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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해마다 이맘쯤이면 언론은 10대뉴스를 뽑습니다.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우리 집도 올해의 '10대 뉴스'를 뽑았습니다. 우리 가족이 뽑은 10대뉴스는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와, 우리 가족 방송 출연, 아빠의 <오마이뉴스> 기시 1000개, 요로결석 때문에 119로 응급실에 실려간 아빠, 셋방살이 10년 만에 싱크대 교체, 막둥이 두 발 자전거 타기, 2박 3일 가족여행 따위였습니다.

1.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김대중 전 대통령 분향소를 찾은 가족
 김대중 전 대통령 분향소를 찾은 가족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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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도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내 가족이 아닌 사람들 죽음 앞에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마음이 아렸습니다.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는 솔직히 슬픔보다는 애잔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는 아이들과 함께 가지 못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온 가족이 함께 갔습니다. 아내는 "영원한 우리의 선생님"을, 큰 아이는 "민주주의 어린이로 자라겠습니다"을, 막둥이는 "민주주의 만세, 조국통일"이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2. 우리 가족 방송출연

MBC 1층 로비에서
 MBC 1층 로비에서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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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5일 우리 가족은 <MBC> 한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하여 서울에 갔습니다. 제가 휴대전화를 11년 동안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방송에 출연한 것입니다. 집에서 하루 종일 촬영하고, 하루는 방송국에서 녹화하기 위해 서울을 간 것입니다. 새벽 4시 30분에 진주에서 출발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63빌딩에 들러 수족관 구경까지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미디어법을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이 직권상정을 했습니다. 녹화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님을 위한 행진곡'을 들으면서 얼마나 분노했는지 모릅니다.

3. 셋방살이 10년 만에 싱크대 바꾸다

10년이 넘은 싱크대
 10년이 넘은 싱크대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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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방살이 10년만에 싱크대를 바꾸었습니다. 아내는 집안 살림에 대해 다른 불만은 없었지만 물 새고, 물 막히는 싱크대가 항상 불만이었습니다. 모든 만물이 오래 되면 낡고, 병들 듯이 싱크대는 물이 새고, 문도 떨어져나갔습니다. 물이 새는 자리는 검은 테이프로 감았습니다. 지난 4월 동생과 형님이 나서서 싱크대 공사를 했습니다. 물 내려가는 파이프도 바꾸고, 싱크대도 새로 설치했습니다. 아내가 새 싱크대를 보고 함박웃음 짓는 모습을 보면서 한 켠은 아프고, 한 켠은 기뻤습니다.

10년 만에 새 싱크대를 보고 아내 얼굴은 함박웃음이었습니다.
 10년 만에 새 싱크대를 보고 아내 얼굴은 함박웃음이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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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오마이뉴스 기사 1000개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처음 쓴 것은 지난 2007년 6월 8일, 1994년부터 1996년까지 경남 진주에서 경기도 수원까지 매주 기차를 탔던 것을 추억하면서 볼프강 쉬벨부쉬가 지은 <철도여행의 역사>와 김형경은 <사람풍경>을 읽고 쓴 '3년 동안 매주 진주서 수원까지 기차를 탔다'였습니다. 이후 거의 매일 기사를 썼습니다. 드디어 2년 2개월 2일만인 지난 8월 10일 기사 1000개를 썼습니다. 가장 많은 조회수를 올린 기사는 2009년 2월 2일에 쓴 '추성훈 풍자보다 정치인 풍자가 보고 싶다'는 기사로 조회수 47만744회였습니다. 지금도 부족하지만 하루에 하나씩은 쓰고 있습니다.

5. 11년 사용한 휴대전화 역사 속으로

11년 된 휴대전화기 역사 속으로
 11년 된 휴대전화기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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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를 11년 썼습니다. 11년을 사용한 휴대전화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2004년 지리산을 타다가 비를 맞아 액정이 절반으로 나간 것을 비롯해 지난해는 경남 진주 YWCA에 주최한 '제4회 우리시대 짠순이 페스티발'에 이 녀석과 함께 참여하여 일등상인 하늘상을 받아 부상으로 15만원 상품권까지 안겨다 준 휴대전화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때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휴대전화단말기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이유 는다른 사람들이 엄청나게 불편해 했기 때문입니다. 전화를 해도 전원이 꺼져 있고, 문자를 보내도 연락이 안 되는 얼마나 불편하겠습니까. 전원이 꺼져 있는 이유는 스스로 꺼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보다못한 어느 목사님이 자신이 쓰던 새 단말기를 선물하셨습니다.

