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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KBS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사건이다. 이미 지난 2월 한 주간지를 통해 폭로된 사실이다. 이 문제의 처리 과정 또한 납득할 수 없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바로 KBS 청원경찰 비리 문제이다. 주간지에는 '금품수수를 통한 채용비리', '허위수당 수령', '조직적 상납을 통한 금품수수', '화염병 투척사건 조작' 등 충격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다.

 

2009년 9월경에 안전관리팀의 비리와 문제점이 사이버 감사실에 제보됐고, 감사실은 3개월 동안 대규모의 인력을 투입해 관련 직원 70여 명에 대한 대대적인 특별 조사를 실시했다.

 

감사 결과 제보 내용이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감사실은 각종 비리혐의자들에 대해 4명을 파면하고, 10명을 인사조치하라는 징계를 요청했다. 또 주요 혐의자들에 대해서는 KBS 자체 인사만이 아니라 검찰조사를 의뢰하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감사실의 이런 조사 결과와 요청은 김인규 사장 취임 이후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KBS 인력관리실과 법무팀은 감사실의 요구사항을 무시한 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재감사'를 진행했고, 당초 청원경찰들의 비위 혐의를 확인했던 감사실 직원들은 대부분 전보 발령을 받았다. 또 감사실의 검찰 수사 의뢰를 묵살했던 법무팀 인사가 감사실 책임자가 되어 재감사를 지휘했고, 그 결과 8월 최모씨 한 명에 대해서만 감봉 1개월 징계를 확정했다. 1차 감사결과의 대부분이 뒤집힌 것이다.

 

국회와 시민단체는 지난해 감사실의 특별조사와 올해 재감사의 현격한 차이를 따져보고자 감사결과 자료를 요청했다. 그러나 KBS는 공개를 거부하고, 감사결과가 뒤집힌 이유에 대해서도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또 KBS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리와 부조리를 척결하기 위해 감사실 특별조사에 적극 응했던 직원들이 지역 발령 등의 인사상 불이익을 받고 조직적 왕따를 당해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는 증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사회 비리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공영방송은 내부 비리사건에 대해 누구보다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제 눈의 들보도 보지 못하는 공영방송을 어떤 국민이 믿고 신뢰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명박 특보 사장이 들어서고 채용비리 전력의 감사를 임명하면서 KBS는 부패 척결 및 자정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오히려 비리 혐의자를 감싸고 조직적 진실은폐를 시도하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의심받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 하반기 국정기조는 '공정사회'다. 또 KBS의 슬로건은 '희망 2010, 대한민국의 힘 KBS'이다. 외교부의 특혜, 부정채용을 보며 분노한 국민들이 KBS의 금품상납 채용비리 의혹과 각종 비리 의혹에 눈감아줄 리가 없다. 특히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다른 어느 정부기관보다 더 냉혹할 것이다.

 

KBS는 전국 각지에서 밤낮으로 고생하며 시청자들을 위해 헌신하는 KBS 청원경찰들의 사기와 명예를 위해서라도 모든 것을 공개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전향적인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아울러 검찰에 당부한다. 이번 사건은 지난 2월 언론과 4월 국회 질의를 통해 구체화 되어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검찰이 지금까지 내부의 조치 결과를 기다린 것이었다면, 이제 더 이상 KBS 내에서의 해결 방법은 없다. 진실은폐 의혹에 선의의 피해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검찰은 KBS 안전관리팀의 비리혐의 수사에 즉각 착수하고, 법원은 엄정한 심판을 내려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강화를 위한 사회행동' 이하 이명박 정권 출범 직후 '미디어행동'은 언론운동단체, 정보통신운동, 문화운동, 장애인 정보주권, 여성미디어주권운동 등 49개 단체의 연대기구입니다. 사무처는 언론연대가 맡고 있습니다. 


태그:#KBS 비리, #안전관리팀, #청원경찰, #채용비리, #금품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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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언론사유화 저지와 미디어 공공성 강화를 위해 2008년 1월 전국 언론운동을 하는 시민사회단체, 현업인 단체, 노동조합, 정보운동단체, 문화운동 단체, 지역 언론운동 단체 등 48개 단체가 만든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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