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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서 조례로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을 제한한다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휴대폰으로 영상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
 서울시에서 조례로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을 제한한다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휴대폰으로 영상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
ⓒ 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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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초·중·고교생들이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소지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고 한다. 9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는 초·중·고교생이 학교 내에서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안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휴대폰은 편리한 점도 많지만, 전자파 노출로 인해 유해 논란도 많고, 따라서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웃나라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에서 휴대폰 사용 규제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지고 있다. 경상남도 교육원회에서도 '학교 내 학생 휴대전화 관리에 대한 조례안'이 내달 임시회에 상정될 예정이란다.

한국 청소년의 휴대전화 보급률 세계 최고

현재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4천만 명을 돌파했다. 2008년 11월을 기준으로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4286만 명으로 인구대비 88.4%의 놀라운 보급률이다. 유치원생도 가지고 다닐 정도로 대중화(?)된 휴대폰은 전화사용 목적 뿐 아니라 방범 차원에서도 부모들이 자녀에게 사주는 필수품이 됐다.

지난 2월, KTF(현재 KT)가 한국을 비롯한 중국·인도·멕시코 등 5개 국가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이동통신 이용 행태를 비교 조사한 결과에서, 12세~18세까지의 평균 보급률이 한국이 평균 80.6%로 5개국 중 최고였다. 12세만 놓고 봤을 때도 보급률 87.7%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한국 부모들의 휴대폰에 대한 염려도는 10% 미만으로 5개국 중 가장 낮았다. 한국에선 휴대폰은 필수품이라는 인식, 성인서비스 차단이나 성인인증 등 필터링 서비스가 잘 되어 있는 점이 이유였다.

휴대폰 사용에 대한 적절한 예절 교육 필요

현재 필자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 중이다. 휴대폰은 수업시간에 문제를 일으키곤 했다. 휴대폰 보급 초기에는 수업시간에 책상 밑에서 문자를 보내거나 여기저기서 벨이 울려 수업을 방해하는 일도 종종 일어났다. 요즘에도 휴대폰 사용은 여전하나, 많이 자제하는 편이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에서도 엄격하게 단속하는 편이다.

시험 중에는 휴대폰을 감독교사한테 제출하거나 아님 전원을 꺼서 가방 속에 넣어 가방을 칠판 앞에 내놓거나 아예 집에 두고 등교하기를 권한다. 그러나 집에 두고 등교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전원을 꺼서 가방에 넣어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시험 기간에도 벨이 울려서 압수당한 경우가 있었다.

몇 년 전 휴대폰을 사용해 수능에 부정을 저질러서 시험이 취소되는 등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켜 휴대폰 소지가 논란이 된 적 있었다. 지금도 휴대폰 사용에 대해 엄격하게 규제를 하고 있으나 쉽지만은 않다. 학생과 교사 사이에, 때로는 학부모와 학교 사이에도 시비가 벌어지곤 한다.

필자가 재직하는 학교의 경우 수업 중에 벨이 울리거나 휴대폰 사용 행위가 발각되면 핸드폰을 생활지도부에 3개월간 맡겨야 한다. 물론 3개월 동안 사용을 정지시켜 놓고 다른 휴대폰을 사용하는 편법을 쓰는 경우도 많다.

휴대폰 사용이 편리한 점도 많다. 학기 초엔 1년 동안 쓸 시간표 발표를 하는데, 쓰기 싫다고 휴대폰으로 찍어서 집에 가서 PC로 작업하는 아이도 있었다. 휴대폰 속의 할인카드로 할인혜택을 받고, 휴대폰 속의 교통카드로 등하교를 한다. 휴대 전화로 가족 간의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할 수도 있다.

요즘의 휴대폰을 통화기능으로만 쓰는 건 거의 원시적 사용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기능을 넣어 생활필수품처럼 됐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신형이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의 휴대폰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알아줄 만큼 높아졌다. 이젠 아이도 노인도 휴대폰 안 들고 다니는 사람이 없다. 휴대폰 없는 사람은 아예 천연기념물(?) 취급을 한다.

