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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1998년에 구입한 휴대전화가 있다. 11년을 쓰다보니 여기저기 망가졌다. 액정도 2004년도에 지리산 등산 갔다가 비를 맞아 절반이 깨져 문자 메시지를 절반밖에 읽을 수 없고, 배터리와 본체가 접촉이 잘 되지 않아 전원이 자주 꺼졌다.

 

그래도 지난 해까지는 절반이라도 문자를 읽을 수 있지만 요즘은 글자가 깨져 거의 읽을 수 없을 정도였다. 전원도 꺼지고, 문자 메시지를 읽을 수 없어 바꾸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이 녀석과 11년을 같이 지내면서 든 정이 커 단말기를 바꾸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지난 해 가을 경남 진주 YWCA에 주최한 '제4회 우리시대 짠순이 페스티발'에 이 녀석과 함께 참여하여 일등상인 하늘상을 받아 부상으로 15만원 상품권을 받은 일도 있어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쓰려고 했다.

 

문제는 나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엄청나게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전화를 해도 전원이 꺼져 있고, 문자를 보내도 연락이 안 되는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전원이 꺼져 있는 이유는 스스로 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불편하지 않으니 계속 사용했다. 답답한 사람이 먼저 나섰다. 한 동료 목사님이 휴대전화 단말기를 주신 것이다. 일 때문에 몇 번이나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냈는데도 통화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직접 단말기를 챙겨 주셨겠는가. 동료 목사님들만 답답한 것이 아니라 지난 15일에는 오마이뉴스에서 쪽지가 왔다. 쪽지를 보니 전화를 드렸는데 연락이 되지 않아서 쪽지를 보냈다고 했다.

 

 

'E-노트'를 담당하는 분도 전화를 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아 메일을 보냈고, 휴대전화로 연락을 했다. 그 분은 나와 겨우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전화를 했는데 전원이 꺼져 있고, 연락이 되지 않으면 답답하고, 어떤 경우는 화도 날 것이다. 연락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한 오마이뉴스에게 미안하고, 나 같은 사람에게 끝까지 연락을 준 것에 고맙다는 말밖에 더 할 말이 없다.

 

동료 목사님이 주신 휴대전화 단말기를 본 우리 아이들이 좋아했다. 완전히 새 단말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빠 휴대전화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으니 먼저 만져보겠다고 싸웠다. 전화번호를 입력하려고 했지만 어떻게 할 줄 모르겠다. 옆에 있던 큰 아이가 자기가 하겠다고 나섰다.

 

"아빠 내가 해볼게요."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어요."
"아빠 나도 할 수 있어요."

"형이 다 하고 나서 나중에."
"나도 할 수 있단 말이에요."

"아빠 나도 할 수 있어요. 하고 싶어요."

 

딸 아이와 막둥이도 전화번호를 입력하겠다고 했지만 큰 아이가 혼자합니다. 딸 서헌이와 막둥이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습니다.

 

"아빠 형이 다 해요. 나도 하고 싶은데. 나도 할 수 있어요."
"아빠 나도 할 수 있단 말이에요. 왜 오빠만 해요"

"알았다. 알았어."

 

막둥이는 전화번호 입력을 어떻게 하는지 모를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잘합니다. 아이들은 무엇이든지 빨리 배우는 것 같습니다. 형이 하는 것을 보더니 금방 따라합니다.

 

11년 사용한 휴대전화 단말기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지난해 '짠순이 대회'에서 일등상을 받은 후 오래 오래 사용하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1년만에 그 약속을 어겼습니다. 마음이 한켠이 아프고, 섭섭합니다. 아마 많이 그리울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사용을 할 수 없지만 버리지 않고 옆에 두면서 11년 추억을 간직하려고 합니다.


태그:#휴대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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