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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에 올라본지 오랜만에 지인들과 주말을 맞아 불암산에 오르기로 했다. 남양주에 사는 지인의 아파트에서 모여서 함께 불암산으로 출발했다. 나중에 어디까지 실천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계획으로는 앞으로 2년 간 100번의 등산을 하는 것을 공동의 목표로 삼았고 오늘 드디어 연속 세번째로 불암산을 오르게 된 것이다. 매 주 한번씩 산에 올라야 하는 조금은 힘들 수 있는 등산 계획이지만 그 목표를 세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주말마다 등산을 계속 해서 건강도 다지고 2년 동안 100번의 등산을 하자고 결의한 '등산지기' 일행들.
▲ 아기자기 하다는 평을 듣는 불암산을 오르는 아저씨들 주말마다 등산을 계속 해서 건강도 다지고 2년 동안 100번의 등산을 하자고 결의한 '등산지기' 일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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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턱의 불암사를 지나서 산에 오르는 과정은 50 전후의 아저씨들에게 그리 녹록치않았다. 고도 507m라고 쉽게 생각하는 중년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은 상당히 건강한 편에 속할 것이다. 우리 일행들은 온 몸에 흐르는 땀을 닦아가며 조금씩 뻑뻑해지는 다리와 허리의 어떤 느낌을 계속 느끼(?)면서 열심히 한 발 또 한 발을 정상을 향하여 옮겼다.

이미 한여름의 절정을 뒤로하고 처서를 눈 앞에 둔 가을의 초입이었지만 머리에서 발끝까지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다 닦을 수도 없을 정도였다. 산 중턱을 지날 때에는 마치 무성한 숲을 지나듯 뜨거운 태양을 머리에 이고 산을 올랐다.

이글거리는 태양을 머리에 이고 온 몸에서 비오듯 흐르는 땀을 닦아가며 열심히 불암산을 올랐다. 아직 절반 밖에 못오른 상태라는 설명에 절로 한숨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 우거진 수풀을 헤치면서 불암산을 오르는 모습 이글거리는 태양을 머리에 이고 온 몸에서 비오듯 흐르는 땀을 닦아가며 열심히 불암산을 올랐다. 아직 절반 밖에 못오른 상태라는 설명에 절로 한숨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 강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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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땀을 닦아가며 오르다 보니 거북바위에까지 이르렀다. 주말 오전인데도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각종 산악회에서 찾아온 사람들, 연인과 부부들, 아이들을 데리고 산을 오르면서 오를 때 걷는 방법을 설명하는 착한 아빠도 있었다. 이른 시각에 정상에 올랐던 일행들이 벌써 하산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부지런히 불암산의 정상을 향해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중 일부 사람들과 지나칠 때 술 냄새가 나기도 했는데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실족하여 부상을 입을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여러사람들이 힘들어질 수 있을 수도 있어서 염려가 되기도 했다.

몽골에 가서 보았던 초대형 거북바위 보다는 작았지만, 그래도 우리들에게는 엄청 큰 바위였다. 산을 오르는 이들에게 볼거리도 제공하고 잠시 휴식을 제공하기도 하는 거북바위가 오늘 참 고마웠다.
▲ 불암산 등산로에 있는 거북바위 몽골에 가서 보았던 초대형 거북바위 보다는 작았지만, 그래도 우리들에게는 엄청 큰 바위였다. 산을 오르는 이들에게 볼거리도 제공하고 잠시 휴식을 제공하기도 하는 거북바위가 오늘 참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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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암산 정상을 앞두고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상계동 일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정말 엄청난 아파트의 숲 그 자체였다. 북한산과 도봉산에 둘러싸인 아파트들이 서울에 사는 많은 사람들의 고단한 일상을 웅변하는 듯 했다. 이렇게 오르는 불암산 등산을 마치고 나면 나도 우리 일행들도 다시 저 아래 서울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507m 정상을 조금 남겨둔 지점에서 주변 경관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산들로 둘러싸인 상계동 일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 불암산 정상을 향해 오르다 잠시 산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507m 정상을 조금 남겨둔 지점에서 주변 경관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산들로 둘러싸인 상계동 일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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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을 향하는 마지막 난코스(?)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계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산을 오래 올라서 능숙한 사람인지 샌들을 신고 나무 계단을 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샌들을 신고 산을 오르는 당사자는 발이 시원할지 모르겠지만 바라보는 입장에서 왠지 안전하게 생각되지는 않았다. 아무튼 등산의 고수인 것 같다고 생각을 해 보았다.

