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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기관에서 발표한 보도자료,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이 안타깝습니다. 여론조사업체는 자신의 조사결과가 눈에 띄도록 다소 과장해서 자료를 편집할 수 있지만, 언론이 이 흐름에 동참하며 검증없이 조사기관의 주장을 여론화하는 것도 문제가 되겠죠.

 

뿐만 아닙니다. 조사내용을 과장하거나 왜곡해서 기사 제목을 편집한 보도는 신문윤리강령을 위반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10일, 4대강 사업에 대한 찬반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찬성한다는 의견이 43.3%, 반대가 42.7%였습니다. 해당 조사는 지난 6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를 통해 조사했고,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3.7%였습니다.

 

오차범위가 ±3.7%라는 점은 응답률의 차이가 즉, 7.4%포인트 (-3.7~+3.7사이)일 경우에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기 때문에 '오차범위내에서 경합, 오차범위내에서 박빙'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 맞습니다.

 

4대강 찬반 차이 0.6% 포인트, 오차범위내 박빙

 

리얼미터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대강 사업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43.3%. 반대가 42.7%로 그 차이가 0.6%포인트입니다. 거의 차이가 없다고 봐야 할텐데요.

 

물론 지금까지 리얼미터가 조사한 4대강 사업에 대한 여론추이가 다소 변한 것은 맞습니다. 즉 반대여론이 지난해 12월(51%), 올해 3월 (49.9%)에 비해서는 이번 8월에 조사한 42.7%는 다소 감소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찬성여론은 지난해 12월(35.9%), 올해 3월(36.7%)과 8월(42.7%), 증가추세는 맞습니다.

 

어쨌든 이날 조사결과의 핵심은, 4대강 찬성여론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현재는 찬반여론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것 입니다.

 

하지만 리얼미터는 10일 <4대강 여론, 찬성이 반대 처음 앞서>라는 제목으로 해당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연합뉴스>를 비롯한 <조선일보>, <한국경제>, <한국정책방송 KTV> 등은 동일하게 편집했습니다.

 

리얼미터가 다소 과장해서 편집한 제목을, 해당 언론이 그대로 인용하고 있는 것이죠.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은 채 '보도자료 베끼기'라는 다소 구시대 관행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더군요.

 

뿐만 아니라 이 보도는 신문윤리강령 편집지침을 위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신문윤리강령 10조 편집지침 1항 (표제의 원칙)에 따르면 "신문의 표제는 기사의 요약적 내용이나 핵심적 내용을 대표해야 하며 기사내용을 과장하거나 왜곡해서는 안된다"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사내용 과장, 신문윤리강령 위배가능성 높아

 

조사결과가 '4대강 찬반여론이 박빙이다'고 분석되었는데, 기사 제목은 '찬성이 반대를 앞질렀다'고 표현하는 것은 기사내용을 과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4대강 사업은 아직까지도 찬반이 팽팽한 국책사업이며, 환경문제, 문화재 보호 뿐만 아니라 공사현장 임금체불, 농민피해, 일자리 대책 호소 등 정책추진기관의 위기관리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사업이기도 합니다.

 

언론은 이 사업에 대한 시민여론, 현장에서 발행하는 예기치 않았던 문제를 행정부에 제대로 전달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감시견제의 끈을 놓으면 안 됩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민심을 왜곡하는 행위는 중단해주십시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4대강, #리얼미터, #오차범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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