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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영어 배우고 싶은데 학원 다녀도 돼요?'

'이 자식이, 지난번에도 영어학습기로 공부한다고 해서 사줬는데 며칠만에 포기했잖아.'

 

6학년 아들의 말에 아내보다 내가 앞서서 내뱉은 말에 순간 분위기가 냉랭해지고 말았다. 술 한잔 걸친 탓에 생각 없이 말을 해버린 것이다.

 

다음날, 아침 밥상에서 지난밤 일이 마음에 걸려서 아들에게 영어학원을 알아보자며 살갑게 말을 건네면서 왜 영어공부를 하고 싶은지 물었다.

 

'영어 잘하면 좋잖아, 해외(배낭)여행도 다녀보라고 했으니 영어를 배워야 하잖아.'

 

하지만, 진짜 이유는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은것 같다. 그동안 영어숙제를 몇 번 같이 해준 적이 있었는데, 영어로 발표하는 숙제 같은 경우에는 발음과 해석을 우리말로 적기도 했다.

 

언젠가, 가정통신문에 영어수업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으니 신경 좀 써달라며 담임선생님이 이에 대한 답신을 요청했었다. 요즘 초등학교 영어수준이 높은 것 같다. 잘 못하더라도 널리 양해 바라며 잘 지도해 달라는 취지의 답신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 일로 마음이 편치 않아서 학원은 절대 다니지 않겠다는 아들에게 30만 원이 넘는 영어학습기를 사준 적이 있었는데, 며칠간 만지작 거리더니 못하겠다고 해서  중학교에 다니면 다시 해보라며 상자에 넣어두고 말았다.

 

 

얼마 전에 끝난 일제고사 시험에 대비해서 등교시간이 앞당겨지고 매일같이 시험공부와

연습시험을 보느라 아들이 많이 지쳐 보였다. 일제고사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 때문인지

얼굴에는 좁쌀만한 뾰루지들이 생겼다. 피부과 병원에서는 염증이라며 처방을 해주고

며칠 두고 보자고 했는데, 뾰루지는 일제고사가 끝나면서 자취를 싹 감춘 것으로 봐서는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생각이다.

 

어제, 아들과 동네를 걸으면서 영어학원을 찾아보았다. 평소에는 관심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집 근처에만 두 곳의 영어학원이 있었다. 가까운 곳에 다니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학습과정을 알아보고 결정하자고 했다. 아들은 지난 일제고사 때 한 이야기를 또 꺼냈다.

 

'아빠, 저번 시험 때 얼굴에 뭐가 나서 선생님이 병원에 가보라고 했잖아, 원인이 스트레스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 내가 스트레스 받을 일이 뭐 있느냐고 그러는 거야. 진짜 스트레스 받았는데...'

 

선생님이 한 말의 의미는 뭘까. 공부도 못하면서 무슨 스트레스냐 하는 것으로 해석을 하는 것은 오해일까. 영어학원이 아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수는 있을까.


태그:#영어, #영어학원, #일제고사,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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