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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뒤에 해. 어둠이 빛을 가렸다. 미디어법이 날치기로 처리되고, 쌍용차 사태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이어지는 동안 소중한 생명 하나도 그 빛을 다하고 어두운 땅에 묻혔다. 남편과 네 살배기 아들 그리고 돌도 안 지난 핏덩이를 두고 갔다.
 
생명을 헌짚신 하나쯤으로 여기는 자들은 그녀를 우울증을 앓던, 그래서 지병으로 사망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 그래, 당신의 시궁창을 사람의 입이라고 이해해서라도 이 죽음의 원인이 우울증 때문이라 하자. 그럼 우울증의 원인은? 그 불안과 우울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도 다 본인 탓인가? 15년 넘게 열심히 일해 온 쌍용자동차 직원을 남편으로 둔 탓인가? 제발 인간의 죽음 앞에서 만이라도 그 더러운 입을 다물 수는 없는 것일까?

 

쌍용차 노조 간부 이모씨는 아내를 화장하지 않고 공원묘지에 안장하기로 했다. 아직 너무도 어린 나이, 엄마의 자리가 채 채워지기도 전에 엄마를 떠나보낸 아이들에게, 이 작은 공간이라도 남겨주어 엄마란 존재를 잊게 하고 싶지 않아서란다.

 

모든 것을 다 놓고 땅에 묻히는 순간, 그곳의 고요만큼이나 모든 것이 평화로워야 할 순간, 보내는 이나 떠나는 이나 마음이 아주 편치는 않다. 남편과 함께 싸우던 동료들은 화약고 안에서 몸을 내던지고 있고, 아내와 함께 억울함을 호소하던 쌍용차가족대책위 엄마들은 천막을 철거당하고 기자회견도 제지당하고 있다. 아, 서럽다, 서러워.

 

관이 묘지 앞에 도착하자, 남편은 아내의 관을 어루만지며 흐느낀다. 보내고 싶지 않은 그 마음이야 오죽하랴. 아내의 따뜻한 품이 어찌 그립지 않으랴. 안장 일이 직업인, 그래서 별 감정이라곤 없어 보이는 노인이 시작을 재촉하자 그제야 겨우 몸을 일으킨다.

 

관이 땅속으로 들어가고 시작된 인부들의 작업. 관위로 흙더미가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가 울린다. 목관을 울리며 나는 그 소리가 사람들의 가슴을 엔다. 한층, 한층 흙을 덮고 삽을 뉘어 땅을 다질 때마다 목관이 다시 운다. 흙이 두터워질수록 그 울음소리도 희미해지고 이내 영영 소리를 감춘다.

 

쌓인 흙더미 위로 다시 목판 덧대는 작업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남편이 흙을 한 삽 떠 아내를 덮어준다.

 

"OO이 OO이 내가 잘 키울게. 미안해.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평안하시길...


태그:#쌍용차, #쌍용자동차, #노조간부,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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