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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대한민국에서 부자되는 법이오? 뻔한 수입에 열심히 맞벌이 해봐야 일 년에 2천만 원 모으면 많이 모았다 하겠죠? 그나마 아이가 있다면 돈 모으기 더 힘들 테고… 집을 사고보니 돈 버는 법을 알 것도 같습니다. 몇 년 살면 1억은 남는 게 부동산이잖아요. 이래서 돈 많은 사람들이 쉽게 돈을 버나봐요.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인데 나도 그렇게 해서 부자가 되고 싶어요."

- 상담자 민씨의 이야기
부동산으로 부자 된다는 착각

민씨는 2006년 여름에 집 값의 ⅔나 대출을 끼고 서울 인근 지역에 아파트를 샀다. 다소 무리한 대출로 인해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집값이 2억 7천만 원에서 4억 원으로, 1억3천만 원이나 뛰어오르자 불안한 마음은 이내 뿌듯한 마음으로 바뀌었다.

최근 들어 금융위기가 진정되는 기미가 보이고 부동산 가격이 들썩인다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하자 민씨는 더 늦기 전에 좀 더 투자가치가 있는 아파트로 갈아타려 하고 있다. 민씨의 남편은 자기가 버는 돈만으로는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니 빚을 더 내서라도 투자금액을 늘리자고 민씨를 부추기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부자로 살려면 역시 부동산밖에 없다면서 이제는 서울에 있는 아파트로 진입하기 위해서 부지런히 뛰어다닌다. 전세 값 상승이니 청약 열풍이니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기 시작한다는 기사들을 자꾸 보니 지금 서울 진입에 실패하면 평생 서울 아파트를 못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최근 안전 진단을 앞두고 재건축 기대감이 커진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모습.
 최근 안전 진단을 앞두고 재건축 기대감이 커진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모습.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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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부동산에 대한 믿음은 '부동산 불패 신화'로 불릴 정도로 절대적이다. 부동산은 언제나 안전하다는 믿음, 부동산 투자의 수익이 가장 좋다는 믿음, 대한민국의 부동산은 다르다는 믿음들이 모여서 부자가 되려면 부동산밖에 없다는 믿음으로 발전했다. 이런 믿음이 있었기에 막연히 투자수익만 기대하고 위험이나 비용에 대해서는 생각지 않고 너도나도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이 부자를 만들어준다는 믿음은 현실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을 해서 자산가치가 높아졌는지는 모르나 부자로서 살지는 못한다. 소득도 그대로고, 집이 하나인 것도 그대로다. 때로는 내 집은 다른 사람한테 세주고 정작 본인은 세입자보다도 좁은 집에서 살기도 한다. 통장에 들어 있는 돈은 빚 갚느라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다만 올라간 자산 가치 때문에 부자가 되었다고 착각할 뿐이다.

내 자산의 가치가 1억 넘게 오른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다. 맞벌이 해봐야 1년에 2000만 원 모으기도 힘들다는 세상에서 집으로 인해 3년만에 1억 넘는 돈이 생겼으니 마음이 들뜨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그 들뜬 마음이 현실 속에서 오류를 낳고 만다. 단지 집 값이 올랐을 뿐이다. 내 집 값만 오른 것도 아니기에 차익 실현을 해서 남은 돈을 통장 속에 넣어둘 수도 없다. 쓸 수 있는 돈이 늘어난 것도 아닌데 돈 벌었다는 생각에 쓰는 돈을 늘린다.

민씨 가정도 마찬가지다. 집 값이 올랐다고 그동안 타고 다니던 차를 매각하고 외제차를 장만했다. 부부가 같이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주말이면 외제차를 타고 교외로 나간다. 그러는 사이 담보대출 말고도 마이너스 통장, 퇴직금 담보대출, 약관대출이 새로 생겼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변에 개발 호재가 있어서 집 값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며 부채가 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방관한다. 집 값만 오르면 다 해결될 거란 생각이다.

