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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나라>(이지출판) 주인공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인 허균(1569~1618)의 <홍길동전>의 홍길동이다. 남일본(오키나와)에 있는 홍길동의 흔적을 바탕으로, 활빈당을 이끌고 조선을 떠난 홍길동이 어떻게 율도국을 세우는지를 통해 사람의 나라는 어떠해야 하는지, 통치자는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세종 때 홍판서의 서자로 태어난 홍길동은 어려서부터 비범했으나 타고난 신분 때문에 벼슬에 나가지 못하고 방황하던 중 의적이 되어 활빈당을 조직한다. 조선사회의 신분제도와 관리들의 횡포에 분개한 홍길동은 자신이 갈고 닦은 무예로 관리들과 부자들의 곳간을 털어 배고픈 백성들에게 나눠준다. 나라의 골칫거리라 여긴 조선 조정에서는 홍길동을 여러 번 회유하고 잡으려하나 그는 조선을 탈출, 율도국을 세운다.

 

은행이나 관공서에 비치된 양식 작성 예문 대표 이름으로도 유명한 홍길동, 허균의 <홍길동전> 줄거리 대략은 이렇다. 홍길동이 어떻게 태어나 어떻게 의적이 되었으며 어떻게 살았는지 등 조선에서의 활동이 대부분이다. 이와는 달리 <사람의 나라> 대부분의 이야기는 오늘날 오키나와, 즉 당시 유구국이 그 배경으로 조선을 떠난 홍길동 그 후 이야기다.

 

"…새 나라에는 왕이나 양반 관료는 필요하지 않다. 즉 신분제도를 두어서는 안 되겠다. 모두가 하늘 아래 똑같은 사람이다. 다만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대표자를 두되 몇 년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그 일을 맡는다. 양반 관료 대신에 꼭 필요한 만큼의 대표자를 두어 나라 일을 처리한다. 예컨대 군사들을 훈련시키고 문서를 처리하는 자 몇 명이면 족하다. 그리고 나라의 중요한 일은 각 섬에 장로회의와 대표자를 두어 그 사람이 한데 모여 결정한다. 각 섬의 대표자는 자원해서 백성들을 위해 일한다. 물론 그것도 돌아가면서 맡는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제일 중요한 일은 어떻게 팔중산의 백성들을 먹이고 살만하게 만들 것인가…"-책속에서

 

몇 년 동안 떠날 계획을 준비, 조선 조정의 도움으로 조선을 떠난 홍길동 일행은 유구국을 거쳐 당시 유구국에 복속된 한 섬에 정착, 원하는 사람의 나라를 만들어 나간다. 이 과정에 활빈당의 기틀 마련에 큰 공헌을 한 장책사가 배신하고, 유구국 및 주변 섬들과 전쟁을 치르는가 하면 어마어마한 태풍과 싸우기도 한다.

 

율도국이 포함된 유구열도는 예전과 전혀 달라진다. 원시시대나 다름없는 유구열도에 홍길동 일행이 조선의 민속 문화, 의술, 농업, 조선의 자기들을 전파했기 때문이다. 홍길동이 세상을 떠난 지 90년이 지난 1609년, 율도국을 포함한 유구열도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조선인의 코와 귀를 가장 많이 베어 간 싸스마번의 침공으로 왜국에 복속되고 만다.

 

삼년 후인 1612년, 홍길동의 후예들이 조국인 조선으로 돌아오기 위해 왜의 유구로부터 탈출망명을 시도하여 배를 타고 그 옛날 그들의 선조들이 떠나온 경상도 동래 앞바다에 천신만고 끝에 도착하여 도움을 청하였다. 그런데 조선 조정에서는 이들을 왜군의 재침공으로 오인하여 한양 일대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는 백성들을 놔둔 채 대부분의 사대부 벼슬아치들만이 피난길에 올라 한양 장안이 텅 비게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것이 주자학의 나라 조선 양반 사대부들의 실체였다. 그들은 어찌 되었을까?-책속에서

 

"홍길동을 세계화돼야 한다"

 

<사람의 나라>의 줄거리 대략은 이렇다. 어린 시절,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팔도에 가짜 홍길동을 각각 만들어두고 활빈당을 이끌었다는 동화를 읽으며 조선을 떠난 홍길동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었다. 허균의 <홍길동전>을 통해 다소 설화적으로 그려졌던 홍길동이 어떻게 일본에서 부활하는지, 소설을 통해 상상추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래는 이 소설의 저자인 강철근 교수(외교통상부 사단법인 한류국제문화교류협회 회장)와 나눈 이야기다.

 

- <사람의 나라>를 쓰게 된 동기나 이유는?

