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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발굴한 기름집에서 들기름을 짜왔다.
 어머니가 발굴한 기름집에서 들기름을 짜왔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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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형편없는 고된 농사일로 점점 손수 먹을거리를 거둬먹기가 쉽지 않자, 허리가 편찮은 어머니는 밭이나 재래시장보다 배달까지 해주는 동네마트를 찾곤 하십니다. 그런데 요즘은 둔갑술에 능통한 수입농산물이 시중에 넘쳐나면서 '국산'이라 써붙인 것들도 솔직히 신뢰가 가지 않는다 합니다.

이런 몹쓸 세상을 향해 어머니는 "요즘 국산이 어딨냐? 죄다 중국산이지!" 하시면서 "제 손으로 직접 기른 것이 아니면 믿을 수가 없다"고 먹을거리 하나 안심할 수 없다고 쓴소리를 간혹 하십니다. 다들 속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사먹고들 있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사계절 동안 힘겹게 손수 재배한 농작물을 대하는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애틋하고 소중합니다. 얼마 전 봄비가 세차게 내리려고 하늘이 온통 심통을 부리던 날, 어머니는 작년 가을에 털어낸 들깨를 파란 비닐봉지에 나눠 담아 작은 수레에 실었습니다.

차가 없어 수레를 끌고 기름집을 찾았다.
 차가 없어 수레를 끌고 기름집을 찾았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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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상한 봄날이 잠잠해지면 본격적인 봄농사를 시작해야 하기에, 시간이 있을 때 들기름을 짜야겠다고 하신 겁니다. 무거운 들깨를 끌고 버스를 타고 새로 알아낸 기름집에 가신다 하여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기름집이 동네에 있어 번거롭게 버스를 타는 대신 천천히 수레를 끌고 갔습니다.

어머니 말에 따르면, 요새는 들기름을 짜기도 쉽지 않다 합니다. 주말에는 방앗간이나 기름집이 기름을 짜지 않고, 평일에 기름을 짜려면 때를 맞춰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멀리 송림시장까지 가야하는데 차가 없어 버스를 타고 그 먼길을 오가는 것은 예전처럼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우선 들깨를 볶아 왼편의 기계로 짜냈다.
 우선 들깨를 볶아 왼편의 기계로 짜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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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간 어머니가 발품을 팔아 알아낸 기름집에 도착했더니, 안주인의 말대로 기름을 짜는 날이 수요일인 줄 알았는데 바깥주인은 화요일이라 하더군요. 그래도 인심좋은 기름집 주인은 자기네 기름도 짤꺼라면서 함께 들깨를 볶아 기름을 짜주었습니다.

그렇게 어렵사리 짜낸 우리집 들기름이 무려 9병 반(총 21병)이나 나왔습니다. 들깨를 두 번 짜냈는데 다른 기름집에선 8병 정도 밖에 안나오고, 기름짜는 삯 또한 만오천원인데 이곳은 만원으로 저렴했습니다. 덕분에 어머니 얼굴에 고소한 웃음꽃이 살짝 피었습니다.  

괜찮은 방앗간이다.
 괜찮은 방앗간이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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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다음뷰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기름집, #방앗간, #들기름,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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