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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앞으로도 언론으로서의 책무를 내던진 채 정부에 불리한 내용은 보도하지 않고, 선거 의제 죽이기에 나선다면 유권자들의 심판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도 모른다."

 

언론의 지방선거 의제 왜곡보도에 시민단체들이 경고하고 나섰다. 1일 오전 11시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교육관에서 '지방선거 주요 의제, 언론은 어떻게 보도 했나① - 무상급식·4대강'라는 이름의 선거보도진단 1차 토론회가 열렸다.

 

조·중·동 4대강 보도 한겨레·경향의 1/10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선 송민희 민언련 신문모니터활동가는 "모니터 결과 무상급식과 4대강에 대한 보도 경향이 <한겨레> <경향신문>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두 분류로 뚜렷하게 나뉘었다"고 말했다.

 

민언련에서 2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두 달 가량 <한겨레> <경향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5개 일간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해당 기간 동안 <한겨레>와 <경향>은 각각 58건과 75건의 무상급식 관련보도를 한 반면 <조선> <중앙> <동아>는 각각 17건, 8건, 27건을 보도하는데 그쳤다.

 

송씨는 "기사 유형을 보더라도 <한겨레> <경향>은 심층·분석기사 등을 통해 무상급식을 '보편적 복지'로 보고 선거의제로 부각 시켰지만 <조선> <중앙> <동아>는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으로 몰아가며 흔들기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그는 2월 4일자 '무상급식 공약 경쟁, 선거 앞둔 독버섯이다'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사설을 예로 들며 "<조선일보> 주장과 달리 김상곤 교육감이 발표한 2010년 무상급식 예산안은 수천 억이 아니라 1640억 원이고, 그 가운데서도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무료급식 예산을 뺀 무상급식 예산은 1180억 원이다"라고 말했다.

 

<조선일보>가 사설을 통해 김 교육감이 1조 예산 가운데 수천억 원을 무상급식에 쏟는 듯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어 송씨는 "<조선> <중앙> <동아>가 무상급식을 흠집 내기 위해 본질 호도, 의제 물 타기, 사실 왜곡 등의 갖가지 논리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씨는 <한겨레>와 <경향>이 각각 117건과 93건의 4대강 보도를 한 반면 <조선> <중앙> <동아>는 10건, 8건, 8건으로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며 "<조선> <중앙> <동아>가 정부의 정책사업인 4대강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조선> <중앙> <동아>가 수질오염 등의 문제점에 대해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다가 정부가 2012년까지 4대강에 사는 멸종위기 8종을 보호하는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고 하자 이를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언론이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하기보다는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행태에 대해 지적한 것이다.

 

"방송3사 무상급식·4대강 보도 '무관심'에 가까웠다"

 

<KBS> <MBC> <SBS> 방송 3사의 무상급식·4대강 보도에 대해서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방송부문 보도진단을 맡은 이지혜 모니터부장은 "방송3사의 무상급식과 4대강 사업 관련 보도행태는 '무관심'에 가까웠다"고 지적했다.

 

무상급식이나 4대강 사업이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음에도 모니터 기간(2009년 6월 23일~2010년 3월 28일) 동안 <KBS> <MBC> <SBS> 메인뉴스의 무상급식 관련 보도는 각각 3건, 4건, 4건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 부장은 "특히 <KBS>의 경우 무상급식 관련 보도를 하지 않다가 한나라당이 '급식비 지원 확대'를 발표한 날 3건의 보도가 모두 이뤄졌다"고 꼬집었다.

 

4대강 보도에서도 "<KBS>와 <SBS>는 메인뉴스에서 4대강 사업의 부작용과 문제점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언련 조사에 따르면 4대강 사업 모니터 기간인 지난 2월 1일부터 3월 28일 동안 <SBS>는 4대강 사업 문제점을 다룬 보도를 단 한 건도 하지 않았다.

 

그는 "<MBC>의 경우 8건의 관련 기사를 실었지만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을 적극적으로 다뤘다고 보기 힘들다"며 "방송 3사가 무상급식과 4대강 사업에 대해 '무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정부·여당에 불리한 지방선거 의제에 대한 의도적인 '의제 죽이기' 아닌가하는 의구심마저 불러온다"고 덧붙였다.

