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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기 국정감사에서는 유사 이래 전례가 없는 해괴망측한 답변이 그것도 명색이 국무위원이고 장관이란 분들의 입에서 거침없이 튀어 나왔다. 하도 어안이 벙벙하고 기가 막혀 듣는 이의 귀와 보는 이의 눈을 의심케 할 지경이다.

 

10월 6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이만의 환경부장관은 "유기농법이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농법에 비해 (더) 많은 오염부하(물질)를 배출하므로 (팔당지역 및 4대강)하천 주변의 친환경농업을 비롯 모든 농업을 금지할 방침"이라고 답변하였다. 실험실 내의 좁은 공간에서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화학·물리 측면만 실험한 결과를 가지고 그렇게 단언하였다.

 

친환경유기농업의 주무부서인 농림수산식품부 장태평 장관 역시 지난 10월20일 국정감사에서 유기농업의 생물학적 특성을 들어 환경부의 그릇된 실험방법 결과를 반박하기는커녕 도리어 "하천이 범람하면 어차피 못쓰게 되니까 근본적으로 이번 기회에 (팔당호 등 하천주변의 유기농가를) 정리하는 게 좋겠다"고 화답했다.

 

그렇다면 17년 전 서울, 인천 등 수도권 주민들의 수질보전을 위해 화학비료와 농약을 살포하는 대신 유기농업을 하라고 팔당지역 5개 시군 농민들에게 보조금을 주기 시작한 최병렬 서울시장 이하 역대 시장들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말이 된다. 친환경유기농업 지원정책을 공식으로 채택한 1998년 당시의 농림부장관을 비롯 역대 장관들도 수질오염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들이야말로 앞으로 3년 동안 30조원 넘게 투자하는 한강 및 4대강 사업의 장애물(유기농업)을 권장했으니 참(斬)하여 마땅하다.

 

화학물질이 유기농법보다 낫다는 근거는 뭔가

 

친환경농업육성법에 근거하여 1998년 11월11일 대한민국의 국무총리가 친환경농업 원년을 선포했을 때 주무장관으로서 나는 앞의 모든 시장과 국무위원들을 대신하여 이만의․장태평 두 분 장관들께 그 진의를 엄중히 묻고 싶다. 공개 또는 비공개를 떠나 앞으로 정부의 친환경유기농업 정책방향에 대한 공식입장을 듣고 토론하고 싶다.

 

환경생태계도 살리고 국민의 건강도 지키자고 유기농업을 독려해온 지난 11년간의 정부 정책방향이 과연 화학농법보다 더 환경을 오염시켰다는 주장이라면 세계 어느 나라 전문가를 불러와도 좋으니 속 시원히 토론이나 한 번 해보고 싶다. 아예 친환경농업 하천부지를 갈아엎어 자전거 길을 만들고 무슨 공원을 지으며 마리나나 리조트 호텔을 짓는 것이 진짜 녹색성장인지도 이참에 속 시원히 까놓고 토론해 봤으면 싶다.

 

사족을 붙이자면,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캐나다 미국의 선진농업국가에선 도시 주변의 유기농장에서 어지간한 축분 냄새가 나더라도 주변 시민들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 자연순환농법이기 때문에 오히려 환경생태계를 살린다고 더 반긴다. 지금 정부가 혈안이 되어 걷어내려 하는 팔당 등 하천부지의 유기농가들이 얼마나 축산분뇨를 한강 물에 내뿜으며 섞여 흐르게 하고 있는가부터 먼저 묻고 싶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오로지 천적과 미생물 그리고 톱밥과 왕겨로 거의 완벽에 가깝게 부숙 시킨 축산퇴비라든지 농업부산물로 숙성시킨 미생물농법의 퇴비농사에 어떤 이상한 징조라도 발견했었단 말인가. 땅 속 흙과 섞여 자라나는 농작물의 뿌리가 생물학적 생리작용을 일으켜 새로운 영양물질 형태로 양분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무슨 잘못된 신호라도 나왔다는 말인가.

