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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 연등천 발원지 용천에서 제를 지내는 모습이다.
▲ 용천 여수시 연등천 발원지 용천에서 제를 지내는 모습이다.
ⓒ (사)여수지역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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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천은 해양도시 여수의 유일한 도심하천이다. 발원지는 호랑산(481.8m)으로 10여개 동을 지나 여수 앞바다로 흐르는 길이 5.65km의 지방 2급 하천이다. 해양 도시라서일까?

지난 세월 연등천은 여수 시민의 주 관심사에서 약간 벗어나 있었다. 그 사이 연등천은 조금씩 옛 모습을 잃어갔고 이제 여수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최근 연등천을 생태하천으로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010년 9월 4일(토) 오후 여수 시민회관 광장에서 개최되는 작은 열린 음악회가 이런 움직임의 하나다.

연등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작은 열린 음악회
▲ 작은 열린 음악회 연등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작은 열린 음악회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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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작은 열린 음악회'는 올해 6회째다. 작지만 소중한 음악회다. 음악회를 준비한 임사규 위원장은 "가을로 향하는 주말 저녁에 연등천의 옛 모습을 기억하고 내일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2012 여수세계박람회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작은 음악회를 준비했다"며 "연등천을 맑은 물이 흐르고 고기떼가 노니는 정감어린 곳으로 되살리고, 연등천 주변 환경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행사 취지를 말했다.

사실, 과거 연등천은 여수시민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자 애환이 깃든 곳이었다. 한여름이면 더위를 피하려고 오동도 용굴로 통한다는 전설이 묻어있는 하구 바위에서 물 속으로 뛰어드는 동네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고, 어스름 저녁이면 동네 이곳저곳에서 건장한 남정네들이 연등천에 멱 감으로 가자고 친구들을 모았다.

조선시대 연등천이 표시된 고지도
▲ 조선시대 연등천 고지도 조선시대 연등천이 표시된 고지도
ⓒ (사)여수지역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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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그뿐이랴. 사위가 어두워지고 종고산 너머 빠끔히 달이 뜨면 동네 아낙과 새색시들이 하나 둘 모여들던 정겨운 곳이었다. 50~60년대 어렵던 시절 연등천 변은 가마솥 걸어놓고 푹 삶은 빨래를 투명한 가을 빛에 걸어두던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21세기 여수는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라는 주제로 세계인들을 맞을 준비로 한창이다. 연등천은 수중석성으로 유명한 장군도와 돌산대교가 있는 여수내만으로 흐른다. 여수 연안과 뗄 수 없는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2010년 오늘의 연등천 모습은 어떤가.

하천이 살아야 연안이 살고 바다가 살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대입해 볼 때 그 모습이 궁색하기만 하다.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지천과 둔덕은 콘크리트와 제방으로 덮였고 천변 폭은 점점 줄어들어 도랑이 됐다. 상류는 세계박람회 기반시설을 갖추기 위한 도로공사로 파헤쳐져 있고 옆으로 눈을 돌리면 도심 한가운데 18홀 짜리 골프장이 대중 스포츠라는 이름아래 웅장히 서있다.

오동도 용굴로 통한다는 전설의 바위 이제는 콘크리트 옹벽에 눌려있다.
▲ 하구바위 오동도 용굴로 통한다는 전설의 바위 이제는 콘크리트 옹벽에 눌려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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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 내려 갈수록 모습은 더욱 처참해 진다. 도심을 통과하면서 온갖 하수가 뒤섞여 악취가 진동한다. 연등천 하류, 여수 앞바다와 만나는 곳에 밤이 되면 몇 안 되는 포장마차가 불을 켠다. 코끝으로 올라오는 냄새는 썩 좋지 않지만 검은 물에 춤추는 노란 달빛을 보러 사람들이 모여든다.

연등천 제4석교 인근에서 발견된 수달(천연기념물 330호)의 분변이다.
▲ 수달 분변 연등천 제4석교 인근에서 발견된 수달(천연기념물 330호)의 분변이다.
ⓒ (사)광양만권환경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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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여수시와 뜻있는 지역민들이 몇 년 전부터 연등천의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유량확보를 위한 민관의 노력이 시작됐고 시는 하수와 빗물을 분리하는 공사를 2005년에 마무리 지었다. 또, 2007년 12월 (사)광양만권환경연구소가 발표한 연등천의 생태환경조사 자료에 의하면, 연등천 제4석교 인근에서 생태계의 건강성을 가늠할 수 있는 수달 분변을 발견하기도 했다.

차츰 연등천의 생태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비좁은 도랑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생물들을 볼 때 인간의 조그마한 성의가 그들에게 얼마나 큰 삶의 활력이 되는지 알 수 있다.

자, 이제 여수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연등천을 이대로 덮어둔 채 '살아있는 바다와 숨 쉬는 연안'이라는 세계박람회 구호만 되풀이 할 것인가 아니면, 연등천을 여수(麗水)에 걸맞은 도시로 만들 것인가. 오늘도 연등천은 여수시민의 선택을 기다리며 조용히 흐르고 있다.

연등천을 가로지르는 영단다리위 장날 풍경이다.
▲ 영단다리 연등천을 가로지르는 영단다리위 장날 풍경이다.
ⓒ (사)여수지역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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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연등천, #수달, #영단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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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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