나무계단에서는 편할지 모르겠지만 중턱 이상 올라오다 보면 등산화를 신고서도 쉽지않은 구간들이 있었는데, 정상 가까이에서 불암산 등산 고수의 면모를 보여주는 샌들 등산가(?)를 만났다.
▲ 한여름이라 샌들을 신고 등산을 하는 사람을 만났다. 나무계단에서는 편할지 모르겠지만 중턱 이상 올라오다 보면 등산화를 신고서도 쉽지않은 구간들이 있었는데, 정상 가까이에서 불암산 등산 고수의 면모를 보여주는 샌들 등산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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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정상 턱밑까지 올라왔다. 최근 가장 많은 땀을 흘린 오늘 가장 뿌듯한 순간이었다.

엷은 구름층이 불암산 정상으로 가는 길을 조금 덜 덥게 해 주었다. 산 꼭대기에서 펄럭이는 태극기가 더 한층 반가웠다.
▲ 이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불암산의 정상이다. 엷은 구름층이 불암산 정상으로 가는 길을 조금 덜 덥게 해 주었다. 산 꼭대기에서 펄럭이는 태극기가 더 한층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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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정상에 오른 것도 아닌데 기분이 좋았다. 올라가는 사람들과 내려오는 사람들이 뒤엉켜진 정상 바위는 그리 넓지않아서 복잡하고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념촬영을 하느라 혼자서 또 일행들과 함께 멋진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마지막 정상을 향하는 바윗길은 마지막을 알리는듯 오르기가 쉽지않았다. 가파른 경사의 짧은 바윗길을 굵은 밧줄을 잡고 올라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내려올 때였다. 초보 등산인들은 한참을 망설이기도 했고 뒤에서 기다리던 능숙한 사람들도, 아래에서 기다리는 익숙한 일행들도 답답하다는 듯 한마디씩 하기도 했다.

정상을 향해 오르는 마지막 길은 저 두꺼비바위처럼 경사가 심했고 쉽지않았다. 자주 오르는 능숙한 사람들은 쉽게 오르고 내려왔지만 그렇지않은 사람들은 많이 긴장하면서 바위벽에 바짝 붙어서 내려왔다.
▲ 정상 부근에 있는 두꺼비바위 정상을 향해 오르는 마지막 길은 저 두꺼비바위처럼 경사가 심했고 쉽지않았다. 자주 오르는 능숙한 사람들은 쉽게 오르고 내려왔지만 그렇지않은 사람들은 많이 긴장하면서 바위벽에 바짝 붙어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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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불암산의 정상에 올라서니 정상의 면적이 좁아서 올라온 사람들끼리 부딪히며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내일(8월 23일, 일) 고 김대중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리기로 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어 밑에서 올려다 보던 태극기가 조기로 게양되어 있는지 싶어 바라보는 순간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세계 무역 규모가 작년 보다도 더 커졌다는 뉴스가 아직 기억에 생생한데 그런 대한민국의 태극기가 저런 상태로 산 꼭대기에 걸려져 있다는 사실이 또 한번 가슴을 아프게 했다.

