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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사형제를 합헌으로 결정했다는 소식에 찬반 논쟁이 뜨겁네요. 사실 이 문제가 쉬운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우리가 살면서 우리 의지로 할 수 있는 일들 중 하나가 사형제도를 없애는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제 생각도 틀릴 수 있지요. 그래서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사형제폐지'를 주장하는 생각 밑바탕에는 '인간이 다른 인간을 죽여도 좋은가?' 하는 생각이 깔려 있다고 봅니다. 즉, 살인자를 벌하려고 하면서 그를 살인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깊이 생각해 볼 틈이 있다고 봅니다. 과연 그것은 옳은 일일까요?

법으로 정해서 법에 따라 죽이는 것이니까 괜찮은 것일까요? 법에 정해져 있으니 그대로 죽이는 것이 맞다는 것은 앞뒤가 바뀐 이야기가 됩니다. 사형제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바로 그 법을 바꾸자는 것이니까요. 또 그렇게 법으로 사형제도를 정해 놓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더 위험한 것 아닐가요? 왜냐하면 이는 사회구성원 모두를 살인자가 되도록 하고 이것을 공인하는 꼴이니까요.

예컨대, 우리 생활 속에서 다른 사람에게 욕을 했을 때 욕 먹는 사람도 상처를 받지만 욕을 한 사람 스스로도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나요? 그렇다면 다른 사람을 사형(살인)을 한다면 스스로에게 입는 마음 상처는 얼마나 클까요? 물론 우리가 직접 눈 앞에서 죽이는 일이 아니니까 그 상처를 적게 받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사형제도가 있는 한 우리 사회에 한 두 명 이상은 그 일을 직업으로 갖고 살아가야만 하는 괴로움을 참고 겪어내야 하겠지요. 그 사람들이 겪는 마음 상처는 어떻게 할까요?

물론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을 수 밖에 없지만 법으로 사형제도를 법으로 정해 놓는 것이 과연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일일까요? 그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상처를 크게 입으면서 살아가는 꼴이 아닐까요?
'사형제도'는 결국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제 3자까지 사람들이 온전히 사람답게 살아 가고자 하는 꿈을 뿌리부터 무너뜨리는 것이 아닐까요?
▲ '사형제도'를 내버려 두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사형제도'는 결국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제 3자까지 사람들이 온전히 사람답게 살아 가고자 하는 꿈을 뿌리부터 무너뜨리는 것이 아닐까요?
ⓒ 이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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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합헌결정에 대한 김덕진 시민기자 기사에 이런 비슷한 댓글을 다니 거기에 아래와 같은 글이 달리더군요. (글쓴이는 굳이 밝히지 않습니다.)   

" 같은 이야기를 안중근, 윤봉길 의사께 하시지요?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옳은가요?"
총알이 날아오는 전쟁터에 있는 군인들에게 말씀하세요.
"내가 죽지 않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옳은가요?"
다른 사람을 죽이는 옳지 않은 일을 한 인간을 죽이는 게 바로 사형제입니다."

과연 그런 문제일까요?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이 안중근, 윤봉길 의사가 사람을 죽이려 하거나 사람을 죽인 일을 반대하는 것일까요? 일본제국주의에 저항한 일을 반대하는 것일까요? 전쟁터에서 사람을 죽일 수 있지요. 또 정당방위로 위급한 상황에 스스로 생명을 지키고 가족과 이웃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죽이는 일이 생길 수도 있지요. 그러나 그런 것과 사회가 사람을 죽이도록 법으로 정해 놓는 문제는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더불어 무엇보다 그런 일이 안 생기도록 해야 하는 것이 더 먼저겠지요. 위 댓글에 올라온 비유를 그대로 거꾸로 빗대면 사형제를 찬성하는 분들은 안중근, 윤봉길 의사를 사형에 처한 일본제국주의를 찬성하시겠다는 말씀이 아닐테니까요. 오히려 당시에 일본이나 우리나라에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공감대가 컸다면 그 분들도 사형 당하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제가 보기엔 '옳지 않은 일을 한 인간을 벌하기 위해 또 다른 옳지 못한 더 큰 일'을 사회성원 모두가 하게 만드는 것이 '사형제도'라고 생각해요. 또 우리 역사를 보면 권력자들이 '사형제도'를 이용해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을 억누르고 없애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사형'에 처했지요. 그렇다면 사형제도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우리 사회가 어떻게 감싸 안고 되살릴 수 있는 길은 있을까요? 그 무엇으로도 불가능하지요. 사형제도는 우리 사회가 그런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눈감고 모른 척하게 만들 수 있어요.

또 하나 좀 더 생각해 볼 것이 보통 사람들에 있어서도 그런 오류에 따른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지요. 사람이 하는 판단이 완전하게 옳다고 할 수 없지요. 그래서 범죄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판단할 때 증거가 없으면 무죄로 추정하는 것이 법 정신 으뜸머리인 것이지요. 범죄자를 벌하려다가 만에 하나 죄를 짓지 않은 사람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게 되면 안 되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사형제도가 법에 정해져 있어서 누명을 쓴 사람이 사형에 처해졌다면 그것은 엄청나게 큰 죄를 사회구성원 모두가 짓게 되는 것이지요.

사형제 폐지가 피해자 인권은 생각하지 않고 가해자 인권만 생각하는 주장이라는 말씀도 많이 하시더군요. 과연 그런 것일까요? 앞에서 이야기 했지만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좀 더 온전한 인간으로 살아 갈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렇게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면 사람을 죽이는 일을 법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해서 피해자가 겪는 아픔을 위로한다는 것은 착각이거나 잘못된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피해자의 인권도 생각하고 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인간 모두를 생각하는 것이지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제 생각도 틀릴 수 있지요. 그래서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사형제와 관련해서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해보고 차근차근 따져가며 이야기 해보길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나중에 다른 매체에도 실릴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사형제도, #사형제폐지, #인권, #헌법재판소,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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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작은책에 이동슈의 삼삼한 삶 연재중. 정신장애인 당사자 인터넷신문 '마인드포스트'에 만평 연재중. 레알로망캐리커처(찐멋인물풍자화),현장크로키. 캐릭터,만화만평,만화교육 중. *문화노동경제에 관심. 또한 현장속 살아있는 창작활동을 위해 '부르면 달려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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