현실을 냉정히 따져보자. 집 값이 오르기는 했지만 그동안 냈던 이자만 4000만 원이 넘는다. 아파트 구입으로 인한 취/등록세, 재산세, 중개수수료, 이사 비용, 인테리어 비용 등을 합하면 2000만 원이 넘는다. 게다가 구입 당시의 담보대출 1억8000만 원으로 인해 400만원 소득에 대출이자로만 매월 100만 원 가까이 지출되다보니 생활비가 부족해 마이너스통장을 끌어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주택 구입 이후 새로 생긴 부채만 6000만 원이다. 오른 집 값보다 더 큰 비용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돈이 돈을 버는 환상을 좇다가 돈을 벌기는커녕 빚이 빚을 내는 현실에 몰린 것이다.

남은 직장생활 7년, 남은 부채상환기간 17년

부동산 매입으로 인한 부채는 흔히들 '강제저축'이라고 생각한다. 빚이 있으면 빚을 갚기 위해 생활비도 아껴쓰게 되고 빚을 갚는 돈은 차곡차곡 내 집에 쌓이는 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억 단위의 대출에 대해서 큰 위기의식이 없다. 민씨의 경우에도 1억8000만 원이라는 대출금은 큰 돈이지만 100만 원이라는 이자는 상대적으로 작은 돈이기에 대출을 쉽게 결정했다. 하지만 20년간 부채를 갚게 될 거란 생각은 못 하고 있다. 강제저축이라기보다는 20년짜리 장기 은행 월세인 셈이다.

그런데 43세인 A씨 남편의 직장 생활이 점점 불안해지고 있다. 2억4000만 원의 빚이 있지만 직장 생활은 길어야 7년이다. 빚을 갚으려면 앞으로 남은 연봉을 모두 빚 갚는 데만 써야할 판이다. 당연히 이는 불가능하다. 지금도 생활비가 부족해서 마이너스 통장 없이는 생활이 안 되는데 앞으로 지출은 점점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비만 하더라도 초등학교 6학년과 5학년인 아이들이 자라면서 의무교육인 중학교까지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겠지만 고등학교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등록금과 육성회비, 보충수업비, 교재비, 급식비 등 공교육에 드는 비용만 해도 월평균 50만 원 가까이 된다. 이 시기가 3년도 채 남지 않았다. 아이들 대학자금 마련은 꿈도 못 꾼다. 이쯤 되면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떨어지고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의 삶이 걸린 문제다.

민씨의 집 값은 앞으로 더 오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수억 원을 버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치러야 하는 대가는 너무나도 소중한 일상이다. 더구나 그 누구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혹시라도 가격이 떨어진다면? 민씨의 자녀들은 급식비도 밀려서 학교 다니면서 아이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대학에 가서는 자신들의 등록금과 용돈뿐만 아니라 퇴직한 아버지로 인해서 가정의 생활비까지 벌어야 하는 현실에 놓이게 된다. 거기에 빚도 갚아야 한다.

돈이란 건 쓸 수 있어야 한다. 부동산에 묶여서 쓸 수 없는 돈은 있으나마나 한 돈이다. 내 통장에서 자유롭게 꺼내 쓸 수 있는 돈이 진짜 돈이다. 부동산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심부터 접어야 한다.

이미 부동산은 너무 많이 올라서 보통 사람들이 살 수 없는 가격이 됐다. 평생 일해도 갚기 힘든 부채를 떠 안고 부동산에 올인했다가는 결국 은행의 노예가 되어 평생 은행만을 위해서 일해야 된다. 수억의 부채를 떠안고 은행에 월세 내면서 통장 잔고가 계속 줄어드는 미래보다는 부채 없이 은행 이자 낼 돈으로 저축하면서 사는 미래가 훨씬 풍요롭지 않을까?



태그:#부동산, #재테크, #착한재무주치의,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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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돈에 관해 올바른 시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모두가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 행복을 소비하는 사람이 되는 그날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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