더 이상 자랑스럽게 펄럭이고 있지않은 우리의 태극기는 찢어지고 낡은 채 불암산 정상 그 꼭대기에서 휘청거리고 있었다. 우리들 모두가 더 큰 관심과 더 많은 사랑을 쏟아부어야겠다고 다짐했다.
▲ 창피한 생각을 갖게 만든 불암산 정상의 낡아빠진 태극기. 더 이상 자랑스럽게 펄럭이고 있지않은 우리의 태극기는 찢어지고 낡은 채 불암산 정상 그 꼭대기에서 휘청거리고 있었다. 우리들 모두가 더 큰 관심과 더 많은 사랑을 쏟아부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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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태극기가 휘청거리는 정상 바위 바로 아래 그늘에서는 어느 등산 모임 회원들이 모여앉아서 준비해 온 '생선회초고추장무침'을 즉석에서 만들어서 맥주와 막걸리와 함께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다른 산악회에서 올라온 사람들도 단합을 외치는 구령소리만 크게 울리고는 이내 서둘러서 내려가고 말았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다시 태극기를 올려다 보는 내 눈에는 저 가여운 태극기의 휘청거리는 모습이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갑자기 하늘도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 불암산에 태극기를 게양하고 관리하는 주체가 누구이든 간에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산을 사랑한다며 산에 오르는 많은 사람들, 또한 정상의 저 태극기 아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간 많은 사람들이 조금만 관심을 갖고 태극기의 교체를 생각했더라면 저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느끼면서 하산을 시작했다.

산을 오르고 내려가던 사람들이 가끔 발끝만 보다가 머리와 어깨를 부딪히곤 하는 '계단으로 튀어나온 바위'. 튀어나온 바위 바로 옆에는 계단을 뚫고 올라온 소나무도 한그루 있어서 위험구간으로 표시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 불암산 정상을 향한 나무 계단에 있던 튀어나온 바위. 산을 오르고 내려가던 사람들이 가끔 발끝만 보다가 머리와 어깨를 부딪히곤 하는 '계단으로 튀어나온 바위'. 튀어나온 바위 바로 옆에는 계단을 뚫고 올라온 소나무도 한그루 있어서 위험구간으로 표시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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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갈 때에 한 사람이 더위에 지쳐서 발끝만 내려다 보며 나무계단을 오르다 저 튀어나온 바위에 머리를 부딪혔다. 자연의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려고 나무계단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을 해 보긴 했지만 그래도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위해, 그 중에서도 힘들고 지쳐서 자신의 발끝을 내려다 보며 산을 오르는 일부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계단을 뚫고 나온 소나무와 계단으로 뚫고 들어온 바위를 조심하라고 안전의식을 고취시키는 안내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안내문이든 주의문이든 만들어 놓으면 혹시 위험에 빠질지 모를 어떤 사람들을 구하게 될 것 같았다.

 이번 주말은 불암산에 오를 수 있어서 기분이 참 좋았다. 오늘 흘린 많은 땀방울 만큼 내 건강이 좋아졌으면 하는 욕심을 부끄러워 하면서 다음주 토요일의 산행을 벌써 기다리는 심정이 되었다.

다음주에는 오늘 정상의 훼손된 태극기 같은 안타까운 장면없이 보람과 만족의 등산과 하산을 하게 되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고 김대중 대통령의 영결식을 하루 앞둔 8월 22일 토요일. 온 몸이 푹 젖을 정도로 땀을 많이 흘리면서 불암산을 올랐지만 산 정상에서 펄럭이는 태극기를 본 순간 안타까운 마음을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황당한 생각이 들었다. 너무 심하게 훼손된 채 가슴 아프게 펄럭이던 태극기의 사진과 사연이라도 알려서 다른 곳의 훼손된 태극기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태그:#고 김대중 대통령 영결식, #국장 조기 게양, #불암산 태극기, #태극기 사랑 국기 사랑, #불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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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곳들을 다닌 후에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서 비슷한 삶의 느낌을 가지고 여행을 갈만한 곳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내가 살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사회적 문제점들이나 기분 좋은 풍경들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생각하고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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