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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동산 진달래 꽃밭길
 뒷동산 진달래 꽃밭길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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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 극성부린다고
봄꽃 피어나지 못할까보냐
뒷동산 오솔길
산동네 골목길
드넓은 큰길가에도 보란 듯이 피어났다

새하얀 목련
샛노란 개나리
분홍빛 진달래
오종종한 산수유
키 큰 벚꽃들도 싱겁게 흐드러졌다.

꽃길을 걷는다.
좋은 사람들은
고운 마음씨로 사뿐사뿐
나쁜 사람들은
미운 마음씨로 건들건들

빙긋빙긋
미소 짓는 꽃들
벙긋벙긋, 착한 사람들 반가워요
벙글벙글, 맘씨 고쳐요, 나쁜 아저씨
곱고 예쁜 웃음보 활짝 터뜨린다.

사람들이 따라 웃는다,
맘씨 좋은 사람들 선한 얼굴로
심술궂은 나쁜 사람들 어쭙잖게 덩달아
헤헤호호 히히후후
꽃길에선 모두모두 좋은 사람들이 된다.

-이승철의 시 '봄 꽃길' 모두-

간선도로옆 개나리 꽃길
 간선도로옆 개나리 꽃길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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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올봄 유난스레 극성을 부린 꽃샘추위를 이겨내고 봄꽃들이 피어났다. 뒷동산 산자락에 진달래가 흐드러진 날 밤 기온이 0도까지 뚝 떨어졌다. 저 예쁜 꽃들 모두 얼어 떨어지면 어쩌지, 아내도 나도 걱정을 했다. 그런데 다음 날 다시 돌아본 진달래꽃들 모두모두 싱싱하다. 후유! 다행이다. 심술궂은 꽃샘추위를 예상하고 꽃들이 미리미리 대비라도 했던 것일까?

추위가 조금 누그러진 주말, 꽃들이 흐드러진 곳에는 사람들이 많다. 가족끼리, 친구, 이웃들 끼리, 너도나도 함께 몰려나온 사람들이 웃음꽃 활짝 피우며 꽃길을 걷는다. 모두모두 즐거운 표정들이다. 꽃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 어찌 즐겁지 않을까. 그러나 저 많은 사람들이 모두모두 착한 사람들만은 아닐 것이다.

꽃길을 걷는 사람들 중에는 좋은 사람들도 있고, 또 나쁜 사람들도 섞여 있을 것이다. 그래도 꽃길을 걸으며 미소 짓는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 같이 선하고 착해 보인다. 화사하게 피어난 꽃들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선하게 변화시켰는지도 모르겠다. 그럴 것이다. 저 곱고 예쁜 꽃을 바라보며 착해지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맘씨 나쁜 사람들은 모름지기 봄꽃이 화사한 꽃길을 걸을 일이다. 봄꽃처럼 착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산동네 오르막 길 벚꽃
 산동네 오르막 길 벚꽃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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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꽃길을 걸어온다면
그도 꽃이 아니겠느냐

꽃발꽃발 걸어오는 저 향기

우듬지에 피워낸 꽃이 한 나무의 상처라면
내 목울대 울리는 내 사랑도
상처의 꽃이 아니겠느냐

사태진 꽃길을
꽃발꽃발 걸어가는 한 사람

내 몸이 걸어간
저 환한
상처의 길

-윤홍조의 시 '꽃길' 모두-

뒷동산 진달래 꽃밭길
 뒷동산 진달래 꽃밭길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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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시인 윤홍조님의 시는 감성이 매우 깊다. 시인은 꽃길을 걷는 사람을 꽃으로 본다. 꽃길 속에서 꽃이 된 사람들, 걷는 발걸음까지도 꽃발이라고 했다. '꽃발꽃발 걸어오는 저 향기. 얼마나 아름다운 감성이 깃든 시어인가.

시인은 또 꽃이 나무의 상처라고 한다. 겨우내 사려 안은 깊은 뜻을 선혈을 쏟아내듯 뿜어낸 상처, 그 상처가 꽃이라는 것이다. 가슴 깊은 곳에서 알 듯 모를 듯 자라나 목울대 타고 피를 토하듯 뿜어낸 아픔처럼 깊은 사랑, 그 사랑도 상처의 꽃이라고 한다.

꽃들이 피어나는 것을 막아보기라도 하려는 듯 유난스레 심술궂던 꽃샘추위. 그 추위를 이겨내고 추위에게 "자! 보아라, 너희가 아무리 방해해도 우리들 이렇게 피워냈다!" 라고 절규라도 하듯, 산사태 일어나듯 와글와글 피어난 꽃들, 그 길을 꽃처럼 사뿐사뿐 걷는 꽃발들. 꽃길에 들면 그것이 환희건 상처건 누구나 꽃이 된다는 시인.

2차선 도로변에 흐드러진 벚꽃들
 2차선 도로변에 흐드러진 벚꽃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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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유난스레 심했던 꽃샘추위를 이겨내고 피어난 꽃들이어서 일까? 추위 속에 맨 먼저 피어난 산수유를 비롯해 개나리, 목련, 진달래, 벚꽃들 참 아름답고 화사하다. 인간 세상이야 슬프고, 괴롭고, 안타깝고, 욕된 일도 많지만 꽃이 피워낸 꽃세상이야 어찌 인간세상 같을 수 있을까보냐. 내일은 고운님들과 함께 꽃길을 마음껏 걸어 꽃이 되어보리라.


태그:#봄 꽃길, #진달래꽃, #개나리꽃, #벚꽃,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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