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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공보문화원'을 찾아서

 

8월 7일 서울에 갈 일이 생기면서 전부터 취재하고 싶은 장소를 찾아봤다. 서울 안국역 근처에 있는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이었다. 4번 출구로 올라가면 바로 찾을 수 있는 정도로 교통편이 좋다.

 

지금은 일본영화 상영회 '일본배우와의 만남~쓰마부키 사토시(妻夫木聡)를 만나다∼'가 열리고 있어 한국에서도 인기있는 배우인 쓰마부키 사토시(妻夫木聡)의 영화들을 8월중에 볼 수가 있다, 9월에는 '아오이 유우',10월에는 '오다기리 죠'의 영화들이 상영 예정이다.

 

여기에서는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초등학생을 위한 일본문화 체험교실'이 7월 23일부터 30일까지 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고 싶었지만 시댁에 가는 일이 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가지는 못했었다.

 

그 날도 3학년이 될 큰아들만 시댁에서 며칠 보내기로 했기 때문에 4살인 막내 딸을 데리고 취재를 해야 했다. 혹시 시끄럽게 굴면, 이라는 걱정이 들었지만 사진 촬영 정도라면...이라며 허락해주신 일본문화홍보원 관계자 분들 덕분에 방문할 수 있었다.

 

입구에는 경비원 같은 분이 계셨다. 어린 딸과 함께 있는 상태에서 취재하러 왔다는 말을 꺼내기가 좀 쑥스럽고 용기가 필요했다. 허락받고 왔다고 이야기했는데도 그 분에게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 도서실에 들어가서 물어보라 하셔서 어린 막내 딸을 데리고 도서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몇년전 왔을 때도 그랬지만 평일 낮이라서 그런지 좀 연세가 많아 보이는 분들이 많았다. 일본 도서관에서도 그렇지만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꽤 많은 것 같다. 도대체 이분들은 어떤 사연으로 일본의 책들을 찾아 오시는 것인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지만 열심히 독서하는 모습에 물어보기 힘든 분위기였다.

 

도서관의 직원에게 물어보니 홍보팀 직원에게 물어보라는 답을 들었다. 2층과 3층을 오고가는게 귀찮아서 그냥 나갈까, 라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결국 다시 용기를 내어 2층 경비원 같은 분이 계신 유리 앞 인터폰을 통해서 겨우 직원과 만나게 되었다. 개인 인터뷰 등은 못하신다고 하시면서도 친절하게 관내를 안내해 주셨다.

 

몇년 전 영화를 보러 왔을 때 지나가면서 마음에 남아있던 JMIC(JAPAN MUSIC INFORMATION CENTER)에 처음 들어가 봤다. 생각보다 작은 공간에 여기저기 일본에서 들어온 음반 등이 진열돼 있었다. 한국에서 살기 시작한 10년 전 서울의 한 어학원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혹시 일본에 간다면 아무로 나미에(安室奈美恵)의 음반을 사오라고 했던 직원이 있었던 것이 생각난다.

 

 

한국 대중문화의 개방과 일본의 연예계 다문화화

 

1998년 10월 당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일본 대중문화의 단계적 개방을 발표하기 전부터 한국은 일본 문화를 수면 아래에서 계속 받아들이고 있었다. 애니메이션이나 일본 인기 가수의 해적판이 나도는 게 그랬지만, 문화 개방을 공식 결정했던 일이 양국의 문화 교류에도 큰 영향을 준 게 사실일 것이다. 1990년대 일반적이지 않았던 한국 문화가 매우 멋진 것으로 등장해 일본인이 가지는 한국에 대한 거리감을 없애는 계기가 되었다. 그 결실이 '한류'붐의 도래라고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재일 한국인들이 완고하게 민족 문화를 지키는 자세에 일본의 미디어에서는"한국에 배우자!"라거나 "재일 파워"라고 하는 프레이즈도 난무한다. 재일 유학생의 갈등을 그려 1988년도 하반기 아쿠다가와상을 수상한 이양지나 1999년도 하반기 아쿠다가와상(芥川賞)을 수상한 유미리 등을 봐도 분명하다.

 

최근 일본 연예계를 보면 아는 대로, 다문화 2세들의 개성이 활짝 열려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재일 한국인과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부모님을 가지는 싱어, 크리스탈 케이(Crystal Kay), 트리니다드·토바고인의 조부를 가지는 아오야마테르마(青山テルマ), 일본인의 아버지와 이탈리아계 미국인의 어머니를 가지는 안제라·아키(Angera Aki),등이 가창력은 물론 독특한 개성이나 외모로도 인기를 끌고 있단다.

