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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무한도전>이 이름 그대로 무한 도전을 이뤄냈다. 새해 벽두부터 도전을 거듭하는 그들의 모습은 박수를 보내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한 해를 돌아보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마련하며 무조건 웃음을 주기 위해서 애쓰는 대신 감동을 선택했다. 포복절도할 수 있는 웃음을 기대했다면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이번 방송에서는 1년 동안 다양한 도전을 한 출연진 배려차원에서 팬 미팅을 열기도 했다. 더불어 멤버들 간 배려심을 엿볼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웃음보다는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회였으며, 기존 <무한도전>과는 색다른 매력을 찾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5년 동안 정상에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는 방송이었다.

 

최근 들어 상대 프로그램과 치열한 시청률을 다투는 가운데 웃음을 포기한 것 자체만으로도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2010년을 감동으로 새해를 연 <무한도전>

 

우선 이번 회에서는 크게 두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했다. 하나는 기존 무한도전 사진전에서 열린 팬 미팅과 추수가 끝난 뒤 두 형제가 서로를 위해 몰래 볏단을 가져다 놓았다는 고전동화 '의좋은 형제'를 패러디해 지난 한 해 동안 고마웠던 멤버의 집 앞에 무한도전에서 수확한 뭥미쌀을 직접 가져다 놓아 감사의 뜻을 전달하는 내용이었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무한도전 사진전이다. 사진전을 위해 준비하면서 한 해 동안 모습을 살피며 그때 그 시절 이야기도 나누며 정성스레 사진전에 출품할 사진을 고르기도 하고, 팬미팅을 통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중 인상 깊었던 것은 단연 유재석이 팬 미팅 자리에서 언급했던 말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울렁증에... 여러 가지에 있어서 콤플렉스가 있었기 때문에 정말,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한 눈 팔지 않고 제가 참 예전부터 기도를 했습니다. 제가 방송이 너무 안 되고 하는 일마다 자꾸 어긋나고, 그랬을 때 정말 간절하게 기도를 했습니다. 정말 한 번만 기회를 주신다면, 제발 개그맨으로써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소원이 나중에 이루어졌을 때 이 모든 것이 나 혼자 해낸 것이라고 단 한 번이라고 생각을 한다면 그때는 정말 엄청난 이 세상의 누구보다도 큰 아픔을 받더라도 저에게 가혹하게 하느냐고 원망하지 않겠다. 지금은 제가 정상의 자리에 있지만 언제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의 준비를 하기 때문에 매주 매주 한 순간 한 순간 모든 일의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거죠."

 

물론 이 말은 톱스타 유재석이 왜 국민 MC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무한도전이 5년이란 시간 동안 비인기 프로그램에서 최정상의 프로그램으로 발돋움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유재석이 소원이 이루어졌을 때 모든 것이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 덕분이라 생각하겠다는 말처럼 아마도 무도 멤버들이 모든 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고전동화 '의좋은 형제' 패러디에서 그들의 의좋은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평소 고마웠던 멤버들에게 쌀 두 포대를 전달하며 영상편지를 남기는 미션을 주었다. 각자의 멤버들에게 쌀 두 포대와 쌀통이 배달되었고, 미션 봉투에 적힌 대로 한 해 동안 고마웠던 멤버들에게 가져다주기로 했다.

 

물론 미션 봉투를 받고 그들은 바로 자신이라며 우스개소리도 했지만 새벽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의좋은 형제 콘셉트를 의상을 입고 감사의 선물을 배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서로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의 인사를 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속내를 드러냈다.

 

이날 방송에서 정준하와 정형돈은 박명수에게, 유재석과 박명수는 정준하에게, 노홍철은 유재석에게, 길은 정형돈에게 쌀을 선물했다.

 

특히 정형돈은 박명수 집을 찾아 뭥미쌀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영상편지를 통해 박명수가 간염으로 입원했을 당시를 회상하며 간염을 앓고 있으면서 녹화를 하러 온 그의 어깨와 다리를 만져보고 너무 앙상해서 마음이 아팠다고 고백하며 눈시울을 붉히기까지 하며 시청자들을 감동케 했다.

 

또 길은 고마운 멤버로 정형돈을 선택해 마음을 전하러가는 도 중 차안에서 유재석과 눈물을 흘렸던 일을 밝혔다. 그는 "뉴욕 촬영 셋째날이 었나 (유)재석이 형이 뭐 좀 먹고 자자고 해서 둘이 일층을 내려갔었다"며 "그런데 카메라 감독님과 오디오 막내가 밤마다 테이프를 교체해야 해서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1층 마룻바닥에 파카하나 입고 새우잠을 자는 모습을 보고 재석이 형이 울면서 미안하다고 했다"며 "그렇게 넷이서(유재석 길 카메라감독 오디오 막내) 카메라를 끄고 펑펑 울었다"고 이야기를 전했다.

 

이러한 콘셉트 덕분에 웃음은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감동은 두 배로 전달되어 멤버들 간의 의리를 통해 감동을 선사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역시 <무한도전>은 다시금 본 모습을 다음 주부터 찾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에 쌀을 받지 못한 멤버들의 복수혈전이 이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방송에서 단 한 주쯤 웃음이 없어도 충분히 <무한도전>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시청자들에게 돌아볼 수 있게 만든 감사의 힘

 

사실, 이번 방송이 좀 더 감동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시작하는 시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맘때만 되면 한 해를 반성하고, 새로운 각오를 하나씩 준비할 때이니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반성과 각오 사이 우리는 스스로에게만 약속한다. 올 한 해 게을렀던 자신의 삶을 반성하기도 하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자신과의 약속을 하기 마련이다. 혹은 그저 한 해를 마무리하며 송년회로 술을 마시며 연말 분위기에 휩쓸려 반성과 각오도 잊고 지낸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무도 멤버들이 보여준 의좋은 형제 콘셉트는 멤버들끼리 서로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시청자들도 훈훈한 정을 새삼 느끼며 주위를 둘러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표현이 부족한 한국인들로서는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힘들어 마음속으로 간직하고 있지만 밖으로 내보이는 것에 쑥스러워한다.

 

이 때문일까, 무도 멤버들의 모습을 보면서 잊고 지내던 고마웠던 사람들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었고, 반성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이번 방송이 진짜로 말하고 싶은 바가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감동의 파노라마를 전해준 <무한도전>의 '의좋은 형제'는 '의상한 형제'의 모티브를 제공하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분명한 것은 시청자와 함께 따뜻한 감동을 느끼고 싶은 <무한도전>의 바람이 아닐까 싶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무한도전 , #의좋은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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