하나 만들어 꽂아주고는 작은 향불을 피웠습니다. 작은 십자가에는 이렇게 써 있었습니다.

 

'나를 사랑했던 똥개, 백구 여기에 잠들다.'

 

그날, 중년이 된 소년은 케리를 생각했습니다.

조금만 더 영악했더라면 케리를 그렇게 보내지 않았을 터인데, 백구를 이렇게 보내지 않았을 터인데…….


태그:#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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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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