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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후보의 경기도지사 낙선을 두고 활발한 논쟁이 있었다. 과거의 실패로부터 미래의 교훈을 얻기 위해 바람직한 논의였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회현상이 발생하는 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과학적 근거를 확보할 때까지 본고의 주장은 잠정적임을 밝혀둔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7.28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관계설정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과 진보진영이 합치면 무서운 시너지를 발휘할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도 이길 수 있음을 재확인했다. 이 때문에 선거직후 민주당 지도부는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참여당 당원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누구 주장이 옳은가?

이에 대한 답은 유시민 후보의 낙선 원인으로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인터넷 언론에서 이루어진 토론과 증거를 종합해볼 때, 호남비토론이나 소위 후보자질론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반론은 지면관계상 생략하지만 이미 논쟁과정에서 반증자료가 제시된 바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결정적인 패인은 4년간 경기도 구석구석을 누빈 김문수 후보에 비해 짧은 유시민 후보의 선거운동 기간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양당 관계에서 유 후보의 득표에 마이너스 요인이 있었다면,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의 국민참여당 견제 심리가 현재까지는 가장 설득력 있는 요인으로 보인다.

유시민 후보의 결정적 패인은?

몇몇 필진이 통계적으로 증거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필자는 선거 전에 실제 현장에서 경험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콘서트를 위해 대전 무대에 섰을 때, 만천 명이 넘는 참가자가 안희정 후보에게는 열화와 같은 지지를 보내면서도, 다른 지역에서는 많은 인기를 누렸던 이재정 참여당 대표에 대해서는 썰렁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을 뒤집어야 한다며 격한 감정을 드러냈던 호남지역에서 만난 유권자들도 국민참여당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실제 수도권 민주당원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이런 우려를 직접 확인했다. 필자가 국민참여당의 지방선거 전 창당에 반대했던 이유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수도권에서의 야권분열을 두려워하는 민주당원으로서는 당연한 우려라고 생각된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의 통합론은 일리가 있다. 통합론이 힘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지방선거는 공동정부 구성이 가능하기에 쉽게 연대를 했지만, 2012년 총선에서는 후보 개인이 승자독식하는 구조이므로 연합공천이 쉽지 않을 것이므로 통합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두 정당이 모두 민주정부 10년을 계승하고 있고 이념적 지향도 비슷한데 왜 분열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통합론에 대한 반대 의견도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양당의 정당문화가 다르고 이념적 지향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에는 한나라당에 가도 될 의원과 당직자가 적지 않다.

둘째, 민주당 개혁을 위해 제3의 정당이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지방선거 기간 동안 무기력하고 무감동한 선거운동에 비해 벼락득표를 한 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이유이다. 현 상황에서 민주당을 개혁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의 압승은 대재앙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셋째, 현실적으로 통합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정당이든 국가든 통합이 되는 경우는 두 가지이다. 한 쪽이 다른 쪽을 일방적으로 압도해서 흡수 통합하는 경우이다. 혹은 양쪽의 세력이 비등해서 서로의 필요에 따라 공정한 규칙에 의해 대등한 통합을 하는 경우이다.

국민참여당이 세가 턱없이 약하다면 민주당에 백기투항 식의 통합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참여당은 유력한 대선 후보를 가지고 있고 젊은층을 유인해 창당 몇 달 만에 치른 첫 선거에서 6.8%의 정당득표를 했다. 민주당은 20%의 고정 지지층을 가지고 있지만 뚜렷한 대선 후보도 없고 젊은층에게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 흡수통합의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호남기득권을 포기하고 공정한 규칙에 따라 통합에 나서는 것만이 실현가능한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결국 양당 통합의 전제조건은 민주당의 호남기득권 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당권과 공천권에서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통합의 전제조건

첫째, 당권을 결정하는 당내 선거는 특정지역 당원의 영향력이 과대 대표되지 않도록 철저히 지역대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러자면 대의원은 당원에 의해 선출되어야 하고, 당원의 권한과 의무가 명확히 규정되어야 한다.

둘째, 민주당은 호남에서 공천을 하지 말고 유권자가 본선에서 직접 투표를 하도록 자유경쟁에 맡겨야 한다. 아니면 호남지역에 의미 있는 경쟁이 살아날 때까지 재선 공천을 아예 배제하는 것도 방법이다. 호남에서 초선을 지낸 사람은 무조건 수도권에 와서 경쟁해서 살아남도록 하는 것이다. 다선의원이 주로 호남지역에서 배출되면 그 당의 당권과 의회 내 리더십은 특정지역의원에게 쏠리기 마련이다. 이렇게 지도부의 당선이 보장된 정당은 국민의 관심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투쟁하지 않아도 된다.

