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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는 섬인데도 논이 많다. 고려 왕실이 피난온 뒤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간척사업을 벌였기 때문이다.
▲ 강화산성 북장대에서 강화는 섬인데도 논이 많다. 고려 왕실이 피난온 뒤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간척사업을 벌였기 때문이다.
ⓒ 최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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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이동미씨와 만난 곳은 강화읍내에 있는 고려궁지 옆의 왕자정이라는 음식점이다. 왕자정 창가에서는 고려궁지의 건축물들이 한 눈에 다 들어왔다. 역사에 관한 대화를 나누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왕자정 음식점의 유래를 아세요?"
"……"
"고려 왕실에서 왕자들만 마실 수 있는 우물이 따로 있었다고 해요. 왕자정의 정 자는 우물 정(井)자인 거죠."

고려궁지에 있는 건물들 중 고려시대에 지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 1270년 강화도로 피난 왔던 고려왕실이 몽골에 무릎을 꿇고 개경으로 돌아간 다음, 몽골군은 고려궁궐들을 모두 불태워 버렸다. 그래서 궁궐이 아닌 고려궁터, 고려궁지라고 불린다.

첫째 아이 뱃속에 있을 때 강화로 이사와

몽골을 피해 고려 고종이 1232년 피난 온 이후 39년간 강화는 고려의 수도 역할을 했지만, 1270년 몽골에 항복한 뒤 몽골군은 고려궁궐들을 남김없이 불태워버렸고, 지금은 궁터만 남아 있다.
▲ 고려궁지 몽골을 피해 고려 고종이 1232년 피난 온 이후 39년간 강화는 고려의 수도 역할을 했지만, 1270년 몽골에 항복한 뒤 몽골군은 고려궁궐들을 남김없이 불태워버렸고, 지금은 궁터만 남아 있다.
ⓒ 최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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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가 되면 5학년에 올라가는 첫째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강화로 이사 왔다는 이동미 작가는 현재 (사)한국여행작가협회 홍보이사, 강화나들길 자문위원, 한국관광공사 이달의 가볼만한 곳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월드 트레블>, <투어 타임즈> 기자를 거쳐 여행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동미씨가 여행과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생 시절부터다.

"대학교 때 전공은 생물학이었는데, 3학년 마치고 1년간 휴학을 하는 동안에 한국관광공사 관광통역안내원(영어) 교육 과정에 지원해서 합격했어요. 하루 8시간씩 1년간 교육을 받은 뒤 자격증을 땄는데, 우리 역사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가슴에 담는 계기가 됐죠. 연구실에서 공부하는 것보다는 세상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이 내 성미에 맞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여행지 기자로 있는 동안 거의 매달 해외 출장을 다녔던 그는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는 요즘도 신문, 잡지, 방송의 요청으로 거의 매주 지방으로 여행 취재를 다닌다.

- 해외 출장 다니다 국내 취재 다니니까 좀 싱겁지 않나요?
"처음에 외국 나갔을 땐 구경거리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제법 익숙해지니까 오히려 한국이라는 나라가 결코 비교우위에서 밀리지 않는 관광자원이 있다는 생각이 들던걸요. 외국 나가면 애국자 된다더니 그래서 그런지 코리아라는 나라에 대해 더 많은 애정이 생겼죠."

"어촌, 농촌, 산촌이 모두 있으니 복받은 땅입니다"

1871년 신미양요를 겪은 뒤 흥선대원군은 강화 덕진진 바닷가에 척화비를 세우고 "서양 오랑캐가 침입하는데 싸우지 않으면 화친하자는 것이니, 화친을 주장함은 나라를 파는 것이다"라는 뜻의 글자를 새겼다.
▲ 오랑캐를 겨누던 대포 1871년 신미양요를 겪은 뒤 흥선대원군은 강화 덕진진 바닷가에 척화비를 세우고 "서양 오랑캐가 침입하는데 싸우지 않으면 화친하자는 것이니, 화친을 주장함은 나라를 파는 것이다"라는 뜻의 글자를 새겼다.
ⓒ 이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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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볼거리, 맛거리, 이야기거리를 샅샅이 탐색하고 다니는 이동미 작가는 강화도가 코리아 중에서도 역사의 보물창고 같은 곳이라며 강화예찬론을 펼쳤다.

"육지로 건너가서 일을 보고 강화대교를 건너올 때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속세에서 피안으로 넘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강화도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였고, 문화와 요리가 발달한 프랑스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죠. 

집문을 열고 한 걸음만 옮기면 어촌, 농촌, 산촌이 모두 있으니 복받은 땅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교과서에 등장하는 수많은 역사유적이 널려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역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겐 특히나 강화도는 매력적인 곳이다. 선사시대의 고인돌,  마니산의 단군 참성단, 삼국시대 지어진 전등사, 적석사 같은 절들, 고려 때의 궁궐터와 왕릉,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정족산 사고, 철종이 살았던 용흥궁, 병인양요 ․ 신미양요의 격전지인 초지진과 광성보, 우리나라 최초의 성공회성당….

이처럼 얼핏 떠오르는 것만 손꼽아도 열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란 소리를 듣기에 손색없는 강화도의 역사유적 중에서도 이동미 작가는 '고려'에 방점을 찍는다.

"삼국시대나 조선시대의 유물은 다른 곳에도 많이 있어요. 하지만 고려시대 역사의 흔적은 강화도 아니면 거의 찾아볼 수가 없지요. 강화는 한국전쟁 이전에는 서울이 아니라 고려의 수도인 개성 문화권이기도 했고요."

어린이역사기자학교에서 스토리텔링 한편 써볼까?

1900년 대한성공회 초대 주교 존 코르페가 세운 한국 최초의 성당인 강화성당의 목재는 백두산에서 구해 온 것이라고 한다.
▲ 110년 전에 세운 성공회 강화성당 1900년 대한성공회 초대 주교 존 코르페가 세운 한국 최초의 성당인 강화성당의 목재는 백두산에서 구해 온 것이라고 한다.
ⓒ 최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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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에 살면서 아이들과 함께 답사한 자료를 모아서 <강화도-역사가 살아있는 야외박물관>이란 책을 쓰기도 한 이동미 작가는 이 책을 교재로 이번 봄방학 기간에(2월 19~21일) 어린이역사기자학교를 준비했다.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한 이번 기자학교에서는 용흥궁, 성공회성당, 강화산성, 광성보, 전등사 등을 현장답사하고, 이를 기사나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리는 교육을 받게 된다.

자칫하면 역사교육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에  중간 중간에 역사퀴즈대회, 빙고게임, 신문글자찾기놀이, 전지 신문만들기 등을 하면서 강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시절은 인생의 감성창고와도 같아요. 친구들과 함께 강화도 역사체험을 하면서  잠시나마 스토리텔링하는 작가나 기자가  되어본다면, 역사에 대한 상상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보석 같은 추억을 얻게 될 겁니다."

☞ 어린이역사기자학교(2월 19~21일) 신청하기


태그:#강화, #어린이기자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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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는 채식과 마라톤, 지금은 달마와 곤충이 핵심 단어. 2006년에 <뼈로 누운 신화>라는 시집을 자비로 펴냈는데, 10년 후에 또 한 권의 시집을 펴낼만한 꿈이 남아있기 바란다. 자비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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