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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익숙해져 흘려버렸던 성경구절들에 웃음과 유머의 프리즘을 갖다 대자 재치와 익살이 넘치는 놀라운 스펙트럼이 펼쳐졌다. 수천 년 동안 감춰져 있던 바이블의 유머코드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갈 때의 흥분과 감동을 잊을 수 없다."(책 288쪽)

저자가 집필 후기에서 언급한 말이다. 마치 김춘수가 그의 시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썼듯이, 저자가 바이블의 글들(특히 예수의 언행들)에 다가가 그 이름을 '고품격 유머'라고 불러주자 비로소 유머가 되었다는 뜻으로 들린다.

의도적인 집중

예수의 언행을 기록한 복음서 곳곳에는 그가 유머를 시도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 <예수의 고품격 유머> 표지 예수의 언행을 기록한 복음서 곳곳에는 그가 유머를 시도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 OPI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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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의도적으로 성경의 문자들 앞에 다가간다. 분명히 성경엔, 예수의 언행엔, 특별한 유머가 숨었을 거라는 전제하에. 특히 예수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그 주옥같은 유머들을 주워 모은다. 그리고 '최악의 삶을 최고의 인생으로 바꾼 예수의 비밀'이란 카피를 얹은 <예수 시대로 날아간 두 남자 이야기, 예수의 고품격 유머>를 내놓았다.

저자는 이미 <성공하는 리더를 위한 고품격 유머>라는 책을 내놓아, 유치하고 저속한 유머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다 잔잔한 돌 하나 던졌었다. 구별된 유머, 배꼽을 잡고 웃지 않아도 빙긋이 웃고 삶이 변하는 그런 유머, 그게 예수의 유머요, 고품격의 유머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예수는 이미 개그맨(저자는 '유머리스트'란 단어를 사용한다)인데 보통 개그맨이 아니고 고품격 유머를 구사하고 행동화한 개그맨이란 뜻이다. 두 남자가 타임머신을 타고 예수시대로 날아가 예수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그의 언어와 행동에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모든 예수의 언행이 유머가 되어 다가온다. 그것도 고품격 유머가 되어.

한 사람은 고품격 유머를 배우는 CEO사장, 다른 한 사람을 고품격 유머를 가르치는 선생, 이 둘은 예수시대로 날아가 예수가 전해주는 유머를 섭렵한다. 발상이 탁월하다. 하지만 의도적 집중은 읽는 이로 하여금 조금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만든다.

"예수의 언행을 기록한 복음서 곳곳에는 그가 유머를 시도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본 저자는 복음서 기자들이 흩뜨려 놓은 그 유머의 잔해들을 퍼즐 맞추듯 조각조각 짜맞추고 있는 것이다. 인류 최고의 유머리스트인 예수 그리스도는 두려움도 없고 거칠 것도 없는 분이니, 아마도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재치 있고 능수능란한 유머로 군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것이다."(책 59쪽)

이게 저자의 생각이다 보니 예수는 고품격 유머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예수의 고품격 유머>는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발상의 탁월함

하지만 이런 전제적 단점에도 불구하고 성경의 새로운 해석, 예수 행적의 새로운 프리즘, 저자의 말대로라면 '고품격 유머'의 탁월한 발견이라는 면에서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다. 예수의 유머는 그의 말뿐 아니라, 그의 행동에서도 유머러스함이 배어나오는 것으로 인식하는 저자의 의도는 탁월하다 못해 개척자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저자는 예수가 의도적으로 유머를 구사한다고 말한다. 그의 유머 속에는 제자들에게 행복을 주고자 하는 의도를 비롯하여, 완전한 치유, 부드러운 소통, 생각의 견인, 휴식, 긍정, 세상을 품에 안는 여유, 느긋함이 있다는 것이다.

'웃다가 구원받는 책'이란 카피처럼, 저자의 성경해석은 아마추어의 그것이 아니다. 성경에 통달하지 않고는 그릴 수 없는 예수의 이야기가 책에서 번뜩거리며 유머를 들이민다. 고정관념과 경직된 사고를 하는 종교인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한 가지만 예로 들어 본다. 예수는 당시 자신을 공격했던 적들에게조차도 유머로 다가가 승리했다. 예수께서 성전에서 가르칠 때 서기관들과 장로들이 다가와 묻는다. "당신은 무슨 권리로 이 일을 합니까?" 이때 예수는 자신도 질문 한 가지를 하겠다면서 이렇게 질문한다. "세례 요한의 세례가 하늘로부터 온 것이오. 아니면 사람으로부터 온 것이오?"

이쪽이든 저쪽이든 곤란한 상황이다. 결국 서기관들이나 장로들은 대답을 회피했다. 예수 또한 "그럼 나도 당신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겠소"라고 말했다. 그들은 줄행랑을 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예수는 적들을 물리치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예수의 고품격 유머라는 것이다. 긴장을 한마디 말로 제압하는 순간이다.

농담이나 우스갯소리보다는 언어의 진수를 통한 마법과도 같은 유머를 구사한 분이 바로 예수다. 예수를 유머리스트로 보는 저자의 의도는 책 곳곳에서 촌철살인과도 같이 번득인다. 성경에의 새로운 관점, 유머로 푸는 성경의 새로운 해석, 책 속에서 진하게 다가온다.

덧붙이는 글 | *<예수의 고품격 유머> 지은이 이상준/ 오피니언리더커뮤니티(OPINITY) 발행/ 2009. 9. 1./ 정가 10,000원
*이기사는 뉴스앤조이, 당당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예수의 고품격 유머 - 예수시대로 날아간 두 남자이야기

이상준 지음, 오피니언리더커뮤니티(OPINITY)(2009)


태그:#유머, #예수, #이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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