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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확산으로 경제가 영향을 받고 '재난' 단계 격상 논의가 오가는 가운데에서도 강원도 교육청은 11월 4일 일제고사를 포기하지 않고 있어 비난을 받고 있다. 전교조 강원지부에 따르면 도교육청이 11월 4일에 초등학교 4, 5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일제고사를 치른다는 것이다.

 

일제고사를 폐지하라는 교육주체들의 반대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26일부터 전교조 강원지부장(문태호)가 일제고사 폐지를 촉구하는 단식농성에 들어간 데 이어, 시내 곳곳에서 선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31일에는 빗속에서도 시민결의대회가 열렸다. 11월 4일에는 시험을 거부하는 교사들의 행동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강원 초등학생 수난사 - 내년도 일제고사 대비

 

6학년 시험은 다 끝났는데 4, 5학년 일제고사를 왜 볼까? 그건 앞으로 있을 6학년 일제고사를 미리 대비하는 강원도 교육감의 선견지명(?)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원래 표집으로 진행되는 것을 작년부터 모든 학생들이 다 보게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작년에 표집학급이 아니어서 정상수업을 진행한 4명의 교사들이 해직되기도 하였다.

 

10월 일제고사를 앞두고도 강원도 교육계의 파행사례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일제고사 대비 일일보고 등장, 우수교사에게 상품권 지급, 남태평양 팔라우 여행 약속 등 상식을 벗어난 듯한 사건이 계속 터져나왔다. 이 때문인지 학교 현장은 초등학생을 11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시키고, 언론에 보도되자 아동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9시로 축소(?)하는 배려를 했다.

 

10월 14, 15일 일제고사가 끝나고 6학년이 시험에서 해방된 뒤에도 도내 4, 5학년 학생들의 시험풀이 수업은 계속되어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직권남용 맞지만 그래도 본다?

 

도교육감의 학업성취도 평가권이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논쟁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진보신당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에 대해서도 표집 평가권만 있을 뿐 전수평가가 없으므로 일제고사를 보려면 법부터 고치라고 하였다. 하물며 시도교육감의 전수 평가권은 아직 어디에도 없는데 일제고사를 강행하려는 것일까?

 

9월 24일 강원도 교육위원회 임시회의 과정에서도 민병휘 교육위원이 시도교육감의 평가권이 없다고 지적하자 한장수 교육감이 규정을 찾아보겠다고 하였다. 그 동안 규정도 모르면서 일제고사를 강행해 온 것이 드러난 셈이다.(관련기사:한장수교육감님, 일제고사를 왜 봐요?)

 

10월 13일에는 국정감사 과정에서도 안민석 의원이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10월 20일까지 서면 답변을 달라고 하여 강원도 교육감의 불법 일제고사가 전국적 사안으로 떠올랐다. 전교조 강원지부는 10월 19일까지 규정을 알려달라고 했으나 대답이 없던 교육감은 단위학교로 엉뚱한 조항을 규정이라며 내려 보냈다.

 

강원도만 시간이 빨리 가나?

 

'2009 4, 5학년 학업성취도 평가 시행 계획'<강원도 교육과학연구원 교육과정부-1128(2009.10.22)호>에 따르면, 위 평가 시행의 근거로 '2007년 개정 교육과정'과 '강원도 초등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지침' 등을 제시하였다. - 강원지부 보도자료

 

2007개정교육과정은 시도교육감의 학업성취도 평가권을 명시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국가수준 평가도 표집으로 되어있는 마당에 시도단위가 전수평가하라는 것은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다. 게다가 2007개정교육과정 시행 시기를 보자.

 

2007개정교육과정 시행 일정

1. 이 교육과정은 학교 급별, 학년별로 다음과 같이 시행합니다.

 

가. 2009년 3월 1일 : 초등학교 1, 2학년

나. 2010년 3월 1일 : 초등학교 3, 4학년, 중학교 1학년

다. 2011년 3월 1일 : 초등학교 5, 6학년,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1학년

 

                                       - 교육인적자원부장관 고시 제 2007-79호

 

2007개정교육과정은 1, 2학년만 해당되고, 4학년은 2010년, 5학년은 2011년에나 하게 되는데, 교육감이 오죽 궁했으면 이 조항을 근거라고 갖다 댔을까? 아니면 강원도만 시간이 빨리 가서 벌써 2007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기라도 했다는 것일까? 이 때문에 미디어법에 대한 네티즌들의 헌재놀이가 한장수 교육감을 빗대어 퍼지고 있다.

 

고의적 직권남용과 아동 폭력을 했지만 처벌 받을 일은 아니다. - 교육감

교사, 학생, 학부모 조롱은 맞지만 명예훼손은 아니다 - 교육감

 

도교육감은 일제고사 당장 폐지해야

 

오늘부터 날씨가 추워지면서 강원도 지역에는 이미 눈이 오고 신종플루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능을 연기하거나 대체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고 전국 휴교령 논의가 오가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당장 강원도의 학생들은 신종플루예방보다 시험 준비에 매몰되고 점수 걱정이나 하게 해야 하는가?

 

게다가 양극화가 심화되는 마당에 저소득층 급식비 지원마저 예년에 비해 5억이나 줄여가면서도 일제고사 우수교사에게 해외여행권을 남발하는 등 비교육적 처사를 이어가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은 당장 법적 근거도 없고 교육현장을 파행으로 몰고가는 11월 4일 일제고사부터 폐지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교과부도 강원도교육청이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당장 감독권을 행사해야 한다. 일제고사를 내세워 더 이상의 아동학대와 교육과정 파행운영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말이다.


태그:#일제고사, #강원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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