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조선>이 문제 삼은 전교조 본부의 공문.
 <조선>이 문제 삼은 전교조 본부의 공문.
ⓒ 전교조

관련사진보기


전교조가 학교에 공문을 보낸 사실에 대해 <조선일보>가 잇따라 시비를 걸고 나섰다. 이에 대해 99년 합법화 이후 11년째 학교에 수많은 공문을 보낸 전교조는 '피해의식에 따른 소설 기사'라고 반박하는 등 때 아닌 '공문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한 달에 두 번... 전교조 공문 트집 잡기

<조선>은 24일치 A10면 기사 ''단체교섭 설문 안내해 달라' 전교조, 또 학교에 공문 보내'에서 "전교조 본부가 학교장에게 '단체교섭 설문조사 실시를 안내해 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며 "공문을 받은 일선 학교장들은 '우리가 왜 교원노조의 단체 교섭 설문을 안내해야 하느냐'며 의아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교조가 지난 1일 각 학교에 보낸 '2010 전교조-교과부 단체교섭 요구안을 위한 교사 및 학생·학부모 설문조사 협조'란 제목의 공문을 문제 삼은 것이다.

<조선> 24일치 A10면 기사.
 <조선> 24일치 A10면 기사.
ⓒ 조선PDF

관련사진보기


앞서 이 신문은 지난 10일에도 '전북 전교조 '일제고사 실태 보고하라' 교장들에 공문'이란 제목의 기사(A1면)에서 "학교장에게 보고를 요청하는 것 자체가 월권이며 상전행세를 하려는 것"이라고 전교조를 공격했다.

<조선>이 잇달아 트집을 잡고 나선 것은 전교조 공문의 수신자 칸에 '학교장'이라고 표기돼 있는 점이다. 이에 대해 <오마이뉴스>는 이전 기사(7월 10일치 "전교조가 상전 행세? 보수언론, 공문원칙 모르나")에서 다음처럼 <조선> 보도를 비판한 바 있다.

"기관과 기관에서 공식으로 오고 가는 문서가 '개인문서(사문)'가 아닌 '공식문서'(공문)가 되려면 기관장을 명기하는 것이 공문의 기본 작성 원칙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놓고 '교장에게 보고를 강요했다' 식으로 넘겨짚었다. 공문 형식에 대한 기본 이해가 부족했거나, 기본 이해가 부족한 독자들을 속이기 위한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가스통 시위로 유명해진 서울의 한 우익단체 지역본부는 지난 6월 초등학교를 돌며 공문을 전달했다. '6·25 행사'를 안내하는 이 공문의 수신자 또한 '학교장'이었다. '가스통 시위를 지지하는 일부 교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조선일보> 또한 언제든 학교에 공문을 보낼 수 있다. 아니 이미 보낸 사례가 있을 수도 있다. 이 때 수신자 칸에도 '학교장'으로 적는 것이 맞다. 수신자 칸에 '<조선일보>를 지지하는 교사들'로 적는다면 이미 공문이 아닌 사문이 된다는 얘기다.

더구나 <조선>이 문제 삼은 지난 1일치 공문을 보면 전교조는 수신자 칸에 '학교장(분회장 또는 교원노조업무담당자)'이라고 적었다. 학교장 옆에 업무처리를 담당할 교사를 병기해 놓은 것이다. 하지만 <조선>은 24일치 보도에서 '수신자는 학교장'이란 사실만 보도했다. 업무처리 담당자에 대해서는 누락한 것이다.

'수신자: <조선일보> 지지하는 교사들'이라 써야 하나?

<조선>의 24일 일치 보도 내용을 좀 더 살펴보자.

"본지가 22일 입수한 전교조 본부의 공문에는 '전교조는 2010년 교과부와 단체교섭을 시작함에 따라… 교사 학부모들에게 설문 조사 실시 안내 및 방법을 홍보해 주기 바란다'고 쓰여 있다."

이 신문이 문제 삼은 공문은 전교조가 단체교섭에 앞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보낸 것. <조선>의 자매지인 <주간조선>은 전교조의 단체협약 비판 근거로 학부모 의견 수렴이 빠진 사실을 들춰내기도 했다. 2008년 11월(2030호)에 나온 이 매체의 전교조 단체협약 비판 기사 중간 제목은 "학생·학부모 의견 수렴 없는 협약체결은 무효"였다.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이전엔 학부모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다가 의견수렴을 위한 공문을 보내니 또 그 공문에 대해 험담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3월 서울교총이 각 학교에 보낸 공문. 전교조 공문과 내용,형식이 거의 비슷하다.
 올해 3월 서울교총이 각 학교에 보낸 공문. 전교조 공문과 내용,형식이 거의 비슷하다.
ⓒ 교총

관련사진보기


한편 <조선>이 문제 삼은 전교조 공문과 비슷한 내용의 공문은 한국교총도 해마다 각 학교에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2010년도 서울교총-서울시교육청간 정기 교섭·협의과제에 대한 단위학교 의견수렴'이란 제목의 공문(2010년 3월 8일치)에도 수신자 칸에 전교조 공문과 같이 "각급학교장(분회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학생·학부모 의견 수렴 없다고 '단협' 비판하더니...

교총의 공문 또한 학생·학부모 의견 수렴만 빠졌을 뿐 전교조 공문과 내용이 거의 같았다.

이번 기사를 쓴 김아무개 기자는 이 같은 교총 공문을 겨냥해서도 시비를 걸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 김 기자는 "전교조가 공문을 보내고, 수신자를 학교장으로 하는 등 팩트 중심으로 썼기 때문에 기사에 대해서는 반론을 할 필요가 없다"면서 "교총 공문에 대해서는 취재를 더 해봐야 사실관계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는 논평에서 다음처럼 <조선>의 보도 태도를 꼬집었다.

"전교조 합법화 이후 수 없이 많은 공문을 학교에 보냈는데도, <조선>은 전교조의 공문이 마치 대단한 일이나 저지르고 있는 것처럼 '소설'을 써댔다. <조선>이 진정으로 전교조가 학교에 발송한 공문이 잘못된 것이라 본다면 앞으로도 계속 공문 발송 때마다 이를 트집 잡는 기사를 써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비슷한 기사가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조선일보, #전교조, #한국교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