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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3일 오후 서울시 중구 태평로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8대 서울시의회 개원식에서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자료사진).
 7월 13일 오후 서울시 중구 태평로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8대 서울시의회 개원식에서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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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가 신라호텔 등 남산 자연경관지구 내 고급호텔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례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시의회는 지난 19일 본회의에서 김연선 시의원(민주당, 중구2) 등 72명이 발의한 '자연경관지구 내 호텔 신·증축 불허 조례'를 부결시켰다. 이로 인해 "개발보다는 환경을 중시해야 할 민주당 시의원들이 자연경관지구를 훼손시킬 우려가 있는 조례를 찬성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관광시설 확충? 신라호텔 등 남산 고급호텔에 특혜주려는 것"

김연선 서울시의원(민주당, 중구)이 8월 27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시정질문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김연선 서울시의원(민주당, 중구)이 8월 27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시정질문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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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선 의원 등이 발의한 '서울특별시 도시계획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남산 등 자연경관지구 내에 호텔과 같은 관광숙박시설을 지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한나라당 일색이었던 지난 7대 시의회에서 허용된 '자연경관지구 내 호텔 신·증축'을 이전처럼 금지하자는 것이다.

1983년 이후 20여 년간, 남산·북한산 등 자연경관지구 내에서는 관광숙박시설 설치가 불허되어 왔다. 기존의 관광숙박시설 역시 증축, 개축이 불가능하고 수리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7대 시의회는 임기 마지막 날인 지난 6월 30일, 자연경관지구 내 너비 25m 이상 도로변에 위치하는 지역에 관광숙박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를 통과시켰다. 관광숙박시설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연경관지구 내에도 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김연선 의원 등 일부 8대 시의원들은 지난 6월 해당조례가 통과된 이유인 '관광숙박시설확충'이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해서가 아니라, 신라호텔, 하얏트 호텔 등 남산 내 고급호텔에 특혜를 주기 위해 해당조례를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관광숙박시설 허용' 조례가 이러한 의혹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자연경관지구 내 엄격한 건축제한에 있다. 자연경관지구 내에서는 높이 3층(12m) 이하, 건폐율(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면적의 비율) 30% 이하, 조경면적률 30% 이상의 건축물만 설치 가능하다.

때문에 김연선 의원은 "아주 고급호텔을 짓지 않는 이상 이러한 건축규제 내에서는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은 "아무리 자연경관지구 내 경관이 좋다고 하더라도 3층 이하로 호텔을 지어서는 최고급호텔도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신축을 허용한다고 해도 새로운 관광숙박시설이 들어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자연경관지구 중 폭 25m이상 도로에 인접한 사업 가능한 대상지 역시 12군데로 매우 제한적이다.

기존호텔들 20여 년간 금지됐던 '규모 확장' 가능

남산 자연경관지구 내에 위치한 신라호텔 전경
 남산 자연경관지구 내에 위치한 신라호텔 전경
ⓒ 신라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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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관광숙박시설 설치가 허용되면서 기존에 자연경관지구 내에 있는 호텔들은 그동안 불허됐던 증축과 개축이 가능해지는 혜택을 받게 됐다. 현재 자연경관지구 내에는 신라호텔, 하얏트 호텔 그리고 반얀트리호텔(구 타워호텔) 3개의 호텔이 있다. 모두 남산에 위치하고 있는 이들 고급호텔은 인근 부지를 매입하는 방식을 통해 일정한 한도 내에서 규모를 확장할 수 있다.

특히 신라호텔의 경우, 호텔 증·개축이 가능해지면서 현재 2층 규모인 면세점을 3층까지 확장할 수 있게 됐다. 때문에 7대, 8대 시의원들 사이에서는 "자연경관지구 내 관광숙박시설 허용 조례는 신라호텔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특정호텔 특혜논란이 일면서 해당 조례는 지난 7대 시의회 때도 한 차례 보류된 바 있다.

서울시 역시 이러한 혜택을 부정하지 않는다. 실제로 김연선 의원이 발의한 조례개정안에 대한 심의가 진행된 시의회 도시관리위원회 9월 6일 회의록을 보면, 송득범 도시계획국장이 "(신라호텔이) 실제로 면세점을 확충한다고 그러면 대부분 이용객이 외국인일 것이고 그것은 확충해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신라호텔 측은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해당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신라호텔 홍보팀 관계자는 22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해당 조례와 신라호텔과는 무관하다"며 "면세점을 확장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조례가 현행대로 유지되면서 이들 고급호텔의 확장이나 증축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게 되었다.  

서울 전체 면적 2% 밖에 안 되는 자연경관지구, 고급호텔 때문에 훼손?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해 해당 조례를 추진했다고 하더라도 방향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김연선 의원이 발의한 조례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보면 "기반확충에 필요한 시설은 중저가형 관광숙박시설인 데 반하여 자연경관지구에 건축하려는 숙박 시설은 고급 관광숙박시설 위주로 진행될 소지가 높아 정책방향이 잘못 설정됐다"고 꼬집고 있다.

김연선 의원 역시 "중국관광객들이 많이 오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들이 원하는 건 중저가 호텔이지, 고급 관광호텔이 아니"라며 "관광숙박시설 확충은 허울에 불과하다"고 거듭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자연경관지구 훼손 우려도 있다. 환경수자원위원회 소속 김정태 시의원(민주당, 영등포구2)은 "서울 전체 면적 대비 자연경관지구 면적은 2%정도 밖에 안 된다"며 "여기에 관광숙박시설을 허용하더라도 결국 고급호텔만 혜택을 본다면 차라리 자연경관지구를 보호하는 게 더 낫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의회 도시관리위원회는 지난 10월 7일 회의에서 김연선 의원 등이 발의한 조례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현행조례를 계속해서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신원철 도시관리위원장은 "무기명 투표까지 갈 정도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관광경제 활성화와 호텔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현행조례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의원이 더 많았다"며 부결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김연선 의원은 동료의원 71명의 서명의 받아 지난 19일 해당 조례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했으나, '39명 찬성'으로 또 다시 부결되었다. 서명에 동참한 의원들조차 본회의장에서는 다른 의견을 표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시의원은 "상임위에서 이미 부결된 사안을 뒤집는다는 것에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김연선 의원은 해당 조례 개정안을 다음 회기에서 다시 상정할 뜻을 밝혔고, 김정태 의원 역시 환수위 차원에서 해당 조례를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태그:#남산, #자연경관지구, #신라호텔, #하얏트호텔, #김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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