휴대폰으로 보이스피싱 예방도... 전화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요즘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연아의 햅틱이다.
 요즘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연아의 햅틱이다.
ⓒ 삼성모바일 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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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일이다. 시험 중이었다. 행정실에서 인터폰이 왔다.

"그 반 학생 ○○ 지금 학교에 있어요? 학부형이 전화했는데, 좀 빨리 알아봐 주세요!"

얼른 교실로 달려갔다. 아이는 잘 있었다. 아이를 불러서 엄마한테 전화해드리라고 했다.
다시 행정실로 연락했다.

"○○ 잘 있는데, 왜요?"
"애가 납치됐다고 부모한테 전화가 걸려왔는데, 엄마가 얼마나 놀랐는지 직접 전화를 못하고, 아래층에 있는 사람이 대신 전화했더라고요. ○○가 학교에 잘 있는지."
"잘 있다고 걱정마시라고 전해 주세요."

며칠 후에 또 한 번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보이스피싱'인가 보다. 시험이 끝나고 아이들과 얘기를 해봤더니, 아이 휴대폰으로 전화를 해서 안 받으면 바로 부모님한테 전화해서 아이를 납치했으니 돈을 준비해놓으라고 했던 모양이다. 우리 반 아이 말고도 몇 집이 더 있었다.

별일이 없긴 했지만 부모로선 가슴이 철렁했을 일이다. 요즘엔 휴대폰이 있어서 바로바로 연락이 가능하기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물론 이런 일이 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이런 극단적인 예만 들어서 휴대폰을 소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만은 없다.

며칠 전엔 휴대폰 배경에, 같은 반 친구의 사진을 찍어서 편집을 한 장난스러운 모습을 담아놓고 내게 보여주기도 했다. '연아의 햅틱폰'이란다. '햅틱폰엔 이런 기능이 있구나' 처음 알았다.

이런 시대에 휴대폰 사용을 금지한다는 건 어쩌면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일 지도 모른다. 대신 휴대폰 사용에 서로 용납할 수 있는 절제의 선이 필요하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내 689개 중·고교 중 휴대폰 소지를 금지하는 곳은 222곳이며 191곳은 '등교 후 보관', 345곳은 '수업 중 사용 제한'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고 한다. 시의회는 조만간 시교육청과 함께 공청회를 열어 학부모단체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란다.

사용규제, 학생 공감대 바탕으로 조례 제정해야

일본은 청소년을 유해매체와 사이버 이지메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지자체들이 사용규제를 한다. 반면 우리는 수업 중 휴대폰 사용이 면학분위기를 저해하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휴대폰 소지를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당히 큰 시각차가 있다. 2008년 10월에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학교 내 휴대폰 소지 자체 금지는 인권침해라는 결정이 있었다. 즉 학생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음을 지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납치 유괴 등의 강력범죄 예방을 위한 위치추적 서비스까지 있어 휴대폰을 집에 두고 오라는 것은 억지일지도 모른다. 대안으로는 가정에서의 인성교육이라든지, 이동통신 기업의 청소년 보호 의무 법적 강화, 또는 등교하면 휴대폰을 거두었다가 하교 때 찾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교내 공중전화 확대 설치도 필요하다.

항상 편의주의적인 규제 일변도가 아닌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인권과 민주의의를 배워가는 학생들에게 진정한 자유와 책임이 뭔지를 알게 해주는,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서로 간에 공감대가 형성된, 합의가 된 조례 제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태그:#휴대폰, #휴대폰 사용 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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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과 감동은 늙지 않는다"라는 말을 신조로 삼으며 오늘도 즐겁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에 주저앉지 않고 새로움이 주는 설레임을 추구하고 무디어지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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