 

MBC "기계적 중립", KBS "편집권", SBS "감성 뉴스"가 문제

 

비판의 대상이 된 언론계에 몸담고 있는 이들 역시 이러한 지적에 동의를 표했다.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양효경 언론노조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는 "(지적된 내용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간사는 '기계적 중립'이란 표현을 들어 <MBC> 내부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정권으로부터 공격받다 보니 기계적 중립을 강조하게 된다"며 "그러다 보니 정책 중심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주장만 나열하는, 변죽만 울리는 보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 간사는 "4대강의 경우 초기에는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다뤘었는데 이제 와서는 (이슈가) 반복되는 듯하다는 내부 판단이 있어 한동안 소홀했던 것 아닌가 한다"며 "이에 대한 문제도 내부에서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나 분명하게 다루지 않았고 공방이 있을 때에만 다뤘던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며 "특별 모니터 단을 꾸리고 논의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다른 패널로 참석한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위원회 간사 역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로 무상급식과 4대강 보도에 대한 지적에 수긍했다.

 

성 간사는 "사실을 잘못 전달하거나 축소·과장하는 보도보다 나쁜 것이 '침묵을 지키는 것'임을 안다"면서도 "편집권이 간부들에게 있어 해보려 해도 결과적으로 편집에서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4대강의 경우 2009년 여섯 꼭지 시리즈로 마련해 방송을 내보낸 적이 있는데 '4대강 예산 어떻게 마련하는가'에 대한 한 꼭지는 담당 팀장의 묵살로 결국 방송을 내보낼 수 없었다"며 "책임간부들의 태도와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기자가 4대강이나 무상급식과 같은 사안에 대해 취재를 해도 편집에서 빠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보도국 내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아예 기획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설명이다.

 

성 간사는 방송사 내부의 이런 상황을 설명하며 '시청자들이 <KBS> 공정성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KBS> 내부에 각 본부별로 매달 한 번씩 편성위원회 회의를 열게 돼 있는데 요즘은 열리지 않고 있다"며 "이것은 의무적으로 하는 공식 회의이기 때문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시청자들이 취재·편성·보도와 관련된 토론이 오가는 편성위원회 회의 결과를 정보공개 청구해서 받아 본 뒤 <KBS> 보도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달라는 것으로, 시청자가 직접 <KBS> 공정보도의 견인차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안정식 언론노조 SBS본부 공정방송위원회 간사는 '감성 뉴스'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안 간사는 "방송뉴스가 정책뉴스를 지향하고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지금의 방송 뉴스는 김길태 사건과 같이 큰 사건이 터지면 뉴스로 가치가 있다고 하기 어려운 사진 등 '거리'가 되는 건 무조건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 자체가 '감성 뉴스' 틀에 갇혀 있어 찬·반 논리를 설명해야 하는 무상급식 같은 뉴스를 전면에 내세우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책 보도를 지향해야 하지만, 시민단체가 바라는 것처럼 주요 정책 이슈가 뉴스 전면에 배치되는 수준까지 가기에는 아직 우리나라 방송 상황이 미천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문과 방송의 보도 행태에 대해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 집행위원인 이원영 교수는 "4대강은 이데올로기와 상관없는 자연과학에 관한 분야"라며 "모래·자갈이 어떻게 물을 맑게 해주는지 왜 댐을 만들어 수자원 관리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방송과 <조선> <중앙> <동아>가 접근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역시 "방송 3사가 장악의 대상이 돼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앞서 방송이 지방선거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보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6·2지방선거 보도 민언련 모니터단 발족식 열려

 

 

토론회가 끝난 뒤 같은 장소에서 오후 2시에 '6·2지방선거 보도 민언련 모니터단 발족식'이 열렸다. 강원, 경기, 경남 등 각 지역 민언련이 참가하는 '6·2지방선거 보도 민언련 모니터단'은 언론의 선거보도가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도울 수 있도록 바람직한 선거보도의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4월 1일부터 6월 2일 약 2개월 간 <한겨레> <경향> <조선> <중앙> <동아> 등 5개 일간지와 <KBS> <MBC> <SBS> 방송3사,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 3곳을 대상으로 선거보도 모니터 활동을 할 계획이다. 모니터 결과는 백서로 만들어지게 된다.

 

이와 함께 4월 말이나 5월 초 경에 '지방선거 주요 의제,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나' 두 번째 토론회를, 6월 초에는 '선거보도 총 평가 토론회'와 '선거방송토론회 평가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태그:#4대강, #무상급식,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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