6. '요로결석' 때문에 119에 실려 응급실에 간 나

지난 11월 13일 일어나 화장실 다녀오고, 이불 털고, 밥 먹은 후 신문을 보고 있는데 왼쪽 허리가 뒤가 바늘로 찌르고, 칼로 베는 것처럼 통증이 왔습니다.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몸에는 식은 땀이 흘렀습니다. 처음에는 아내가 잘 믿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아내에게 아프다고 장난을 자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구토를 하고, 토하자 아내는 걱정되는듯 119를 부르겠다고 했습니다. 119에 실려 응급실에 실려갔는데 하늘이 노랗고, 별이 번쩍거렸습니다. 소변검사를 하기 위해 오줌을 누려고 했지만 오줌도 누지 못할 정도로 아팠습니다. 그리고 검사결과는 '요로결석'으로 나왔습니다. 아내와 집으로 돌아오면서 조금은 허망했지만 요로결석이 얼마나 아픈 병인지 알았습니다.

7. 막둥이 10년 된 텔레비전 망가뜨리다

텔레비전을 망가뜨린 후 울먹이는 막둥이
 텔레비전을 망가뜨린 후 울먹이는 막둥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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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2일 막둥이가 아내 혼수품인 텔레비전을 망가뜨렸습니다. 12년 된 텔레비전을 텔레비전 받침대에서 떨어뜨려 망가뜨린 것입니다. 막둥이가 망가뜨린 전자제품은 텔레비전만 아닙니다. 지구본, 냉장고문, 오디오가 막둥이 때문에 집에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망가뜨리고나서 하는 말 "엄마도 창문 깨트렸잖아요"였습니다. 그리고 울먹이면서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변명하던 막둥이 모습은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옵니다. 막둥이가 텔레비전을 망가뜨린 후 외할머니가 보던 10년 된 텔레비전을 가지고 와서 잘 보고 있습니다.

8. 경남 부곡 2박 3일 가족여행

두 아들과 엄마가 공차기 하는 모습
 두 아들과 엄마가 공차기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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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아이들과 함께 가족 여행을 2박 3일 다녀왔습니다. 말은 여행이지만 우리 집에서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부곡 온천이었습니다. 우리 가족만이 아니라 경남 지역에 있는 목사님 가족 25가정이 함께 한 모임입니다. 지금 가장 많이 생각나는 일은 큰 아이와 막둥이가 한 편, 엄마가 한 편이 되어 공차기를 한 것입니다. 큰 아이는 공은 잘 차지 못하지만 공차기를 좋아합니다. 막둥이도 형과 한 편이 되어 엄마를 이기기 위해 힘을 썼습니다. 엄마가 아무리 이겨보려고 했지만 큰 아들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아들과 공차기를 하다가 뒤로 넘어져도 아들이 잘하는 것을 본 아내는 웃습니다. 아들이 잘하면 뒤로 넘어져도 웃음이 나온다는 것을 2박 3일 가족 여행을 통해 배웠습니다.

9.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를 위해, 아빠는 엄마를 위해

딸 서헌이가 게맛살에 달걀을 입혀 엄마와 아빠를 위해 반찬을 준비하고 있다.
 딸 서헌이가 게맛살에 달걀을 입혀 엄마와 아빠를 위해 반찬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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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생일상 받고서 웃고, 아이들도 아빠가 최고라고 합니다
 아내가 생일상 받고서 웃고, 아이들도 아빠가 최고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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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을 위해 밥상을 차리는 일은 정말 기쁜 일입니다. 지난 여름 아이들이 엄마와 아빠를 위해 상을 차리겠다고 나섰습니다. 게맛살에 달걀을 입히고, 쌀뜨물로 고등어 찌개를 끓였습니다. 큰 아이는 고구마줄기 무침도 했었지요. 막둥이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아이들이 차린 밥상을 보면서 아내와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릅니다. 아이들 차린 밥상은 성찬이었습니다. 나는 아내 생일상을 11번째 차렸습니다. 생일상 한 번으로 1년을 편안하게 보냅니다. 아내는 생일상을 받을 때마다 고맙다고 합니다. 힘들어 하는 아내를 위해 생일상 한 번 차려주는 일 정말 기쁜 일입니다.

10. 우리에게도 컴퓨터가 생겼어요

7년을 사용한 컴퓨터가 망가졌습니다. 켜고 나서 조금만 있으면 저절로 꺼져버립니다. 수리센터에 가니 메인보드가 나이가 들어 이제는 생명을 다했으니 폐기처분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컴퓨터를 새로 사면 노트북을 사고 싶어 아내를 졸라 노트북으로 바꾸었습니다. 문제는 아이들과 컴퓨터를 같이 썼기 때문에 노트북도 같이 써야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노트북을 같이 쓰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어쩔 수 없이 데스크톱을 사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셋이 함께 써야 하지만 자기들 컴퓨터가 있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아이들은 정말 좋아했습니다.

10대 뉴스 언론사만 뽑으라는 이유가 있나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한 해 동안 우리집에서 일어난 수많은 일들 가운데 10가지를 뽑으면 참 재미있습니다. 가족들 관계도 좋아집니다. 가는 해를 돌아보고, 오는 해를 준비하는 귀중한 시간도 됩니다. 올해가 가기 전 우리집 10대 뉴스를 뽑는 것 참 의미있고, 재미있는 일입니다.


태그:#가족, #우리 집 10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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