"우리는 우리 것을 말하고 주장하고 자랑하는 것을 주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한류문화도 마찬가지이다. 외국인들이 알아주고 외국에서 난리를 쳐야 언론에 보도되고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고 그러는 것 같다. 같은 문제로 같은 말을 해도 외국의 언론이나 잘 알려진 사람들이 말하면 크게 주목받지만 우리의 누군가가 말하면 별로 신용을 얻지 못하는 것 같다. 문화주체성이 좀 희박하다고 할까?

 

일본의 학자가 먼저 홍길동이 실존인물이고 오키나와의 홍가왕이 홍길동이라고 주장하는데도 반신반의하는 것이 우습지 않은가. 아마도 일본에서 먼저 유명해지고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소란 피워야 뒤늦게 아! 홍길동이 정말 실존인물이고 일본의 영웅이 되었구나! 라고 인정을 할까?

 

영국의 별 볼일 없는 일개 도적인 로빈후드는 잘 알지만 우리의 의적이며 남부 일본의 해상왕이요, 일본최초의 민권운동 영웅인 홍길동은 잘 모른다. 알고 있어도 허균의 소설 홍길동을 더 많이 알고 있는 것 같다.

 

세계사에서 14~15세기는 서양의 르네상스 문화와 대부분 연결, 자신들이 세계를 주도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당시 민권운동을 펼쳐 민초들의 이상향을 만들어낸 민중의 영웅 홍길동이 있었던 만큼 그 시대는 그들의 전유물이 결코 아니다. 홍길동은 세계화되어야 한다. 그의 이상 국가가 널리 알려져야 한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이다."

 

- <사람의 나라>에 당시 유구국과 그 주변을 자세히 썼다. 어떤 자료를 바탕으로?

"이 소설은 팩션이다. 홍길동이 실존인물이며 그가 이상향을 구현한 율도국이 지금의 오키나와라는 학설을 주장하고 입증한 사람은 '설성경 교수(연세대학교)'와 역사학자이자 오키나와 현립도서관장(우리나라의 도립도서관장)을 지낸 '가데나 쇼도쿠(嘉手納宗德)'씨 등이다. 이분들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썼다.  현재의 오키나와, 즉 당시의 유구 열도에 대한 역사와 지리연구는 상세히 진행되었다. 유구 열도 도처에 소설의 바탕이 되고 있는 유물 유적이 산재해 있다. 덧붙이자면 홍길동의 율도국 연구는 상세한 편이다."

 

- 어린 시절에 읽은 홍길동전에서 율도국은 울릉도쯤이라고 읽었던 것 같다.

"본인도 어린 시절에 설화적인 측면이 강한 <홍길동전>을 읽고 자랐다. 동화 속에서 홍길동은 도술을 부려 몇 초에 수백 리를 가는 축지법을 쓰고, 자신과 똑같은 사람을 몇 명씩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돕기 위한 동화적 창작물에 불과하다. 울릉도가 율도국이라는 증거는 전혀 없다. 사실상 울릉도는 조선 초기에 이미 많은 사람이 살고 있었고 조정의 힘이 미치는 행정구역이었다. 따라서 관군과 적이던 홍길동과 활빈당이 피신할 장소가 될 수 없다. 동화라고 할지라도 역사와 관련된다면 역사적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 그리하여 어린이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를 알게 해야 한다."

 

- 허균의 <홍길동전> 배경은 세종 때이고 <홍길동전> 그 후 이야기랄 수 있는 <사람의 나라> 배경은 연산군 시대 몇 년 그 후이다. 차이가 많다.

"조선왕조실록에 짧게 언급하고 있는 홍길동이나 홍씨 가문의 족보를 참고로 홍길동은 실제 연산군 시절에 살았던 실존 인물이다. 고전 <홍길동전>은 광해군 시절의 허균이 이런 홍길동을 기초로 쓴 소설이지 역사적 기록이 아니다. <사람의 나라>는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홍길동이라고 추정하는 홍가왕의 흔적과 역사상 가록을 근거로 쓴 소설이다. 때문에 역사적 시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홍길동전의 배경이 세종 때인 이유

 

-우리에게 세종은 성군이다. 허균은 왜 연산군 때의 홍길동을 세종 때 사람으로 썼을까?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은 당시로서는 아주 파격적인 사상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가톨릭 신자이며 혁명론자였다. 허균 일당은 체포되어 처참하게 죽는데, 그는 마지막까지 왕에게 단 한마디만 하게 해달라고 간청하면서 죽어간다.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홍길동전>을 저술한 배경과 의도 아니었을까.

 

그도 이미 율도국의 홍길동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차마 율도국 얘기는 정치적인 이유로 생략하였을 것이다. 가뜩이나 의심받고 있는 처지였기 때문에 그러한 이야기를 쓰기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조선시대의 진보 지식인의 한계였다.