 

세상 누구를 붙들고 유기농법이 화학물질보다 더 수질을 오염시키니 유기농을 폐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말할 때, 도대체 누가 그걸 수긍할 것인가. 오죽했으면 당해교수마저 5년 전 자신의 제한된 실험결과를 악용하여 팔당 유기농가들을 몰아내고 4대강 사업을 합리화하려는 논쟁거리로 삼지 말라고 경고하였을까.

 

아, 한없이 가볍고 천박한 국정운영이여. 뭣이 그리 탐나고 무섭단 말인가. 마치 연간 40만톤 이상에 달하던 대북 쌀 지원이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도, 연간 30만톤에 가까운 외국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바람에 계속 쌀값이 하락하고 있는 현상을 애써 외면한 채 애꿎은 남의 다리만 긁고 있는 것이나 뭐가 다른가.

 

후보시절엔 '살길'이라더니, 이제와선 나가라?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유기농업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 내리고 있다. 즉, "생물의 다양화와 생물학적 순환의 원활화 그리고 토양의 생물학적 (구조기능) 촉진 등 농업생태계의 건강증진을 위한 총체적인 생산관리체계"가 바로 유기농업이라는 것이다. 유기농업적인 재배관리를 통해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순환농법과 천적 및 미생물 활용, 그리고 작물 잔사와 질소 고정의 녹비 등 자연계의 양분순환을 원칙으로 하며 퇴비 등 외부투입을 되도록 적게 사용하는 농법이다.

 

따라서 앞서 환경부 장관은 유기농법을 가축분 퇴비만 잔뜩 집어넣고 농사짓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유기농법의 기본도 모르는 무지의 극치다. 더구나 인위적으로 10~20도의 경사도를 만들어 개념도 정확히 모른 축분흙과 화학비료 흙더미 위에 인공강우를 실험하다니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그러면서 왜 관행 화학농법의 특징인 고독성 또는 맹독성 농약의 살포효과는 실험에 포함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해명도 전혀 없다. 이같은 실험결과를 대한민국의 환경부 장관이 인용하고 도지사가 앵무새처럼 되뇌이고 농림부 장관이 뒷짐 지고 구경하며 편들다니, 이런 희극을 동서고금 어느 하늘 아래에서 또다시 볼 수 있단 말인가.

 

아니나 다를까, 경기도지사와 유기농 단체들이 전력투구하여 유치한 2011년의 제17차 세계유기농대회의 국제유기농본부(IFOAM) 총재가 지난 10월19일 경기도 지사에게 경고성 공한을 보내왔다고 한다. 내용인즉,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과연 경기도 팔당지역에서 개최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한국 유기농업 발상지로서 30여년 동안 도시 소비자와 시민단체 그리고 정부가 합심해 아름답게 일궈놓은 팔당 유기농업 생태환경을 공원, 자전거 도로, 제방 등을 만들기 위해 망치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는 구체적인 편지 내용은 자못 간절하고 단호하다.

 

지난 2007년 9월15일, 대선기간 중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께선 많은 사람들을 몰고 와 한나절 이상 팔당 그곳의 한 유기농장에서 농사체험을 하고 점심까지 들면서, 유기농업이 우리 농업의 살길이라는 취지의 이벤트까지 벌였다. 그런데, 그 분 수하의 장관들이 이제는 한강(4대강)을 살리기 위해 팔당 유기농가들더러 강제로 유기농 지도자와 학자, 기업인, 행정가들이 모이는 동 대회(Organic World Congress) 보고  떠나라고 한다. 태평한 시대의 희극이 아니라면 이 모순, 이 역설을 누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덧붙이는 글 | 김성훈 기자는 중앙대학교 명예교수이자 전 농림부 장관입니다. 이 글은 농어민신문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팔당, #유기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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