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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 이옥신씨의 포도하우스. 군데군데 노란색 끈끈이가 붙어 있다.
 전남 곡성 이옥신씨의 포도하우스. 군데군데 노란색 끈끈이가 붙어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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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끈끈이 아닙니까? 파리나 모기 잡는데 쓰이는…."
"예, 매미충을 잡으려고요. 멸구과의 해충인데 포도밭의 골칫거립니다. 이파리의 엽록소를 빨아버려 광합성작용을 못하게 하거든요. 당연히 포도알도 부실할 수밖에요."

"일하시는데 많이 불편하시겠네요."
"불편하다마다요. 머리에 자주 달라붙어 일하는데 불편하죠. 일일이 설치하려면 번거롭고 또 돈도 들어가고…."

전라남도 곡성군 옥과면 주산리에서 유기농산물 인증 포도를 생산하고 있는 이옥신(57)씨의 포도밭이다. 이씨는 약물처리 한번으로 간단히 처치할 수 있는 매미충을 끈끈이를 이용해 잡고 있다. 이미 매미충의 습격을 받은 이파리들도 눈에 띈다. 하지만 약물처리를 하지 않고 안전한 포도를 생산하려면 이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매미충의 흔적. 이파리의 엽록소를 빨아버렸다. 이는 광합성작용을 방해해 알맹이의 부실로 이어진다.
 매미충의 흔적. 이파리의 엽록소를 빨아버렸다. 이는 광합성작용을 방해해 알맹이의 부실로 이어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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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신 씨가 하우스에서 탐스럽게 익은 거봉을 수확하고 있다. 이 포도는 국내 유기인증은 물론 국제유기인증까지 받은 것이다.
 이옥신 씨가 하우스에서 탐스럽게 익은 거봉을 수확하고 있다. 이 포도는 국내 유기인증은 물론 국제유기인증까지 받은 것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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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친환경농업 경력은 벌써 24년째. 친환경농법을 연구·보급하고 있는 '광록회'와 인연을 맺은 1986년부터 시작했다. 그는 초기 농약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빨갱이 취급까지 받았다며 웃는다. 그러나 농약은 자연을 파괴할 뿐 아니라 사람까지도 죽인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품질과 소득이 떨어지면서 받는 고통은 전문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이겨냈다. 유기농업기술협회, 퇴비농업기술인협회 등 전문기관에서 하는 교육에 빠지지 않고 참여한 이유다.

땅심은 퇴비를 듬뿍 넣어 높였다. 퇴비는 산림사업소 등에서 나온 원목을 잘게 부수고 여기에다 쌀겨와 섞어 5∼6개월간 발효·숙성시켜 만들었다. 쌀겨와 어분, 대두박, 골회분, 해초류, 깻묵, 패류 껍질을 섞어 발효시킨 것은 비료 대체용으로 썼다.

양조식초와 목초액, 석회액, 그리고 풀에서 엽록소를 추출해 만든 천연녹비를 뿌려주는 것도 땅심을 높이는데 한몫 했다. 생산성은 밀식 배제로 높였다. 300평에 단 여섯 그루의 청포도나무만 가꾸면서도 당도 높은 포도를 많이 생산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옥신 씨가 하우스에서 수확한 포도를 운반하고 있다. 여기서 딴 포도는 친환경농산물 매장과 학교급식, 직거래 등을 통해 모두 나간다.
 이옥신 씨가 하우스에서 수확한 포도를 운반하고 있다. 여기서 딴 포도는 친환경농산물 매장과 학교급식, 직거래 등을 통해 모두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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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땅심에 자신이 생기자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자연상태 그대로 '무투입농법'을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녹비작물인 호밀을 심어 지력을 높이고, 가지치기를 통해 나온 잔가지를 부숴 땅으로 돌려주었다.

그는 이렇게 농약 한 방울, 화학비료 한 줌 쓰지 않고 생산한 포도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유기농산물 인증을 받았다. 친환경 품질인증의 최고단계라 할 수 있는 유기인증은 농약과 화학비료는 물론 인공수분을 위한 식물성장 조정제까지도 처리하지 않은 완전 자연농법인 셈이다.

지난해엔 까다롭기로 소문난 국제유기인증 기준을 거쳐 국제유기인증(IFOAM)까지 받았다. 땅심이 낮으면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

이 포도의 당도는 17∼18도브릭스(BX)로 일반재배 포도(15도브릭스)보다 훨씬 높게 나온다. 지난달까지 딴 거봉은 알이 굵고 맛도 좋아 소비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껍질째 먹어야 더 맛있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국제유기인증을 받은 거봉과 청포도. 거봉은 최근 수확이  끝났고 청포도는 한창 토실토실 살을 찌우고 있다.
 국제유기인증을 받은 거봉과 청포도. 거봉은 최근 수확이 끝났고 청포도는 한창 토실토실 살을 찌우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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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재배면적도 늘면서 포도 값이 그리 좋지 않지만 판로걱정도 없다. 친환경농산물 전문유통업체인 장성의 한마음공동체에서 가져가고, 학교급식에도 납품하기 때문이다. 한번 맛을 본 소비자들이 직접 농원에 와서 사가거나 전화로 주문을 해오는 양도 상당하다. 앞으로 딸 캠벨얼리와 청포도의 판로도 걱정하지 않는 이유다.

"친환경농업은 자기만족인 것 같습니다. 제 스스로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농사지으면서 보람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누가 시켜서 한다면 이렇게 못할 것 같아요. 소비자들이 인정해 주고 가격을 잘 받는 것은 나중 문제죠."

누구나 맘 놓고 먹을 수 있는 포도가 주렁주렁 열려 탐스럽게 익어가는 것을 보면서 흡족함을 느낀다는 이옥신씨. 그는 "앞으로도 더 나은 포도생산을 위해 연구와 노력을 다하면서 앞선 재배기술 보급에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제유기인증을 받은 전남 곡성의 광록포도원. 막바지 거봉 수확과 운반이 한창이다.
 국제유기인증을 받은 전남 곡성의 광록포도원. 막바지 거봉 수확과 운반이 한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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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신 씨의 부인 박옥자 씨가 수확을 앞둔 포도하우스에서 열매에 흠집이 난 포도를 골라 따내고 있다.
 이옥신 씨의 부인 박옥자 씨가 수확을 앞둔 포도하우스에서 열매에 흠집이 난 포도를 골라 따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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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옥신, #국제유기인증, #광록포도원, #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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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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