민주당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참여당에 손을 내민다면 통합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꿈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현 상황에서 참여당이 민주당에 들어 가봐야 민주당의 거대기득권 구조 속에서 소수로 함몰되고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이 스스로 개혁할 의지도 힘도 없다면 개혁은 제3의 정당운동을 통해 외부에서 일어나는 수밖에 없다. 서구유럽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가능했던 정당개혁의 방법도 이것이었다. 한국 정치가 세대교체에 의해 점진적으로 변화해왔음을 감안한다면 민주당 내 개혁보다는 외부의 충격에 의한 개혁이 보다 현실적인 정당개혁의 방법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참여당이 외곽에서 비한나라당, 비민주당 유권자를 유인하면서 민주당과 경쟁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따라서 7.27재보선은 물론이고 2012년 총선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불가능한 통합론이 아니라, 양당의 존재를 인정하고 선의의 경쟁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대안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민주당 지지자의 국민참여당 견제심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만일 단일화 후에 민주당 지지자의 견제심리에 의해 국민참여당의 단일후보가 패배하는 일이 다시 발생한다면 야권연대는 영원히 물 건너 간다고 보아야 한다. 생각하기도 끔찍한 한나라당의 독주가 우리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이 글을 쓰게 된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다. 민주당의 참여당에 대한 견제심리가 한 편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근거 없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하려는 것이 이글의 목적이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 지지세력이 크게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면서 힘을 합치면 파이를 더 크게 키울 수 있는 동반자 관계라고 본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

참여정부 내내 민주당과 민노당은 참여정부를 공격했다. 참여정부와 민노당이 같은 지지자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보진영이 함께 쪼그라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들의 관계가 제로섬 관계가 아니라 포지티브섬 관계에 있음을 증명한다.

열린우리당은 참여정부 내내 마의 19% 지지도를 넘지 못했다. 대통령의 지지도가 특별한 경우(부동산 폭등, 대연정)를 제외하고는 30-35%의 균형점에 머물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민주당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전까지 20%를 넘은 적이 없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잠시 25%로 상승되었지만 곧 20% 이하로 떨어지고 말았다.

지방선거 내, 민주당 후보의 지지도는 민주당의 정당지지도를 훨씬 웃돌았다. 국민참여당이 출범했고 시의원 비례대표선거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얻었지만 이로 인해 민주당 지지도가 하락하지는 않았다. 국민참여당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무당파층을 유인했기 때문에 양당이 제로섬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림(A)는 현재 민주당이 제기하는 통합론이 야권의 지지기반을 가장 약화시키는 것임을 보여준다. 그림 (B)는 느슨하게 연대하는 것이 가장 많은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연대의 실패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오래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림 A
 그림 B

 그림 C
그림 (C)는 비록 지지층은 (B)보다는 축소되지만 (A)보다는 광범위하고, 양당이 균등하게 통합된 형태로 가장 이상적인 통합의 모습을 보여준다.   

오히려 양당의 진정한 통합을 바라는 민주당 지지자라면 당분간 참여당을 키워주는 것이 양당의 통합을 앞당기게 될 것이다. 양당의 세력이 어느 정도 비슷해야 민주당은 비로소 기득권을 포기하고 참여당과 진정한 통합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통합야당은 시너지 효과를 내 한나라당 지지도를 웃돌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단순한 지역정당이 아니다. 뚜렷한 이념적 정체성을 가진 정당으로 2002년  대선 패배 이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정당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무리 죽을 써도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도가 항상 30%를 상회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정부가 실패해도 다음 정권이 다시 한나라당으로 갈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진보정당은 현재 정당해체를 겪는 중이다. 새로운 질서의 창조를 위한 분열로 이해하고 싶다. 한나라당의 지지도를 압도하기 위해서는 진보적 정체성을 가진 새로운 정당이 탄생해야 한다. 그 답이 현재 민주당으로의 통합이 아닌 것만큼은 분명하다. 통합의 시기가 얼마나 빨리 앞당겨지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야권연대가 앞으로의 선거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치러내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당분간은 지역이나 후보의 경쟁력에 따라 국민참여 경선을 통해 야권연합후보를 배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유시민, 김진표 후보의 단일화가 하나의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설문조사의 내용은 문제가 있었지만, 전화와 인터넷 선거인단 등록에 의한 공론조사와 여론조사의 병행과 같은 방법은 재활용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시민사회단체와 야당 대표는 후보자의 경쟁력에 따라 야권연합후보를 결정하는 야권 예비경선 방식을 만들어 이번 재보선에 실험해 보고 2012총선에 정착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비현실적인 통합론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cafe.naver.com/chomagic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민주당, #국민참여당, #유시민, #지방선거 그후, #정당재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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