 

허균의 <홍길동전>의 시대적 배경은 엄밀히 말하면 세종 말부터 성종 초에 이르는 이십 몇 년간이다. 허균은 세종 이후의 조선을 썩을 대로 썩은, 죽은 신들의 나라로 보았기 때문에 그리 쓰지 않았을까?"

 

-허균은 자신의 문집 <성소부부고>에 1603년, 즉 선조36년에 강릉단오제를 구경했다고 기록했다. 강릉단오제 관련 최초의 기록 같다. <사람의 나라> 배경은 연산군시절 몇 년 부터이다. 유구열도에서 홍길동의 아내, 즉 고을노가 강릉단오제 형식으로 제사를 지낸다. 고을노의 단오제 제사 부분은 좀 억지라는 생각도 드는데?

"강릉단오제의 정확한 기원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훨씬 먼 고려시대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개인적으로 고려시대 이전에 시작된 것으로 본다. 조선시대의 정치상황으로 볼 때 그러한 관민합동의 제례의식과 신명나는 놀이는 불가능했을 것이고 고려나 그 이전의 계급의식이 희박한 시대적 배경에서만이 가능했을 것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설과 상관없이, 1500년대 초의 유구열도는 농업활동이나 어업활동은 물론 모든 면에서 원시 상태였다. 그런데 홍길동 일행이 머물렀던 그 무렵부터 갑작스럽게 발전한다. 유구열도에 강릉단오제의 흔적은 뚜렷하게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그들의 축제 대부분은 우리와 달리 관민합동인 경우가 많다. 여러 정황상 홍길동 일행이 강릉단오제와 유사한 제사를 지냈을 거라 충분하게 짐작해 볼 수 있다."

 

일본 오키나와에 남은 홍길동의 흔적
 

오야케아카하치는 홍가와라(洪家王) 아카하치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는 군웅할거시대에 두각을 나타내어 당시 오오하마촌을 근거지로 집단생활을 하였으며 민중의 제왕으로 추앙받았다.…아카하치는 봉건제도에 대해 반항하여 자유민권을 주장하고 섬 주민들을 위해 용감히 싸운 것이다. 비록 싸움에서는 지고 말았으나 그의 정신과 행동은 길이 후세에 전해질 것이다. 여기에 비석을 세움으로써 그의 위업을 기리는 바이다.-1953년 4월 6일 일본 오키나와현 교육위원회

 

옛날의 유구왕국이며 지금의 일본 오키나와현 석원도에 세워진 현재 실제로 남아 있는 '위대한 붉은 별 홍가왕'의 기념비에 쓰여 있는 내용이다. 동시에 파조간도에는 그의 탄생기념비가 남아 있다. 장전대주의 영웅기념비도 있다. '위대한 붉은 별 홍가왕'은 대체 누구일까? 까마득한 옛날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왜국으로 건너온 수많은 도래인이 일본인화한 사실은 현재 일본 도처에 산재해 있다. '야에잔 박물관'에는 조선의 각종 농기구와 조선화폐 등 유물이 전시되어 있으며 홍길동 집단의 족보까지 소장하고 있다. 또한 궁고도에는 도래인 주거지로 조선 양식의 초가집 여덟 채가 아직까지 보존되어 있다.-책속 '에필로그'중에서

-그들이 자신들의 '민중의 제왕'(박스 기사 내용 참고)이라고 생각하는 아카하지, 즉 홍가왕이 조선의 홍길동이다? 이런 사실과 이 책에 대한 일본인들의 반응은?

"앞서 언급한 일본 학자(가데나 쇼도쿠 등)들이 제기한 설에 대해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이다. 이 책에 대한 일본인의 반응은 좀 더 기다려 봐야할 것이다."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할 홍길동이라고 했다. 홍길동 관련 문화콘텐츠나 집필계획은?

"한 인간의 삶의 궤적, 특히 한 인간이 겪어야 했던 진솔한 고통과 절대적 고독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 현재 원효대사(가제: 절대적 고독의 인간 원효) 와 사도 바울(가제: 죽으면 죽으라) 관련 이야기를 준비, 쓰는 중이다. 어떤 종교인들보다 인간적이었으며 민중 가까이에 있었던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일본 민중의 제왕인 홍길동과 그런 홍길동이 조선을 떠나 삼천리 밖에 세우고자했던 사람의 나라는 좀 더 많이 연구되어야 하고 세계에 널리 알려져야 한다. 영화, 뮤지컬, 연극 등으로 발전시키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사람의 나라|강철근|이지출판|2010년 1월 10일|12,000


사람의 나라

강철근 지음, 이지출판(2010)


태그:#홍길동전, #허균, #오키나와, #홍가왕(홍가와라), #역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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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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