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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이라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 중립이 가능한가? 공심위 구성이 쉬운 일이 아니다. 계파를 인정하고 일을 해야 객관적인가? 그래야 공정한 걸까?"

 

정병국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8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6·2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대비한 한나라당 중앙 공직후보자 추천 심사위원회(이하 중앙공심위) 구성안 의결이 또다시 결렬됐기 때문이다.

 

이날로 지방선거 투표일이 86일 남아 선거일 90일 이전에 중앙공심위를 구성하도록 한 당규도 어긴 셈이 됐다. 그러나 정 사무총장이 작성한 한나라당 중앙공심위 명단은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통과하기가 난망한 상태다.

 

명단을 살펴보면, 총 15명으로 구성되는 중앙공심위 중 당 내 인사는 12명이다. 당 내 인사 중 6명이 친이계, 3명이 친박계, 3명이 중립성향으로 분류된다.

 

두 계파 의견 충돌로 두 번이나 결렬된 공심위 구성

 

지난 5일 친박계 허태열 최고위원은 당 내 1/3 가량의 지분을 갖고 있는 친박계 사정을 고려해 이성헌 의원 한 명을 더 포함해 친박계가 4명이 되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몽준 대표와 정 사무총장 등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이에 허 최고위원은 중앙공심위에 포함된 3명의 친박계 의원 중 구상찬 의원(서울 강서갑·초선)을 같은 친박계 이성헌 의원(서울 서대문갑·재선)으로 교체하자고 요구 내용을 바꿨다. 구 의원이 서울시당 공심위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만큼 명단에서 제외하고, 같은 친박계인 이 의원을 넣자는 게 이유다.

 

이에 대해 정 사무총장을 비롯한 친이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애초부터 계파를 염두에 두지 않았는데, 계파의 요구를 받아들여 명단을 변경하면 결국 계파안배에 얽매이는 구태 정치를 답습하게 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박순자 최고위원도 8일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계파 안배라는 기준이 공심위 구성에 끼여들어선 안 된다"고 거들었다.

 

결국 공심위 구성에 계파를 반영할 것이냐의 문제로 친이계와 친박계의 의견이 충돌하면서 중앙공심위 구성은 두 번이나 결렬됐고, 오는 10일 다시 한 번 최고위원회를 열어 의결을 시도할 예정이지만 사정은 세종시 문제와 비슷한 형편이다.

 

"친이계가 장난질 못치게 하려는 것"

 

 

중앙공심위 구성에 '계파 안배'를 반영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논란의 표면에 있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친이계와 친박계 간의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공심위에 친박계 위원 수를 늘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위원 한 명을 교체하자는 비교적 쉬운 요구에 친이계가 난색을 표시하는 것도 그렇지만, 이 의원이 꼭 공심위에 들어가야 한다는 친박계의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한 친박계 핵심인사는 친박계가 이 의원의 공심위 참여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이성헌 의원이 공심위 업무에 정통한 사람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17대 총선 공심위원을 맡은 바 있고, 두 차례나 제1사무부총장을 지내면서 각종 재·보궐선거에서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해왔다. 일단 중앙공심위의 업무 내용에 대해선 훤히 꿰뚫고 있는 것.

 

중앙공심위는 지방선거에서 시·도지사 선거 후보자에 대한 심사기준을 정하고, 현지조사·여론조사·면접 및 후보자간 토론회 등을 실시할 수 있다. 광역단체장 및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경선을 거치지 않는 전략공천지역을 선정하고 심사기준을 정하도록 돼 있다. 경선이 이뤄지는 지역이라도 여론조사 경선으로 대체하는 권한도 갖고 있다. 

 

'이성헌 의원을 중앙공심위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친박계의 굳은 의지는 지방선거, 특히 전략공천 지역에서 큰 권한을 행사하는 중앙공심위가 당 내 주류인 친이계 마음대로 굴러가게 두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이성헌 의원을 꼭 넣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친이계가 '장난질'을 못치게 하려는 것"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공심위 구성에서 친박계가 수적으로 밀리지만, 이 의원이 중앙공심위에 참여하면 친이계의 '전횡'을 실질적으로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앙공심위에서부터 친박계가 밀리지 않아야 각 시도당 공심위 구성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정 사무총장도, 허 최고위원도 현재까지는 자신의 주장만을 고수할 뿐 타협 가능성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 공천도 중진협의체에 넘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도 들려온다.


태그:#중앙공심위, #정병국, #허태열, #이성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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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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