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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남자들만큼 길거리에서 소변을 많이 보는 국민은 없다고 합니다. 특히 예비군 군복을 입혀놓으면 멀쩡하던(!) 남자까지도 그렇게 된다고 합니다. 무리를 지어 길가에서, 아파트 담장에 대고 소변을 봅니다.

 

그렇다면 '신독'(愼獨,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몸가짐을 바로 하고 언행을 삼감)은 더욱 어려운 일이겠지요. 아무도 보지 않아도 도덕적, 관습적 기준을 지킨다면 그는 정말 진정한 문화시민이라 칭송받을 만하라 것입니다.

 

그런데 대마도에 가서 여행을 하던 중, 어느 소학교(우리나라식으로는 초등학교) 인근을 둘러보다가 마음에 짠하게 와닿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일본 대마도 대선월 소학교 운동장을 우연히 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여러 명 나타나더니 그 중 먼저 두 명이 가방을 나란히 내려놓습니다. 그 후 한 아이가 더 나타났습니다. 두 아이의 가방을 내려다보더니 예의 두 아이는 놀러 가버리고 없는데 자기 혼자서 가방을 그 두 아이의 가방 뒤에 나란히 세워놓습니다.

 

 

다시 한 아이가 나타나더니 역시 자기 가방을 벗어 앞의 세 아이의 가방 뒤에 나란히 줄을 세워 놓습니다. 이제 가방 다섯 개가 나란히 줄을 섰습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는데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그렇게 주변을 정리정돈하면서 놉니다. 우리 같으면 아무렇게나 가방을 내던지고 놀 것 같은데... 말입니다.

 

 

학교 갔다 오면 아무데나 가방을 내던지고 "엄마, 밥 줘!" 하고 고함부터 지르던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학교에 등교하는 아이들을 상대로명찰을 달았는지, 머리카락 길이가 얼마인지,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는지 등이나 검사하려고 강제로 줄을 세우는 우리나라 학교들이 생각났습니다.

 

어린 아이들의 이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쉽사리 자리를 떠날 수 없어 대선월 초등학교 인근을 오랫동안 둘러봅니다. 과연 멋진 것들이 눈과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해마다 졸업하는 아이들이 공동 제작으로 그린 벽화가 눈부시게 그려져 있는 학교 담장이 바로 그것입니다.

 

 

학교 담장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그냥 시멘트 벽돌로 꽉 틀어박혔거나 기껏해야 철망으로 울타리쳐진 것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의 학교 담장과는 너무나 대조가 되었습니다. 일본이 우리보다 한 수 위라는 이야기가 결코 아닙니다. 그냥 대선월 초등학교에서 바라본 광경들이 너무도 아름다웠다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우리도 아름다워졌으면 좋겠습니다.


태그:#대마도, #벽화,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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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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