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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랑해요.
▲ . 사랑해요.
ⓒ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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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아! 우선 생일 축하한다. 생일을 맞아 아빠가 평소 딸들
에게 바라는 것이 있었으니 오늘 말나온 김에 속내를 터놓을까 한다.

펌프에서 물을 이끌어내기 위해 쓰이는 물을 마중물이라고 한단다.
서로 자신이 빛나려고 하는 세상에 그래도 누군가는 남에게 밑거름이
되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겠니? 누구에겐가 무엇에겐가 밑거름이
되는 마중물 같은 사람이 되어보면 어떻겠니? 아빠가 지어 준 너의
이름 玄愚에서 愚를 어리석을 우(愚)라고 읽으면 안 된단다. 세상
어떤 아비가 자식이 어리석게 되기를 바라겠느냐! 너의 이름에 어리
석을 우(愚)자를 집어넣은 것은 아빠의 깊은 생각이 있어서였느니라.

현우(玄愚)라는 이름 속에는 세상의 커다란 목탁(木鐸)이 되어서 너
보다 못한 어려운 이들을 이끌어주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는 뜻이
들어 있단다. 어찌 글로 표현할 수 있으랴만 세상의 모든 아비가 자
식을 사랑하는 애틋하고 안타까운 마음도 담겨있단다. 알겠느냐?

딸의 생일
▲ . 딸의 생일
ⓒ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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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들아! 너무 악착같이 살지 마라. 너희들이 잘 살기 위한
밑바탕에 타인의 슬픔과 아픔이 깔려 있다면 그것은 큰 죄악 이니라!
다른 이에게 몹쓸 짓까지 해가며 잘 살아본들 그 떳떳치 못함은 어찌
하겠느냐?  지혜로운 나의 딸들이기에 무슨 말인지 알겠지 싶구나.

아무리 추하고 더러운 세상이라 하지만 아무쪼록 너희들은 흙탕물에
발 담그지 말고 그렇게 如如하게 살기를 바란다. 남의 비방을 듣더라
도 바로 성내지 말 것이며 남이 너를 칭찬 하더라도 크게 기뻐할 것
도 없느니라. 남의 악행을 들으면 한 귀로 흘려버릴 것이며 남의 착
한 일을 듣거든 향기도 좋은 난초를 몸에 지닌 듯이 그렇게 살아야
할 것이다. 다행이 나의 딸이 사회복지학을 배운다니 고맙다. 아빠가
참으로 고맙구나!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아빠와 엄마가 너희를 심심해서 만들지는
않았느니라!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재삼 생일 축하한다.


태그:#생일, #딸의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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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단어로 짧고 쉽게 사는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http://blog.ohmynews.com/han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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