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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위원장 엄경철)는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28일 오후 7시경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하는 KBS 개념탑재의 밤 3-Revolution'은 축제를 방불케 했다. 참석한 1500여명의 시민들과 조합원들은 한데 모여 앉아 문화제를 즐겼다. 사회자나 출연자들의 재치있는 말에 문화제 내내 '큰 웃음'이 '빵빵' 터졌음은 물론이다.

 

'행복한 파업', 이날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KBS 새 노조의 파업을 이렇게 표현했다. 문화제에 참석한 민주노동당 권영길 국회의원은 무대에 올라 "(KBS 새 노조의 파업이) 행복한 파업인 것 같다"며 "이렇게 축제 같은 파업을 하는 엄경철 위원장이 부럽다"고 말했다. 엄경철 위원장 역시 문화제 시작 전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이번 파업을 하며) 행복했다. 살아있는 양심이 (KBS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답했다.

 

이날 문화제에는 '노브레인', '브로콜리 너마저', '갤럭시 익스프레스' 등의 뮤지션들이 참여해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의 든든한 지원군을 자청했다. 먼저 무대에 오른 '노브레인'은 "즐겁게, 이 싸움에서 지지 않으면서 끝까지 이겨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KBS 파업에 작은 힘이라도 보탰으면 좋겠다"며 인사말을 건넨 '브로콜리 너마저'는 '춤'이라는 노래 후 KBS 노조에 "춤추듯 즐겁게 투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화제 마지막을 책임진 '갤럭시 익스프레스' 역시 노래를 부르던 중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조합원들이) 진짜 KBS를 만들어 갈 거라 생각한다"며 응원했다.  

 

'김인규 사장, 알고보니 X맨?'...큰 웃음 빵빵 터진 축제 같은 문화제

 

특히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조합원들이 이날 문화제에서 보인 활약은 눈부셨다. 조합원들이 직접 제작한 '파업 늬우스'는 이를 지켜보던 참석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이날 '파업 늬우스'에서는 '김인규 사장, 알고 보니 새 노조 X맨', '새 노조 파업,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일조' 등 다양한 주제의 뉴스가 방송됐다.

 

눈길을 끈 것은 김인규 사장이 지은 <방송인 김인규의 공영방송 특강>이라는 책의 내용을 인용한 부분이었다. '파업 늬우스'는 이 책이 "공영방송추진위원회는 확대 재편해야 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러한 내용은 새 노조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인규 사장의 탈을 쓴 사람이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에 가입 신청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 장면 후 이어진,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재후 아나운서(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조직국장)가 "(김인규 사장의) 가입서나 보고 얘기하자"고 이야기하는 대목은 좌중의 폭소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 뉴스는 다음과 같은 조합원의 코멘트와 함께 끝났다. "청와대에서는 이 소식을 접하고 '조인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시 폭소가 터졌다. '파업 늬우스'의 앵커 정창화 기자는 문화제 후 "파업을 하며 지지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국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 보이겠다"며 거듭 "(국민들에) 너무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문화제 통해 스타 된 조합원들의 화려한 무대, '중계차'와 '장기화와 몰골들'

 

앞서 있었던 두 번의 '개념탑재의 밤'에서 인상 깊은 무대를 선보인 '장기화와 몰골들'도 이날 무대에 올라 시민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또 지난 26일 노조에서 주최한 노래자랑에서 1등을 차지, '개념돌'이라는 명칭을 얻은 '중계차'도 첫 선을 보였다.

 

먼저 '중계차'는 "스포츠국의 수상한 삼형제"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빌리 조엘의 '피아노맨'을 멋들어지게 연주한 그들은 이어 소방차의 '그녀에게 전해주오'를 개사한 '인규에게 전해주오'라는 노래를 불렀다. "인규에게 전해주오, 내가 파업한다고"라며 율동을 곁들인 이들의 무대에 조합원들은 '우유빛깔 김도환', '중계 3호 김기범'등의 손팻말을 치켜들며 열광했다.

 

 

'장기화와 몰골들'은 본격적인 무대 전 "밴드에 대한 로망을 나이 서른 중반에 채웠다"며 "여러분의 성원 덕에 (파업이) 힘들었지만 행복했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들은 세 곡을 내리 부르며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었다. 앉아 있던 참석자들은 모두 이들의 무대에 일어나 환호함으로써 화답했다.

 

이 외에도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공연이 큰 호평을 받았다. 한대련 문예캠프 참가자들은 풍물 공연 및 노래 그리고 몸짓 공연을 펼쳤다. 마지막에 한 학생이 크게 'MB'라 쓰인 팻말을 격파하자,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가극단 '미래'에서도 '사라지는 뇌'라는 뮤지컬 공연을 펼치며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웠다.

 

참석한 시민들 한 뜻으로 지지, "옳은 소리 하는 새 노조에 힘 보탤 것"

 

이날 지지 발언에 나선 영화배우 권해효씨는 "부끄럽지 말자고 모였다"며 "작은 힘이나마 함께 하겠다"고 말했고, 정진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조합원들에게 "파업 후에도 더 큰 자긍심으로 큰 역할을 해 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도 한 목소리로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를 지지했다. 문화제가 시작하기 전부터 자리를 잡고 앉아 있던 임아무개(68)씨는 "옳은 소리를 하는 조합원들에게 힘이 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또 이날 처음 참석했다는 배헌엽씨(34)는 "그동안 KBS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싶다"라며 "조합원들이 제대로 방송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학 학보사 기자라 밝힌 박다희씨(21)는 "정권의 외압으로부터 KBS를 지키려는 새 노조의 노력에 시민들이 힘을 보태야 한다"고 응원의 뜻을 밝혔다.

 

한편 엄경철 위원장은 이날 발언을 통해 "(노사 간) 협상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어 "내일(29일) 대의원 회의와 조합원 총회를 통해 조합원들의 동의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사측과 공정방송위 설치 등에 대해 잠정 합의하고 30일 업무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태그:#KBS, #파업, #개념탑재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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