 

 

또 제로(JERO, 본명:Jerome Charles White, Jr.)는 미국·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출신이다. 일본 첫 '흑인 엔카 가수'로서 외가쪽 조모가 요코하마 출신 일본인이다. 그 영향으로 어린 무렵보다 엔카를 즐겨 왔다. 피츠버그 대학을 2003년에 졸업한 후에 일본 오사카에서 컴퓨터 기술자로 일하면서도 조모와 약속한 '엔카 가수'를 위해 '홍백 노래 자랑' 출장을 목표로 했다. 2008년말에 그 꿈을 완수했다고 한다.

 

엔카 가수이지만 힙합계 패션을 입은 외모는 래퍼와 스타일에서 통하는 면이 있다. 또한 홍보비디오도 랩을 하는 백댄서를 기용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해 주목을 끌고 있다. 그는 NFL 팀 피츠버그·스틸러스의 대팬이며 좋아하는 선수는 같은 아시아계의 혈통을 받고 있는 WR하인즈·워드라고 한다. 요즘은 인기 애니메이션인인 '짱구'시리즈에서 주제가도 부르며 '성우'로서도 데뷔했다.

 

이제 일본도 단일민족 국가가 아닌 다문화국가라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음악이나 문학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영화계에서도 합작영화가 많아지는 것을 느낀다. 작년에 이나영과 오다기리 죠가 출연해 화제가 된 김기덕 감독의 <비몽>에 이어 츠마부키 사토시와 하정우가 주연을 맡은 <보트>(김영남 감독)가 만들어졌다. 그저 김치인 줄 알고 배달했던 물건이 알고 보니 마약이었다는 기발한 소재와 서로를 속여가며 돈을 얻으려는 두 남자의 눈치 싸움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을 담은 영화가 공개됐다. 5월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같이 기자회견하면서 서로를 자연스럽게 아끼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앞으로도 더욱 재미있는 한일 합작영화들이 더욱 많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된다.

 

일본의 문화와 더욱 친하게 되기 위한 일들을 하실 분들

 

이번의 일본영화 전단지전시회를 기획하신 직원 분에게 물어봤다.

 

-운영시간이 평일의 17시 30분까지라서 그런지 어르신 분들이 많은 것 같네요?

"네 그렇기도 하지만 지금 여름방학이라서 학생 분들도 많고 지난번에도 '아라시'의 DVD상영회를 했으니 200명 정도 관객들이 모였네요.

 

-그렇게 '아라시'가 인기 있군요~그럼 여기를 방문할 분들이 어떤 음악을 듣고 계세요?

"역시 젊은 분들에게는 '아라시'지만, 연세가 있으실 분들에게는 엔카가 인기 있네요."

 

-무료 영화 상영회 등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직장에 다니고 있으므로 평일의 17시반까지는 오기가 힘들다는 소리도 조금 듣고 있는데요...

"그런 직장인 분들을 위한 방문 상영회 등 기업에서의 일본 문화 홍보 활동도 가능해요."

 

-초등학교 '다문화 수업'에서 일본 문화에 대해서 알려줄 기회도 많은데요. 혹시 여기서 가지고 계시는 일본 소품 등도 대출이 가능한가요?

"가능하긴 하지만 요청이 많으면 대출신청해도 시간이 걸릴 수도 있네요. 서울 주변 초등학교에는 우리도 '문화홍보 활동'이라는 이름으로 방문하고 있어요. 문의 있으시면 전화 등으로 물어봐주세요."

 

생각보다 싹싹한 분위기로 대하는 직원 분의 대응 덕분인지 인천에 살고 있어도 가끔 서울의 '공보문화원'까지 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우리 한일가정 자녀들에게는 이런 데를 찾거나 '한일교류 축제 한마당'에 참가하지 않으면 한국에서 일본 전통문화 등을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무료'라 해도 영화를 볼 때는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시끄럽게 되면 마음껏 감상하고 싶은 분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으므로 염려해야 되겠지만.

 

마지막으로 이번에 공개될 일본 영화 무료 상영외 행사 정보를 전하면서 더욱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기대해본다.

 

2009년 8월 이후의 한일 문화교류 행사(공보문화원 주최•후원 행사, 홍보지원 사업)

'일본 장르영화의 밤'(일본국제교류기금(THE JAPAN FOUNDATION) 서울문화센터는 시네마테크 부산과 공동 주최)

서울일본문화센터가 소장하고 있는 16 mm필름 및 DVD를 이용한 무료상영회

일본영화걸작 정기 무료상영회(서울아트시네마)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우리신문 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일본 영화, #서울, #부산, #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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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이주민영화제(MWFF) 프로그래머 참여 2015~ 인천시민명예외교관협회운영위원 2017년~2019년, 이주민방송(MWTV) 운영위원 2021년 ~ 인천서구마을공동체 웃서모 대표 겸임 2023년~ 인천 i-View 객원기자 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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