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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세미가 풍요롭다. 마치 하늘에 걸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초록의 이파리와 잘 어울린다. 맑은 공간을 배경으로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 편안하다. 풍요로움이 넘쳐나고 있다. 우주에 그득 차 있는 넉넉함이 내 마음에도 고스란히 배어들고 있었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흥겨워지고 즐거워진다. 정녕 가을이란 사실을 온 몸으로 실감할 수 있게 된다.

 

 

  수세미가 주렁주렁 열려 있는 곳은 전북 정읍시 산내면이다. 옥정호의 상류로서 주변 산천이 오염되지 않다. 청정한 금수강산이란 바로 이런 곳이란 사실을 실증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맑은 공기와 밝은 꽃이 피어나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매년 축제를 펼친다. 은은한 보라 빛이 배어나는 구절초 꽃이 만개하면 아주 장관을 이룬다.

 

  옛날부터 이곳은 구절초 꽃이 많이 피었다고 한다. 그래서 칠보로 넘어가는 고개의 이름이 구절재다. 구절초가 피어 있는 고갯길이란 뜻이다. 인근에 구절초가 자생하고 있었는데, 축제를 시작하면서 이곳 옥정호 상류에 집중적으로 구절초를 재배하고 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아 꽃은 피지 않았지만, 꽃봉오리가 맺어지고 있었다.

 

  구절초는 피어 있지 않았지만 대신 수세미가 가을의 풍성함을 대변하고 있었다. 수세미 옆에는 처음 보는 열매도 함께 특이함을 더 한다. 반은 노랗고 반은 초록을 하고 있는 호박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것이 무엇인지는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가을의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색깔의 오묘함이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넉넉하게 해준다.

 

 

  수세미에서 배어나고 있는 풍요 속에서 조상들의 넉넉함을 생각하게 된다.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하면서 이익만을 추구하진 않았다. 매정하게 모든 것을 다 거둬들이지는 않았다. 땅 속에 살고 있는 벌레들이 먹을 수 있는 양식은 남겨 놓는 아량을 가지고 있었다. 어디그뿐인가? 새와 짐승들이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도 있었다.

 

  까치밥이 바로 그 것이고 도토리를 모두 다 수확하지 않은 것이 바로 그 것이었다. 까치밥은 새들을 위한 배려였고 도토리는 다람쥐와 같은 짐승을 위하는 마음이었다.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수세마를 바라보면서 공존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이기심을 버리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각박한 인심에 놀랄 때가 많다. 이기심이 앞서게 되면 사람이 매정해진다. 찬바람이 씽씽 부는 인간관계는 아무래도 삭막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정이 사라지게 되면 사람 맛이 나지 않는다. 살 맛 또한 느낄 수 없게 된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어찌 사람답다 할 수 있단 말인가. 서로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향기 나는 삶이다.

 

 

  주렁주렁 열려 있는 수세미가 가을을 익혀가고 있는 시점에서 나를 들여다본다. 풍성한 가을에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있는 것인지 반성해본다.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그 것은 이기심이 앞서 있었다는 점을 반증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제부터라도 넉넉하게 살아가고 싶다. 사람 냄새가 나는 그런 생활을 하고 싶어진다.<春城>

 

덧붙이는 글 | 데일리언


태그:#수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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