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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이 대기업에 '4대강 특수'를 안겨주기 위해 굴삭기의 등록대수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과 관련, 감사원이 "굴삭기 등록대수를 잘못 산정했다"고 결론내렸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감사원의 '굴삭기 수급조절 관련 검토' 문건을 보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은 굴삭기 부품을 수출대수에 포함시키는 등 부적절한 수법으로 굴삭기 등록대수를 왜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국토해양부가 굴삭기의 수급조절 품목 지정을 위한 재심의에 들어갈지 주목된다. 수급조절위원회는 지난해 6월 덤프트럭·굴삭기·펌프트럭·믹서트럭 등 4개 건설기계 중 덤프트럭과 믹서트럭만 수급조절 품목으로 지정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핵심 건설기계장비인 굴삭기가 수급조절 품목으로 지정되면 신규등록이 제한되기 때문에 현대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등 대기업이 누릴 수 있는 '4대강 특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황식 감사원장은 지난해 12월 '굴삭기 등록대수 조작 의혹'이 불거지자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조사를 직접 지시한 바 있다.

감사원은 한 달간의 조사를 통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부적절한 방법을 통해 굴삭기 등록대수를 왜곡한 사실을 확인했다.
 감사원은 한 달간의 조사를 통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부적절한 방법을 통해 굴삭기 등록대수를 왜곡한 사실을 확인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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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용역을 수행하면서 연구방법·자료선택에서 소홀히 했다"

지난해 12월 8일부터 이 사안을 조사한 감사원은 건기연이 '부적절한 연구방법과 자료선택'을 통해 굴삭기 등록대수를 왜곡한 사실을 확인했다.

감사원은 "해외수출대수는 신차와 중고차의 완제품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데도 부품을 수출대수에 포함시켰고, 건설용 굴삭기가 아닌 이삿짐 운반 등의 360도 선회기기와 비건설용을 포함하여 1만823대 과다하게 산정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신차수출대수는 관세청 자료(16만7857대)가 아닌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건기산협) 자료(12만5343대)를 적용했고, 중고수출대수는 폐차를 고려하지 않고 산출하는 등 2만9062대를 과다하게 산정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지적을 바탕으로 감사원은 "건기연이 건기산협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용역을 수행하면서 연구방법 및 자료선택을 소홀히 한 부분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감사원은 "국토해양부는 건기산협이 추정한 등록대수(2007년 7만6914대)를 인정하지 않고 현재의 등록대수(10만7860대)를 기준으로 정책에 활용하고 있어 건기연의 연구결과가 건설기계수급정책 결정에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감사원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준설량이 대폭 늘어난 것도 대기업들의 굴삭기 특수를 보장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 "홍수방어능력 증대, 수량 확보, 친수공간 조성 목적으로 굴착깊이 조정 등이 (준설량 증가) 원인"이라며 "관련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또한 감사원은 '조치의견'에서 "굴삭기의 수급조절을 원하는 건설기계협회측에서도 최근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대규모 SOC 투자 확대를 지켜보면서 재논의 여부를 결정하자는 입장이므로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 결정내용의 타당성과 국토해양부의 조치내용은 계속적인 모니터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감사원은 "건기산협의 요청에 따라 건기연이 수행한 용역은 사인 간의 계약에 의한 것으로 우리 원에서 타당성을 검증할 필요는 없으나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수행방법 등은 추후감사 시에 그 적정 여부를 검토하도록 감사자료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조사결과를 건설기계 수급조절 업무를 맡고 있는 국토해양부와 건기연에 통보했고, 관련자료를 감사원 안에 설치된 '4대강TF팀'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순 의원 "조속히 수급조절위원회 열어 굴삭기 수급조절 결정해야"

'대기업에 4대강 특수를 안겨주기 위해 굴삭기 등록대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건기연의 '굴삭기 등록 실태에 대한 조사 연구' 보고서.
 '대기업에 4대강 특수를 안겨주기 위해 굴삭기 등록대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건기연의 '굴삭기 등록 실태에 대한 조사 연구' 보고서.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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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삭기 등록대수 조작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했던 김성순 의원(민주당, 서울 송파병)은 "감사원이 굴삭기 등록대수가 잘못 산정됐다는 점을 재차 밝혀낸 것"이라며 "국토해양부는 이런 조사결과를 반영해 조속히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수급조절위원회에서는 과잉 공급된 굴삭기를 수급조절 대상으로 지정해 추가적인 과잉 공급을 막고 영세한 굴삭기 사업자들의 생존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4대강 사업 현장에 투입되는 대형기계뿐만 아니라 소형기계들에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김 의원은 "감사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감사를 실시해 굴삭기 통계 연구 과정에서 고의적인 조작이 있었는지, 이해관계자들의 집단적인 로비가 있었는지 등을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8년 1월 현대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등 대기업이 주도하는 건기산협이 건기연에 '굴삭기 등록실태'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건기연은 지난해 3월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간 51대가 감소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굴삭기는 공급과잉상태"라는 국토해양부의 의견과 어긋나는 것이다. 당시 국토해양부는 "2013년에는 5만6596대의 굴삭기가 과잉 공급될 것"이라며 굴삭기를 수급조절 대상으로 지목했다. 

건기산협과 지식경제부는 건기연의 연구용역 결과를 근거로 지난해 6월 열린 국토해양부의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에서 굴삭기를 수급조절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굴삭기는 수급조절 대상에서 제외됐다. 

결국 건기연이 특정 대기업에 4대강 특수를 안겨주기 위해 굴삭기 등록대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러한 의혹이 일자 국토해양부는 자체 검증을 통해 2007년 현재 굴삭기 등록대수는 건기연이 추정한 7만6914대가 아니라 10만5160대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수개월이 지나도록 굴삭기의 수급조절 여부를 결정할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를 열지 않고 있다.   


태그:#굴삭기 등록대수 조작 의혹, #감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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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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