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리 학교 연구교사 7명이 20만원씩 걷어 교육청 국장에게 전달한 적이 있습니다. 연구학교 지정을 받으려면 그리 해야 한다는 학교장의 지시였죠. 물론 제가 주도해서 전달한 것이긴 하지만 돈을 밝히는 학교장이 도를 넘어선 듯합니다. 체육복 채택 비리도 있는데 고소고발이 가능할까요?" (2009년 9월 전교조 상담 전화 중에서)

 

"교육장배 경시대회가 있습니다. 이 대회 이름을 보면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 같은데 학교에는 관련 공문조차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공문은 학원으로만 간다고 합니다. 수상 실적을 학생부에도 등재하는 것 같은데 공공 기관의 공식적 경시대회라면 왜 응시 기회를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로만 제한하는지 답답합니다." (참교육학부모회 전화 상담 중에서)

 

교육시민단체들이 학교 현장에 만연한 교육 비리의 유형을 공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교육살리기연석회의 등 36개 단체들은 10일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에서 '교육비리 추방과 맑은 교육을 위한 교육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계의 비리 유형을 공개하고 종합대책을 제시했다.

 

정부, 학교장 권한 확대로 비리 키웠다

 

이날 공개된 비리 유형을 살펴보면 △교원의 승진 및 인사 관련 비리 △촌지·불법찬조금 등 금품수수 △기간제 교사 상납 등 임용 관련 비리 △납품업체 선정 등 각종 물품 구매 비리 △수학여행 등 학생 교육활동 관련 리베이트 수수 △ 건축 및 시설 공사 비리 등 교육 현장 전반을 아우르고 있었다.

 

교육계의 비리 유형을 발표한 동훈찬 전교조 정책실장은 "모든 관심이 최근 공개된 서울시교육청 승진 비리에 쏠려 있지만 실제 비리 사례를 살펴보면 승진 비리는 물론 성적조작, 금품수수 등 교육계 전반에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이 같은 교육비리 증가 추세가 이명박 정권의 출범과 맞물려 있다는 주장을 펴 눈길을 모았다.

 

동훈찬 정책실장은 "이명박 정부는 학교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장의 권한을 확대해놓고 견제 세력인 민주적 인사위원회를 축소하고, 학교운영위원회의 거수기 전락을 수수방관하는 등 결과적으로 비리를 키웠다"면서 "노조 탄압, 내부형 공모제 축소, 내부 고발자 방치는 이 같은 교육계 내부의 비리를 고착화하는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봇물 터지듯 쏟아진 부패 고발

 

이날 기자회견에는 교육계 전반에 퍼진 비리를 증언하러 나선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새삼 그 심각성을 실감하게 했다.

 

최홍이 서울시교육위원은 "교육청 예산 중 '특별교육재정 수요사업비'라는 항목으로 책정된 약 150억원이 사실상 교육감 쌈짓돈이 되어 선심성 집행이 만연하지만 견제 기구는 전무하다. 산하 기관 등 독립기구에 내려 줘야할 예산을 틀어쥐고 각종 구입이나 심사 비리를 저지르는가 하면 관련 징계를 받은 이들이 시간을 두고 다시 고위직에 진출한다. 이권을 탐하던 부서의 관리가 감사팀으로 가서 자신이 저지른 비리를 덮거나 솜방망이 처벌하는 등 교육청 내부의 구조적 문제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최근 불거진 서울시교육청 비리는 곪은 곳이 터진 것일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 역시 "강남 학교장 자리에 보은성 인사가 계속되면서 이들 학교에는 4년 임기를 채운 교장을 눈 씻고도 찾기 어렵다"면서 "장기적 학교 발전을 고민해야할 교장의 잦은 교체로 학교 발전까지 저해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또, 경기도교육청 감사에는 33명 감사담당 직원 중 20명을 파견한 교과부가 서울시교육청 비리에는 어떤 대응을 했는지 궁금하다"면서 만연한 교육 비리를 해결할 의지가 교육당국에 있기는 한 것인지 되물었다.

 

대안은 교장 공모 보직제

 

교육시민단체들은 만연한 교육비리 청산 방안으로 △자율과 책임을 위한 협력학교 네트워크 도입 △장학사·장학관 제도 폐지와 코디네이터 교사 제도 도입 △교장 공모 보직제의 전면 확대 △교육비리 근절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 △근무성적평정제도의 연차적 폐지 및 대안 개발 등을 제안했다.

 

이들은 오는 17일에도 (가칭) 교육비리 고발 대회를 개최해 교육 비리의 구체적 실상을 고발하고 유형별 문제의 원인과 대안을 고민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교육희망>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교육비리, #서울시교육청, #교육시민단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교조에서 발행하는 주간지 <교육희망>의 강성란 기자입니다.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은 교육 소식을 기사화 해서 올릴 예정입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교직원 전체회의 괜찮나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